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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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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오랜만의 무림객잔 2권

by 와룡 2009. 4. 21.

무림객잔 2권이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2007년 9월쯤이던가, 1권 출판에 이어 이런저런 문제로 미뤄지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하지만 관심갖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벌써 몇번이나 읽은 내용이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는 느낌이다. 2권의 후기를 읽어보면 보비연이 확실히 나와 비슷한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이미 무림객잔 및 다른 작품에서 '제일인자'로 등장한 바 있는 '탁왕손'이 무공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는 그녀. 그녀의 영웅은 등장하는 장면부터 일인자여야만 한다.
나역시 이청수곽오가 무명지배로 등장해서 무시당하거나 했다면 이 작품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점은 내용이 너무도 판타지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충이니 괴물이니 하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나중엔 용이라도 날아다니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 작품인 화음류소 시리즈는 이보다 더욱 더 '판타지'스러워서 손도 대지 않았다.

화음류소가 무림객잔의 후편이라면(물론 보비연은 무림객잔이 화음류소의 전편이라 표현했다), 그 전편은 <무양풍운록>이다. 앞장을 조금 읽어본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걸 보고나면 무림객잔에서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물론 그 나머지는 화음류소에서 풀릴 것이고.
특히 3권에는 곽오의 과거가 더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무양풍운록>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진다. 오랜만에 3권도 뒤져봤더니 읽어놓고도 내용이 기억안나 깜짝 놀랐다.

2권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인 곽오, 이청수, 철한 중 중심인물인 곽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현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천라교와 화음각의 인물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한 때 화음각 사람이었지만 독립한 희운상 및 그 제자 양일지, 형주의 오월왕, 서장의 디안젠, 천축의 처라예나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건이 더욱 복잡해진다. 때문에 3권까지 다 읽고 나면 '아, 이런 것이었군' 하면서 그 속에 든 이야기에 놀라게 되지만 그 전까지는 너무 얽히고 설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무림객잔은 확실히 잘 쓴 작품이다. 전개가 빠르고 이야기가 내내 극적 긴장감을 준다는 점에서 지겹지도 않다. 하지만 작가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단 세권에 집약하겠다고 나선 것이 문제다. 등장인물들의 수에 비해 이야기의 양이 적다보니 캐릭터를 깊이있게 살리지 못했다. 초반에 보여줬던 색다른 인물 등장 기법이나 이야기 전개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다소 뻔한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세 주인공 중에서 본래도 가장 인상이 약했던 철한의 경우는 2권부터는 아예 본편에서 제외되고 만다(3권에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무림객잔을 읽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이것을 기억할 것이다. 자유분방한 강호의 떠돌이를 그대로 그려보여준 이천의 죽음, 제 손으로 어머니를 죽이고 미쳐가는 능포학과 그의 안식처가 되어줄 보주의 만남. 20년간 헤어진 채 서로를 그리워하던 소장야윤수호의 최후를.
짧은 이야기에서 이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무림객잔이 완벽한 무협소설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근래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 들 중에서는 수작이라고 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웹을 뒤지다 지난날 <금고전기>에 연재될 때의 무림객잔 삽화가 있길래 몇 장 첨부해본다.

:: 무림객잔 청천채 삽화 ::

:: 무림객잔 권무천하 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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