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2008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by 와룡 2008. 12. 29.

(모든 이미지 출처는 지킬앤하이드 공식클럽 http://club.cyworld.com/jekyllnhyde2008)

<왕의 귀환>이라는 카피가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사실 <지킬앤하이드>를 빼고 뮤지컬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극적인 내용과 아름다운 노래로 스타급의 뮤지컬 배우들을 줄줄이 탄생시킨 <지킬앤하이드>가 또 한 번 막을 올렸다.
예전에도 뮤지컬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뮤지컬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 공연이자 가장 좋아하는 배우 류정한을 알게 해준 공연이기 때문에 내게도 나름 깊은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강요 아닌 강요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껏 이 공연을 본 것만도 4번째.

2006년, 류정한의 지킬앤하이드를 처음 보고 그 맑은 목소리와 파워풀한 하이드의 액션에 푹 빠졌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두번째 조승우의 지킬앤하이드는 조금 감동이 덜했다. 미성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엠마 김소현의 노래 또한 마음에 들었다. 끈적한 목소리는 별로지만 힘있는 루시 김선영의 노래들은 정말 멋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류정한-김소현-김선영 트리오의 공연을 찾아 보았다.
오랜만에 본 류정한의 지킬앤하이드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성숙해졌다. 그 동안 그의 공연은 많이 봐 왔지만 이제 보니 그는 이 2008 지킬앤하이드를 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듯 했다. 메인 테마(?)인 <This is the moment>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에서 류정한의 노래를 들으며 전율을 느꼈다. 확실히 지킬에게 완전히 몰입한 연기요, 노래다. 제대로 부르면 이렇게나 감동적인 곡이었던가 싶었다.

김소현의 경우는 아주 귀여운 엠마로 분했다. 본래도 웃는 모습이 예쁜 배우이지만 눈웃음치며 아빠에게 애교떠는 모습이 참 예뻤다. 류정한도 김소현도 같은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초기 뮤지컬 무대에서는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류정한은 관람객의 반응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소극장을 전전(?)했고 김소현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연기 스킬을 갈고 닦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두 사람의 무대는 확실히 예전에 비해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네 사람이 함께 부르는 <His work and nothing more>에서 특히 그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듀엣곡 <Take me as I am>의 화음도 멋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듀엣 <In his eyes>도 그녀 다운 꾀꼬리같은 높은 음이 아름답다.

김선영의 루시는 역시 파워풀했다. 항상 온 힘을 다해 부르는 듯한 느낌이다. "관록의 루시"라고 캐스팅 소개에 나와 있는만큼 루시의 노래를 그녀만큼 잘 부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주인공 '지킬'의 정신적인 안식처이자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은 엠마지만, 사실 이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은 루시다. 일단 그녀의 솔로곡이 '다' 좋은데다 마지막에 비극적인 결말을 맺기 때문이다. 지킬로 인해 사랑을 깨닫고 자신을 알게 된 여자인 반면, 욕망의 화신(?) 하이드의 힘의 원천으로, 지킬의 'Transformation'을 재촉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Bring on the man>의 섹시한 춤과 노래며, 죽기 직전 희망으로 가득 찬 <A new life>는 역시 압권.

그들의 공연에 흠뻑 취하고 나서 얼마 후,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관람했다. 새로운 지킬인 홍광호가 궁금하다는 누군가와 소냐의 루시가 궁금한 내 의견을 반영하여 홍광호-임혜영-소냐 트리오였다.
지난번에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에서 "<지금 이순간> 핸드폰을 꺼 달라"는 멘트가 나와서 한바탕 웃었다.

공개된 홍광호의 <This is the moment>를 들었을 때 느낌은 '기교 잔뜩 들어간 가수 스타일'이었다. <스위니토드>에서 그의 미성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실 그 때에 비하면 <지킬앤하이드>에서 홍광호는 류정한 스타일이라기 보다 조승우 스타일이다. 류정한은 하이드를 대비하여 지킬을 일부러 더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데 비해 홍광호는 지킬을 평소 목소리로 부르고 하이드를 아주 낮게 내리깔았다. 그래서인지 <first transformation>에 이은 <Alive>에서 엄청난 파워가 느껴졌다. 악당이면서도 어딘지 신사적인 느낌인 류정한의 하이드에 비해 홍광호의 하이드는 '짐승'이란 말이 어울린다.
아쉽게도 <This is the moment>는 조금 감동이 떨어졌고, 뒤로 갈수록 하이드의 낮은 목소리가 점점 올라간달까. 덕분에 어딘지 귀엽에 느껴지는 하이드였다. 게다가 연기가... 약간 책을 읽는 기분이다.
확실히 노래는 잘하지만 <Alive>를 제외하면 특별히 내 마음에 드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임혜영의 엠마는 귀한 집의 따님 다운 모습이었다. 높은 음을 참으로 잘 소화해내긴 했으나 너무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인데다 소리가 작아서 함께 부를 때 약간 묻히는 느낌이다.

소냐는 뮤지컬 <하드락카페>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발음이 정확하고 힘이 있는 목소리라 약간 기대를 했다. 하지만 파워면에서 확실히 김선영에게 딸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김선영의 루시에 너무 익숙해있기 때문일지도. 목소리나 행동에서도 섹시하면서도 슬픈 이미지보다는 발랄하고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김선영에 비해 연기는 훨씬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노래를 잘 하는 건 분명한데 약간 아쉽다.

루시-소냐

엠마-임혜영

지킬앤하이드-홍광호


이 두번째 공연은 3층에서 봤기 때문에 지난번에 비해 소리가 약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대를 압도하는 면에서는 이미 오래 갈고닦아 숙련된 류정한-김소현-김선영 쪽이 나은 듯 하다.

지킬앤하이드 노래야 많이들 들었을테고, 공식 클럽에 올라온 배우 인사 영상을 링크한다. 류정한의 표정 연기가 재미있다.
연습실 + 배우인사 영상 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