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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Man Of La Mancha 맨 오브 라만차 2008

by 와룡 2008.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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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알고부터 예전 그의 공연들을 모두 찾아봤었는데 개중에 기대작 중 하나가 돈키호테였다. 작년에 이 작품을 조승우가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는데 행복하게도 올해는 류정한이 다시 돈키호테를 연기하기로 결정되었단다.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일찍부터 좋은 자리로 예매해놓았다(물론 할인의 효과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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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류정한이 출연한 <이블데드>도 봤지만, 이제는 좀 큰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기대가 매우 컸다. 물론 <이블데드>도 나쁘지 않았다. 조금 으시시한 내용이어서 무섭긴 했지만.
<맨 오브 라만차>에 나온 그를 보고 있자니, 그간 '클로저댄에버'나 '이블데드' 등에서 갈고닦은 코믹 연기가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싶었다. 또 하나, 확실히 그의 음성도, 노래도 최고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각박한 요즘 세상에 꿈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그가 벌이는 말도 안되는 행각에 깔깔거리며 웃는 동안에도, 때때로 반복적이지만 안정적인 생활과 어린 시절 내가 원하던 생활 사이에서 가끔 갈등하던 내 자신보다 저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용부터가 감동적이리라는 것은 짐작한 바다. 거기다 류정한의 깊고 아름다운 목소리,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가사가 더해지니 도저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야 원래 이런 부분에서 눈물이 헤픈 사람이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와보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훌쩍이고 있었다.

세뇨르 키하나는 책에 푹 빠지는 바람에 그 속의 추한 인간들의 모습에 분개하여 자신이 정의를 수호하는 기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하인 산초를 데리고 집을 떠나 마왕을 무너뜨리겠다고 풍차에 뛰어들고, 술집을 성이라고 생각하고 그 주인을 영주라면서 기사 작위를 내려달라고 하는 것이나, 술집 여자 알돈자를 고귀한 레이디로 받드는 등 갖가기 해괴한 일들을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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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남자들은 다 똑같으니 돈이라도 벌자는 주의던 알돈자는 처음 당해보는(?) 존경과 그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한다. 조카 사위가 될 XX(이름이...^^;) 박사가 분한 '거울의 기사'에 당해 자신이 볼품없는 노인이라는 것을 직시하게 된 돈키호테는 결국 정신을 차리고 그간의 일을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돈자가 찾아와 그를 일깨워주고 그는 마침내 돈키호테로 돌아가 세상을 하직한다.

이 이야기는 세르반테스가 종교재판을 받기 전에 감옥에서 펼쳐보이는 연극이다. 그 자신 역시 세금을 걷기 위해 교회를 압류하려다가 재판에 회부된, 돈키호테와 비슷한 이상주의자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감옥을 떠나는 그는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달리 돈키호테같은 무모하지만, 꿈을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으로 거듭나 있다.

처음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Man of La Mancha>는 신나는 곡으로 이후 세뇨르 키아나가 알돈자를 만나 다시 돈키호테로 돌아갈 때도 몇 소절 나온다. 웹상에 류정한, 조승우, 정성화 버전이 모두 있어서 들어봤는데 초반 연기면에서는 확실히 조승우가 괜찮은 것 같긴 했다. 노래는 누가 뭐래도 류정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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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돈자의 노래 <It's all the same>은 파워넘치는 저음과 아름다운 고음이 섞여 있다. 윤공주는 양쪽 부분 다 무척 잘 노래했다. 특히 고음 부분은 '완벽히 아름답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정도로 높이 올라가는 목소리에 파워도 있으니 말이다. 김선영이 부른 노래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고음 쪽에서는 약간 힘들어 보였다. 단 파워를 말하자면 김선영보다 윤공주가 약간 딸리는 느낌이다.
나중에 사내들에게 겁탈당한 알돈자가 돈키호테를 원망하며 부르는 <Aldonza>는 초반 <Man of La mancha>와 음이 같다.

마지막으로 꼽을만한 노래는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The Impossible Dream>이다.
돈키호테의 주제를 완벽하게 나타내주는 곡으로 앵콜에서도 불러준다.
1부끝나고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OST를 사고 있었다. 그 정도로 호소력이 강한 음악이었다는 뜻이리라. 류정한이 부른 것이 있었더라면 나도 망설이지 않고 샀을텐데 2005년 작이라 그런지, 아니면 인기가 많아서인지 품절이란다.

젊은 세르반테스와 늙은 돈키호테를 부족함없이 연기한 류정한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는 공연이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그의 노래와 그의 연기를 보고 나니 정말이지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 지킬앤하이드, 라이온킹과 함께 세 개 째가 되었다. 언젠가 류정한이 <오페라의 유령>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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