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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뮤지컬과 음악

잊혀져가는 대만 가수 이야기 - 소호대(小虎隊)와 금수이중창(錦繡二重唱)

by 와룡 2009. 8. 12.

내가 막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다. 알고 지내던 화교 선배가 애장하던(?) 가요 테잎을 선물로 주었다. 그 때 들었던 노래들이 어찌나 좋은지, 지금도 난 국내 가요는 잘 안들어도 중화권 가요는 꼭 찾아 듣곤 한다(물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만이지만).

++소호대 멤버++


그 테잎 중 하나가 소호대의 재결합 앨범 <별은 여전히 빛나네(星光依舊燦爛)>이다.
소호대라고 하면, 국내에도 동일한 이름의 그룹이 있었으니 다소 헷갈릴지 모르겠다. 대만 소호대의 멤버는 국내에도 <황제의 딸>같은 드라마로 유명한 소유붕오기륭, 진지붕으로, 활동 시기는 그네들이 10대였던 90년대 초반이다.

**고추잠자리(紅蜻蜓)**

**해체전, 안녕(再見)**


대만의 한 방송국의 공개 오디션에서 최종 3명으로 낙점된 소호대는 대만 최초의 아이돌 그룹으로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지금 우리가 보았을 때 그 촌스러움은 이루말 할 수 없다. 특히 초반의 노래는 나이에 걸맞는 유치한 곡들이라서 듣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기도 한다. 하지만 개 중에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몇몇 좋은 곡들이 있을 뿐 아니라, 진지붕의 입대로 인해 해체 후 재결합 한 후의 앨범 <별은 여전히 빛나네><용인자우(庸人自憂)>, <기쁨은 영원하리(快樂的感覺永遠一様)>은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벽력호 오기륭**

리더인 오기륭은 당시 '천둥 호랑이(霹靂虎)'라는 애칭 답게 가장 남성스러운 느낌으로 여심을 설레게 했는데, 몇 년 전 유덕화 주연의 <묵공>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봤더니 다소 성룡스러워져 있었다.

'귀여운 호랑이(乖乖虎)' 소유붕이야 경요 소설 원작의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고 틈틈히 앨범도 냈다. 멤버 세 사람 중에 가장 잘 나가는데다 목소리도 가장 좋은 편이지만, 솔로 앨범에 그다지 좋은 곡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진지붕은 '멋쟁이 호랑이(小師虎)' 라고 불렸으나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나머지 두 사람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내 생각엔 셋 중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지만, 무엇 때문인지 인기가 가장 떨어진다. 몇 년 전에 죽은 장국영을 기리는 공연에 장국영 역할로 출연했다는데, 언뜻 보면 이미지가 비슷하기도 하다.

**괴괴호 소유붕**

**소유붕, 임지령 주연의 드라마 절대쌍교**



드라마의 인기로 전격 그룹을 결성했던 대만 가수 F4를 처음 접했을 때 소호대 생각이 많이 났다. 우선 이미지부터가 오기륭-언승욱, 소유붕-주유민, 진지붕-주효천

**장국영과 닮았다는 소사호 진지붕**

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데다, 벽력호 오기륭과 폭룡 언승욱은 별명부터가 닮았고, 소유붕-주유민, 진지붕-주효천의 노래 스타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건호는 제외. 소호대가 활동할 당시 오건호 같은 스타일은 있을 수도 없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오건호는 지금 일본에서 활동중인지 아쉽게도 최신 앨범이 일본어다)

소호대는 진지붕의 입대로 사실상 해체하게 되었지만, 마지막 앨범 <안녕(재견)>의 곡에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그리고 과연 진지붕이 제대하자 재결합하고 세 개의 앨범을 냈지만, 시간 탓인지 인기가 시들했고 결국 각자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런 내용들을 알고 각 앨범을 들으면, 사랑 노래라고 여겨졌던 가사들에서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믿어요, 우린 내일 다시 만날거예요. 구름이 저 푸른 하늘을 떠날 수 없는 것처럼. 손 흔들며 했던 그 모든 약속들 이루어질 날이 올 거예요 -- <안녕(재견)>

당신이 있어 오늘이 있고, 약속이 있어 내일이 있죠. 마침내 우리가 약속한 곳으로 돌아왔어요. (중략) 돌아온다는 내 유일한 약속, 다시 만난다는 내 모든 바람 -- <별은 여전히 빛나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라 웹상으로 노래 한곡 찾기도 힘든 소호대. 그 마지막 앨범 <기쁨은 영원하리>는 국내에도 판매되었지만, 역시 테잎 버전이라 보관이 어렵다.




웹에서 우연히 찾은 소호대 해체 시의 콘서트 장면이다. 91년 때라고 하니 과연 부끄러울 정도로 촌스러운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고추잠자리>를 불러서 마응메 들었다(근데 저 기타는 진짜 연주하는 걸까?). 두번째 곡은 <오늘의 날 봐(今天看我)>이다. 당시엔 화려한 춤이었을테지..



그들이 잊혀져갈 즈음,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중화권 노래를 찾아듣다가 아주 마음에 드는 가수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대만 여성 듀엣 금수이중창으로, 멤버는 수금금문(성을 모르겠다)이다.
처음 들은 노래가 3집 앨범 <금수3온난(錦繡3溫暖)><진실을 말해(講眞話)>인데 두 멤버의 목소리가 너무도 곱고 잘 어울린다. 이들 역시 소호대와 비슷하게 초기 앨범은 다소 유치한 노래가 있지만 워낙 목소리가 곱다보니 제대로 된 발라드가 하나라도 섞여 있으면 아주 완벽하게 소화한다.

**나의 super life**

**금수3온난**


내 돈으로 중화권 가수 앨범을 산 게 이들이 처음인데, 사실 사놓고 나서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너무 고와 얼굴도 예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만판 꽃보다 남자인 <유성화원>에서 멤버 중 한 명인 수금이 카메오로 등장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거다.

이들은 <금수낭만사(錦繡浪漫事)>,<여름 여행(夏之旅)> 등 앨범에서 지난날 인기 곡을 리메이크 해서 불렀는데 여기서부터 실패였던지 인기가 사그라졌고 지금은 가끔 드라마의 주제곡을 부르는 정도가 되었다. 사실 대단한 인기 그룹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의 최근 경향조차 듣기 힘들어서 뭘 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얼마전 2007년에 새 앨범 <20년 후의 행복(20年後的幸福)>을 발표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새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신곡은 그 전에 가끔 나오던 곡을 포함해 4곡이고 나머지는 지난 앨범의 인기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금수이중창 멤버, 금문과 수금**

**다소 성장한 금수이중창**


두 그룹 모두 내게는 추억 속의 가수들이고, 지금도 요즘 노래가 지겨워질때면 찾아 듣곤 한다. 특히 금수이중창의 노래는 비오는 날 듣고 있으면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호대> 노래는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정해져있지만 <금수이중창>의 노래는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다(리메이크곡은 빼고^^). 아마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라서 그렇겠지만, 요즘 대만의 인기 여성 듀엣 <Twins>도 목소리는 곱지만 어딘지 확 끄는 매력이 없는 것 같다.


지독한 방화벽 설정 때문에 겨우 찾아낸 <진실을 말해> 뮤비다(뮤비라기엔 너무 심심한데다 도무지 가사도 잘 들리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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