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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소설/무협 이야기

변성랑자 읽은 후..

by 와룡 2007. 1. 28.

고룡은 방랑자를 좋아한다. 그 자신도 방랑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방랑자는 많다. 아마도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부홍설일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무협소설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멋지고 잘생겼으며 무공을 잘하고, 여자 주인공은 모두 아름답고 총명하다. 그리고 고룡의 변성랑자는 바로 그 무협의 틀을 깨고 있다. <대인물>역시 그랬지만, 양범이 겉으로는 보기 흉해도 그 내면은 낙관적이고 아름다움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인 반면, 부홍설은 겉은 물론이고 내면마저도 상처 입고 방황하는 사람인 것이다.

변성랑자의 주인공이 부홍설이냐 엽개냐 하는 것은 확실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고룡이 변성랑자를 쓸 때, 결코 부홍설을 조연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나중에 진정 그가 주인공이 되는 <천애명월도>를 썼듯이.

여기서 악은 무엇이고, 선은 무엇이며, 복수는 또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부분은 어쩌면 <천룡팔부>의 소봉의 이야기와도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극적이고, 그보다 격렬하다. 부홍설이 불구의 몸에 병까지 앓으면서도 쾌도를 연성한 이유는 다 복수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 복수를 해야 옳았던 엽개는 이심환의 가르침으로 미움보다는 사랑을 먼저 배웠다.

취농과 부홍설의 사랑은 가장 비극적인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그들이 굳이 그렇게 서로를 힘들 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도, 어쩌면 그건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취농이 부홍설을 만났고, 부홍설이 취농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가 죽어가면서 "나는 정말 몰랐어요" 하는 장면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도 그러한데, 부홍설은 어땠을까?

변성랑자의 원한은 윗대의 일이지만, 결국 그 자손들이 짐을 짊어져야 했다. 그런면에서 백천우도, 마공군도, 화백봉도, 정백운도 심지어 정승풍까지 모두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매화암 사건에서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그것도 정의할 수 없을테지만) 그 속에 참혹한 비극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변성랑자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운명도 가련하다. 취농은 말할 것도 없고, 마방령도, 그리고 정영림도 결국은 피해를 입었다. 심삼랑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이들 중 몇몇은 매화암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변성의 한 복수극에 끼어들어 비극을 맛보게 된 셈이다. 헌데 엽개는 왜 마방령에게 그딴 태도를 보였을까?  엽개와 부홍설에 대한 마방령의 이상한 감정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엽개의 태도는 이해못할 것 같다(아마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테지...^^;)

상당히 쓸데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기분이다.

변성랑자는 어둡다. 그러나 엽개와 정영림이 있어서 밝은 분위기도 떠돈다. 어둠과 밝음이 적절히 조화된 점에서 쉽게 읽혀지고 재미있기도 하다. (어둡기만 한 삼소야의 검 같은 작품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_-) 첫 등장에서 차디찬 냉혹함을 보인 노소가가 사람답게(?) 변한 모습도 밝음을 더해준다.

고룡의 작품답게 마지막에서야 우리는 진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복잡하게 얽키고 설킨 진실에 고개를 젓는다. 정영림과 엽개의 해피엔딩은 <구월응비>에서 볼 수 있지만, 부홍설과 노소가의 행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결국은 중요인물이 되는 정영중의 얘기에는 관심이 없어야 하는가? -_-) 어쩔 수 없이 <천애명월도>를 봐야한다. 대필이라고 하지만, <변성도성>과 <비도우견비도> 역시 보는 수밖에^^;

끝으로... 아비와 형무명의 등장에 짜릿함을 느낀다..^^ 소리비도를 읽고나서야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헌데 우리의 아비는 애인을 어찌한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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