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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드라마 <완화세검록>

by 와룡 2009. 7. 27.

<출연진>
사정봉 .... 호연대장(呼延大藏)
종흔동 .... 주아(珠儿)            
이능정 .... 탈진군주(脱尘郡主)
담요문 .... 자의후(紫衣侯)      
교진우 .... 방보옥(方宝玉)      
양   예 .... 분월(奔月)           
조홍비 .... 목랑신군(木郎神君)
주   리 .... 백염촉(白艳烛)      
   
오랜만에 무협드라마를 찾아보다 고룡님 작품을 영화화했다기에 보기로 했다.
요즘 무협 드라마는 코미디가 트렌드인지 다소 가볍고 유치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데, 완화세검록은 그래도 원작이라고 고룡님의 분위기를 살리려는지 유치한 개그를 남발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물론 드라마 <완화세검록>이 고룡작 <완화세검록>과 아주 똑같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반부 이야기는 아주 고룡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신검 간장과 막야를 찾기 위해 강호를 떠돌던 검객 곽비등은,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는 장인(?)의 계략으로 아내를 오해하여 갓태어난 아들만 데리고 떠난다.
그 아내 백염촉(주리)후연과 결혼하여 또 한 명의 아들을 낳지만, 아버지의 계략으로 인해 곽비등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절벽에서 투신자살한다.
곽비등은 일본섬에서 온 검객과 의기투합하여 막야검을 찾아내지만 둘 중 한 사람만 명검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벌인 결투에서 패한다. 일본 검객은 그의 마지막 부탁대로 그의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 아들이 바로 주인공인(주인공이라는 것은 사정봉이 연기했기 때문에 짐작한 것일 뿐, 원작의 주인공과는 무관) 호연대장(사정봉)이다.

<호연대장과 주아>


사부의 유훈을 따라 중원의 모든 검객과 결투를 벌이기 위해 중원으로 온 그는 친어머니 백염촉의 아버지인 백삼공, 즉 자신의 외조부와 싸워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백삼공은 딸을 잃은 후 손자인 방보옥(교진우)이 무림인이 아니라 관직에 오르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래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으나, 외조부의 죽음을 본 방보옥은 무림 최고수라는 자의후(담요문)에게 사사

<자의후 후풍>

하여 복수를 하기로 다짐한다.
부모를 모르는 두 청년이 운명적으로 서로를 적대하지만 알고보니 형제다, 라는 점은 <절대쌍교>와 유사하다.

자의후는 백염촉의 남편 후연의 아우이자, 백염촉을 사랑한 또 한 명의 남자 후풍으로, 조카인 방보옥을 제자로 거두긴 하지만 철없는 방보옥은 그가 무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그의 양녀 분월(양예)과 함께 놀러다니기 바쁘다. 결국 그를 길들이기 위해 자의후는 다른 사람을 내세워 그에게 무공을 전수한다.

당시 백수궁이라는 사파가 무서운 독을 이용해 강호를 벌벌 떨게 만들고 있었는데, 사파 중 하나인 청목보 또한 그들에게 흡수되길 거부했다가 보주가 독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후계자인 목랑신군(조홍비)은 강호인들이 꺼리는 호연대장, 대완국의 탈진군주(이능정)와 함께 나름 의를 맺고 복수를 다짐한다.

<목랑신군과 탈진군주>

개인적으로는 목랑신군탈진군주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아쉽게도 목랑신군의 사진을 구하기가 힘들다...). 세 사람이 의를 맺는 장면에서는 나름 가슴이 뭉클하면서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 이후 세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사정봉 최근 많은 작품을 찍었지만 그 역할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이제 폼 잡는 역할은 그만하고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었으면 좋으련만. 대사도 별로 없고 표정도 늘 거기서 거

<종흔동의 주아>

기, 연기 경력이 몇 년인데 아직도 저런 역할만 하고 있는지...
사정봉이라는 인물은 사실, 소유붕과 매우 비슷한 면이 있다. 소유붕이 다소 따스한 이미지라면, 그는 비교적 차가운 인상이긴 하지만, 귀족적인 외모덕에 맡은 역할도 유사하다. 특히 <절대쌍교>화무결 역할은 소유붕인지 사정봉인지 헷갈릴 정도지만, 소유붕이 그 후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한데(그래봤자 착한 공자정도겠지만) 비해 그는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어찌나 많은지.
호연대장이라는 인물은 아마 원작에서 <소리비도>아비<초류향전기>중원일점홍 류의 캐릭터였으리라. 말하자면 고룡이 주로 그리는 협객일변도의 인물인데 사정봉의 연기 때문인지 드라마의 각색 때문인지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호연대장의 짝인 주아, 종흔동<설산비호>에서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방보옥의 죽마고우이자 호연대장의 연인인 그녀는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진관희 사건에서 주목을 받았던 두 사람 - 종흔동, 사정봉 - 이 함께 연기까지 했다니 다소 의외이기는 하지만.

탈진군주를 연기한 이능정은 중화권에서 꽤 인기있는 배우인 것 같다. 이 <완화세검록>도 여주인공이 주아냐, 탈진군주냐 말이 많은 만큼 비중 또한 톱스타인 종흔동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종흔동이 전형적인 미녀인데 반해 이능정은 중국적인 미녀라는 느낌이다. 종흔동 스타일도 좋지만, 역할에 있어서는 탈진군주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진을 찾아봤는데 고전복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 더 나은 것 같다.

&lt;탈진군주&gt;

&lt;이능정(탈진군주역)&gt;


담요문은 한 때는 톱스타(과연?)로써 여러번 주인공을 맡았던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중년 역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인공 때보다 오히려 중년 역할이 훨씬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설산비호>의 악인 전귀농에서도 그 연기에 놀랐지만, 중후한 대협 자의후도 잘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 그런지 백염촉에게 사랑 고백하는 씬은 어딘지 어색하다..

<완화세검록>의 또 하나 좋은 점은 복잡한 애정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많긴 하지만, 호연대장-주아, 목랑신군-탈진군주, 방보옥-분월로 명쾌하게 나눠진다. 호연대장-주아는 멋진척 하는 주인공과 착하고 아름다운 여주인공이라는 공식에 꼭 맞는 커플이고, 목랑신군-탈진군주는 내가 좋아하는 능력자 커플이다. 방보옥-분월 커플은 아직 어린애지만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귀엽다.

<방보옥, 그가 주인공>


<분월>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지지부진해지고 캐릭터의 매력도 살지 않는 것 같아 기대에 못 미치지만, 오랜만에 접하는 고룡님의 작품(비록 각색했다하더라도)이니 끝까지 보긴 해야 할 듯 하다.

무협 드라마가 계속 나와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제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녹정기> 등 똑같은 작품을 반복적으로 찍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한 때는 나올때마다 봤지만, 이젠 너무 식상한 테마 아닐까.

찾다보니 발견, 장국영도 <완화세검록>을 찍었군! 방보옥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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