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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포비든 킹덤 - 헐리웃이 보여주는 중국의 문화

by 와룡 200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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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과 이연걸의 출연, 영어로 된 무협 등으로 개봉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뿌렸던 영화, 포비든 킹덤이다. 나 역시 예고편을 보고 색다른 영어 무협 및 두 무공 고수의 출연에 혹해 개봉하기 무섭게 달려가 보았더랬다.
시작이 요란한 영화가 으레 그렇듯, 악평이 떠돌고 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영화였다. 헐리웃이 이렇게까지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혹은 얻어듣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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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조는 단순하다. 악의 마왕이 있고, 어떤 이유로 그 마왕을 쓰러뜨러야만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악의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신물이 존재하고, 예언의 아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단순한 구조 속에 몇 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이 숨겨져 있다. 오프닝에서도 알 수 있듯, 옛날 무협에 한 번이라도 푹 빠져 본 사람이라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장면들이다.

별 생각 없이 봤던 예고편이라 다른 세계로 통하는 신물이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여의봉이었다. 조금 늦게 들어가서 앞부분을 잘 못봤지만, 주인공 제이슨이 보던 영화도 서유기인 듯 했다. 어쨌든 여의봉을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제이슨은 고대(?) 중국으로 넘어간다.
초반에는 중국어가 나오지만 성룡이 분한 루얀(魯彦)을 만나고부터는 캐릭터들이 영어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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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시작한다. 루얀은 그가 가진 여의봉을 보고, 손오공이 제이드 장군의 속임수에 넘어가 석상이 되었다는 전설을 이야기해준다.
손오공을 처음 보았을 때는 무척 실망했다. 귀엽다고 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보이는 손오공이 아닌가 말이다. 사실 공식 홈페이지를 한 번만 봤다면 손오공 역할이 이연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터지만,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주성치의 손오공이 인상이 깊어 주성치 생각을 하느라 제대로 배우를 살피지 못한 것 같은데, 어쨌건 이연걸의 변신은 참으로 놀라웠다. 아직은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역비의 서투른 영어 대사 연기에 비해, 확실히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라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여의봉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제이슨은 어쩔 수 없이 오행산으로 향하고, 제이드 장군에게 부모를 잃은 스패로우와 예언의 아이와 여의봉을 찾아 헤매던 승려 란이 동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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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그렇다치고, 대체 헐리웃이 이 영화에다 심어둔 중국의 문화는 어떤 게 있을까 찾아보자.

첫째는 손오공의 이야기다. 비록 루얀의 나레이션으로 나오지만, 서유기의 한장면이다. 서왕모의 연회에서 불로장생하는 복숭아를 훔쳐먹은 손오공을 석가여래가 잡아다 오행산 바위틈에 가둬놓는 것을 약간 수정하여, 옥황상제의 수하인 제이드 장군이 돌로 만들어버리는 것으로 해두었다. 불로장생약을 복숭아가 아닌 술로 바꿔치기 한 것은 취선(醉仙)인 루얀과 연결하기 위해서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은 제이드 장군이 누구냐인데, 장군이라 불리는 것과 손오공과 대결하는 것 등을 보아서는 도가의 전신(戰神)인 이랑신으로 짐작된다. 존경받는 이랑신을 악인으로 표현하기 그래서 옥황상제의 이름을 딴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킨 것 같다.

둘째는 도가 팔선의 전설이다. 극중 루얀은 팔선 중 취선이라고 불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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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도가 팔선 중 이철괴다. 거지 모습에 호리병을 들고다니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연걸이 분한 란이라는 승려는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Lan cai he라고 되어있다. 이는 팔선 중 하나인 남채화의 병음으로, 비록 승려의 모습을 했지만 모티브는 팔선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남채화는 익살꾼이므로 실제 승려 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셋째는 중국 무협이다. 성룡과 이연걸이 나온다니 당연하겠지만, 그 외에도 많은 무협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성룡은 비록 팔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취권을 펼치는 모습에서 그의 전성기 때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연걸은 승려의 모습을 한 만큼 소림오권을 펼치고, 제이슨은 여래신장이니 탄지신통이니 하는 초식들을 떠들어댄다.
그들과 함께하는 유역비는 영어명으로 스패로우지만, 실제 이름은 금연자(金燕子)로 옛 무협영화 <대취협>에 나오는 협녀 금연자와 똑같이 쌍검과 암기를 쓴다.
제이드 장군 쪽 백발마녀는 양우생의 무협소설 주인공으로, 임청하가 연기하여 우리 나라에서도 유명한 백발마녀 연예상이다. 극중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Ni chang, 즉 예상이라고 나온다. 또한 편집되어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사진 중에 검은 머리를 한 그녀가 있는 것으로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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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백발마녀의 이야기도 조금 하려했던 모양이다. 편집된 장면 중에는 스패로우와 제이슨의 키스신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포비든 킹덤은 잘 만들어진 헐리웃의 중국 무협이다. <연의 황후>에 비하면 스토리도 훨씬 탄탄하게 느껴지고, 볼거리도 많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야 있겠지만, 오랫만에 시원스러운 무공을 펼쳐보여주는 무협영화인만큼 한 번 쯤 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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