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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곤륜 - 중국 정통 무협 소설의 계승

by 와룡 200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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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
작가는 봉가.

거의 1년째 나온다 나온다 말 많다가 이제야 나왔다.
이 작품은 역시 중국 무협 잡지 <금고전기 무협편>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다. 당 대회는 여러 차례 진행되었는데, 그 중 한 번 곤륜이 1위를 수상한 것으로 안다. 무림객잔의 일부분(일부분이라는 것은 연재작인 무림객잔이 여러 부로 나눠져 발표되었기 때문이다)도 몇 회째에 2위인가를 수상한 적이 있는데, 고금전기의 대표작가로 꼽는 봉가와 보비연이 너무나도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굳이 비유를 한다면 봉가는 김용에, 보비연은 고룡에 비할 수 있겠지만, 사실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김용의 역사 무협 소설과 유사한 <곤륜>이지만, 역사보다는(1권만 두고 보았을 때) 캐릭터 개인 이야기가 중심이다. 캐릭터의 특성 또한 진지하고 충직한 김용식 캐릭터가 아니다. 물론 김용의 후기작은 위소보와 같이 현실적인 인물이 등장하니 굳이 양소라는 캐릭터가 김용식 정통 무협의 뒤를 잇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양소의 부모인 양문정과 소옥령의 성격을 돌이켜보면(봉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무협소설로 써냈다) 그야말로 곽정과 황용이요, 장무기와 조민이다.
갑자기 김용 소설과의 비교로 이어졌는데, 어쨌거나 1권만 봐서는 얼마나 닮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이쯤하기로 하자.

내 입장에서만 말하자면, 곤륜의 매력은 주변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이다. 현대판 무협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곤륜의 대사를 하나씩 읽다보면 그야말로 우아한 옛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운수가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봉상선생을 만나는 장면은 압권이다. 물론 그것을 무협스럽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국 조폭 영화의 축소판과 같은 요즘의 무협 소설계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우아함이다.

개인적으로는 양과-위소보 같은 캐릭터를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어딘지 그들을 빼닮은 주인공 양소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이 성장 무협 또한 내 취향이 아니니 아무리 잘 쓴 <곤륜>이라도 푹 빠져들기는 어려웠다.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문장력이나 내용면에서 확실히 최상의 평가를 내릴만한 작품인데, 요즘은 이런 캐릭터가 먹히는 건지 웹을 뒤져보면 온통 칭찬 투성이다.
사실 뭐, 남들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통 무협이 인기를 끌지 못할 줄 알았던 요즘, 김용과 비유되었다고 해서 <곤륜>이 저토록이나 기대를 받는데, 나름대로 특색있고 지겹지도 않은(? 개인적인 평가일까?) <무림객잔>이 무시당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다. 고룡의 작품이 제아무리 좋아도 항상 김용의 뒤에 있었고, 그를 김용보다 낫다고 평하는 사람들은 일부 매니아들 뿐이었으니까.

불평은 여기서 관두고 다시 곤륜으로.
중국 역사에서 무협 소재로 가장 인기있는 부분이 바로 남송 시대이다. 이민족의 침입에 대항하는 중국식 영웅을 그리기에 꼭 알맞아 조금만 신경쓰면 의기로 똘똘뭉친 영웅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봉가도 <곤륜>의 배경을 남송시대로 설정했다. 양문정이 몽고에 대항한 것처럼 아마 양소 또한 자라서 몽고에 대항하는 영웅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 상태로 보았을 때 그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부모님의 복수 때문이겠지만, 나중에는 그 마음이 애국심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싶다.
양소는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로 부터 배운 천하의 절기를 지니고 있고, 거기다 천기궁에서 얻은 석상의 무공까지 더했다. 더욱이 천성적으로 영리하여 손쉽게 그 무공들을 체득하게 될테니 소년 영웅의 탄생을 예고한 바나 다름없다. 이제는 그의 성장이 어떤 이야기로 꾸며질 것인가와 그가 소천절과 언제쯤 대적하게 할 것인가만 남았다. 1권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했던 산학의 능력이 어디에 써먹게 될것인지도 궁금하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라면, 2권에서는 양소가 어린애티를 좀 벗고 침착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김용의 사조영웅문을 처음 보고 무협 소설에 푹 빠져든만큼, 봉가의 <곤륜>이 김용의 대표작만큼은 아니라도 그 때와 비슷한 감동을 주기를 기대한다.

최근 중국 무협은 시리즈로 써내는 것이 유행인 듯 하다. <곤륜>또한 양문정의 이야기를 다룬 전편이 있거니와, 현재 봉가가 쓰고 있다는 <창해>라는 작품은 곤륜과 더불어 산해경 시리즈의 한편이다.
물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인만큼 봉가의 <창해>가 국내에 소개될지는 미지수지만, <곤륜>이 완간되어 작품의 평이 좋아진다면 혹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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