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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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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쾌도 홍길동 종영

by 와룡 2008.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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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 홍길동이 24회로 종영되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치고는 정말 잘 제작한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질질 끄는 것도 없고,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는 옛날 이야기를 신나고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그것도 완전히 옛날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의 이야기를 섞어가면서.

영웅 이야기는 무협에도 많고 많다. 그런데 왜 나는 이 홍길동이란 인물이 이토록 멋지게 보이는 것일까?
우선 그가 자신의 길을 너무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웅이 그렇듯 그에게도 슬픈 사랑은 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그의 길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그것이 그의 매력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인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를 보라. 그의 길은 무엇일까? 사실 그가 본래 원한 길도 아니었지만, 여자 하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는 자가 영웅이 될 수는 없다.

홍길동은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더라도 자신의 길을 계속 가려는 사람이다. 물론 그 역시 처음부터 영웅은 아니었다. 세상에 불만을 품은 삐딱한 건달이, 차차 세상을 알고 그것을 바꿔가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 영웅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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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백성들이 자신을 배신하려한다고 화를 내고 오기를 부리는 인간미도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영웅치고 그와 같이 소탈하고 인간적인 영웅이 또 있었던가?
무협과 영웅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홍길동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곧(?) 이어질 일지매 역시 쓸데없이 폼만 잡는 뻔한 캐릭터가 아니길 바란다.

뉴하트니 온에어니 하는 경쟁 드라마때문에 홍길동이 대단한 인기를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실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 홍길동의 로맨스는 무척 약했다. 하지만 나는 홍길동의 이야기 속에서 그와 허이녹의 러브라인이 오히려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허이녹이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더라도 주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홍길동-허이녹-이창휘의 삼각 구도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다. 그 부분을 이야기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은 작가와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홍길동의 주변에 특별한 캐릭터들도 많다. 그의 스승과 허이녹의 할아버지 커플은 누가 뭐라할 것도 없는 감초들이다. 활빈당을 이루는 네 사람 중 수근과 말녀 커플 또한 카리스마와 더불어 푼수다운 귀여움이 넘친다. 광기가 뒤섞인 왕은 특이한 행동도 물론이거니와 그 뒤에 숨어 있던 이야기까지 왠지 이해가 가는 인물이다.
오로지 주인공 하나에만 의지하는 요즘 드라마에 비하면 색다른 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홍길동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노려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한 때는 나도 저 홍길동 류의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를 따라했던 적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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