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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와룡 2009.10.19 16:00
(사진 출처 오페라의 유령 공식 홈페이지(http://www.phantomoftheopera.co.kr/)

뮤지컬계의 전설, 지난 2001년 첫 공연 후 소문 무성하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드디어 두 번째 공연을 시작했다(물론 시작한지는 꽤 지났지만^^).



돌이켜보면, 리처드 클레이더만 연주 앨범에서 오페라의 유령 넘버인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듣고 무척 좋아라하던 것이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알게 된 때다. <지킬앤하이드>에서 팬이 되어버린 김소현이 2001년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을 연기했고, 종종 웹상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해서 다시 한번 국내 공연을 하기만을 기대했다.

사실 기대한 캐스팅은 류정한이었지만,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 중에 류정한이 창작뮤지컬 <영웅>에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김소현이 크리스틴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사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캐스팅 일정을 당일 공연 전에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에 예매를 할 때 출연진을 알 수 없다(샤롯데의 특성인가?). 김소현의 공연을 보지 못할까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내가 본 날의 캐스팅은 김소현이었다.

10월 17일 오후 8시 공연 캐스팅

크리스틴 - 김소현

팬텀 - 윤영석

라울 - 정상윤


2001년 판 OST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 <오페라의 유령> 노래들은 내 취향은 아니다. 부드럽고 늘어지는 곡들이 대부분이라서 전 곡을 들었을 때 마음에 든 곡은 <The dress rehearsal of Hannibal>, <Primaddona>, <The phantom of the opera> 등 그나마 경쾌한 느낌의 곡들이었다. 더불어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랑하는 <Think of me>정도.

갈롯타와 피르멩, 앙드레

하지만 실제 공연을 보니, 아무래도 극적인 이야기가 쉴틈없이 진행되며 노래를 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내용이나 곡들을 보았을 때 다소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일거라 생각했지만, 극장의 새 주인 피르멩앙드레, 간판 배우 갈롯타피앙지 덕분에 매우 즐거웠다. 피르멩과 앙드레가 번갈아 메모를 읽으며 떠드는 부분이나, 갈롯타가 "그런 일도~~"하며 방정을 떠는 부분이 어찌나 귀엽던지. 극중 극 연습에서 어리버리한 피앙지도 마찬가지여서 저들을 빼고 <오페라의 유령>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갈롯타는 OST에서 들었을 때도 크리스틴보다 더 높은 톤의 목소리에 감동했었는데, 윤이나 씨가 정말 제대로 불러주었다. 전형적인 오페라 가수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으면, 확실히 곱고 부드러운 크리스틴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야 부드러운 목소리를 더 좋아하니 크리스틴이 좋지만, 파워는 역시 갈롯타가 최고다.

가면무도회에 나타난 팬텀

김소현의 공연을 볼 때마다 그녀에게 잘 맞는 곡이 없어 아쉬웠는데 드디어 그녀가 <오페라의 유령>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었다. 사랑스럽고도 귀여운 목소리로 시작하여 꾀꼬리같이 끝내는 <Think of me>는 정말 감동이었다. <The phantom of the opera> 끝부분에서 호흡이 딸렸는지 빨리 끊어버려 다소 아쉽긴 했지만, 역시 크리스틴은 김소현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연기력도 수준급이었다.
그녀의 예쁘장한 외모며 소녀같은 목소리가 본래부터 크리스틴에 꼭 어울리긴 했지만, 팬텀에게 홀린 듯한 동작이며 표정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발레단 속에 끼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크리스틴은 정말 그녀를 위한 캐릭터라 해도 좋다.

윤영석의 팬텀은 OST에서 듣던 목소리 그대로였다. 어딘지 성우같은 느낌을 주는 똑똑한 발성이 아주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에 그것이 팬텀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 음침하고 어두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꾸 류정한의 하이드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All I ask of you>를 부르는 라울과 크리스틴

가장 아쉬웠던 것은 라울이다. 사실 나는 홍광호같은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라울 역이 정상윤이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무대가 시작되자, 그의 연기가 다소 부자연스러운데다 노래도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데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노래할 때 마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귀기울여 들으면 약간 류정한과 비슷한 미성이 들리기 때문에 괜찮겠다 싶지만, 일단 노래 자체에 별로 감정이 담겨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윤영석의 팬텀은 강한 곡은 강하게, 부드러운 곡은 감미롭게 불러주어 훨씬 극에 몰입하기 좋았다.
라울은 아무래도 사랑에 목숨 건 열혈 청년이 아닌가.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어쩌면 홍광호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샤롯데에서 본 공연은 <라이온 킹>과 이번 <오페라의 유령> 둘이다. 라이온킹도 화려한 무대장치로 유명했지만, 오페라의 유령 역시 그에 뒤지지 않았다. 특히 팬텀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 굴로 갈 때, 배를 타고 무대를 한 바퀴 도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지하 굴의 신비한 분위기도 촛불과 거울 등을 이용해 아주 잘 꾸며 놓았다. 게다가 팬텀이 가장 무도회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나 마지막 의자에서 모습을 감출 때는 정말 마술 같았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날아오도록 제작한 것도, 팬텀이 무대 위의 조형물을 타고 내려오게 한 것도 인상 깊었다. 또 크리스틴은 어찌나 옷을 자주 갈아입는지, 요즘 뮤지컬 답게 배우나 노래 외에 다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한니발>의 화려한 무대

지하 미궁



네이버 컬쳐플러그(http://navercast.naver.com/cultureplug/performance/1088)에서 2009년 공연 OST 몇곡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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