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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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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독후감

부패의 풍경, 데이비드 리스

by 와룡 2007.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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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책 사기 전에 그의 이름으로 검색을 한 번 해 보게 되는, 내 좋아하는 작가 데이비드 리스의 세 번째 작품이 나왔다.

<종이의 음모>의 주인공 벤자민 위버가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 미후엘 리엔조보다 인기가 많았던 탓인지, 이번 작품에는 벤자민이 다시금 등장했다.

금융을 소재로 했던 전 두 작품에 비해, <부패의 풍경>은 정치를 다루고 있다. 한 때 순정만화의 배경으로 자주 다루어졌던 영국의 장미전쟁이 배경이다. 물론 장미전쟁 자체가 등장하지는 않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영국 정치 상황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는 그저 '장미전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이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휘그당과 토리당의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벤자민 위버의 매력은 무엇보다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모습이다. 초류향스러운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라, 약간은 육소봉스러운 귀여움과 멍청함을 함께 가진 남자. 물론 육소봉보다는 지혜가 떨어지지만.

영국에서 휘그당과 토리당과의 선거 싸움에 우연히, 정말 우연히 끼어들게 된 벤자민 위버.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한 그는 한 이름모를 여인 덕분에 감옥을 탈출해 원수를 밝혀내려고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 찾아간 사람이 자신에게 억지 사형 판결을 내린 판사. 판사는 그가 사랑한 미리엄의 남편이 그를 죽이도록 사주했다고 고백하지만, 벤자민은 그보다 더 복잡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여 친구인 엘리아스와 함께 관심도 없던 정치를 배워가기 시작한다.
마침 휘그당을 지지하는 악질 상인(?) 도그밀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증거를 잡지만,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 그를 힘으로 제압할 수 없어 약점을 잡아 협박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하여 그 여동생인 그레이스의 도움을 얻어 그를 협박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또 한번 데이비드 리스만의 반전이 나타난다. 이번 반전은 <종이의 음모>보다 훨씬 논리적이며,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보다 훨씬 극적이라는 생각이다.
안타까운 점은, 결국 그는 사랑하는 미리엄에게 외면당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천만하고 일정한 수입도 없는 직업을 가진 남자를, 무슨 수로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인가. 그레이스 처럼 활발하고 개방적인 여자가 아닌 이상은.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미운 것은, 사랑마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첫 장면에서 벤자민을 구해주었던 아름다운 여인이 결국 아무런 활약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에서의 게이트라위드 같은 여성 히어로가 나타나길 바랐는데.

첫작품이 훌륭할 경우 뒤이은 작품들이 줄줄이 재미있기는 힘든 법인데.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로썬 그의 세 작품이 모두 성공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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