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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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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소오강호> 드라마/영화들

by 와룡 2010. 2. 11.

오랜만에 구석에 있던 외장하드를 꺼내보았더니, 오래전에 모아두었던 무협 드라마들이 들어있었다. 물론 꽤 마음에 든 작품들만 모아 놓은 것이다보니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래전에 재미있게 봤던 1996년판 <소오강호>가 있어서 몇 장면 틀어보았더랬다.

오래전의 드라마다 보니 다소 촌스럽고 편집도 어색하다. 하지만, 지금도 그 많은 <소오강호> 드라마 중에서 최고 수작은 이 1996년판 <소오강호>라고 생각한다.

다소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홍콩과 대만의 양대 무협 소설 작가인 김용과 고룡 중에서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고룡이다. 긴장감 넘치고, 진행 속도도 빠르고, 색다른 소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이야 말로 꼭 내 취향이다. 고룡의 대표작은 캐릭터의 매력이 주를 이룬다. 그가 '인간'에 이야기의 중점을 두었다는 증거다. 반면 김용의 대표작은 줄거리의 재미가 중심이다. 그래서일까, 고룡의 작품을 생각하면 초류향, 육소봉, 이심환, 서문취설 등의 등장인물들이 먼저 떠오르고, 김용의 작품을 생각하면,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등 제목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는 편이라 좋아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고룡의 작품에 포진해있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무협 소설은 김용의 작품 중에 있다. <소오강호>는 그 '가장 좋아하는' 무협 소설은 아니지만, 김용의 작품 중에서 좋아라하는 세 작품 중 하나다.

<소오강호>는 김용의 대표 작품들과 다소 다르다. 일단 역사적 사건이 없다. 그리고 주인공 영호충이 그가 일반적으로 그리는 아둔하거나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소오강호>가 좋고, 영호충이 좋다. 임영영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주인공이다.
그런 면에서 그 많은 <소오강호>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 두 사람의 캐릭터를 가장 잘 살린 것이 이 1996년판 <소오강호>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줄거리도 다른 드라마에 비해 각색이 거의 없다.

이쯤에서 그간의 <소오강호> 드라마를 정리해봐야겠다.
(출처 : 위키백과 중문 http://zh.wikipedia.org/zh-tw/%E7%AC%91%E5%82%B2%E6%B1%9F%E6%B9%96)

 연도  1984  1985  1996  2000  2000  2001
 방송사  무선전시(홍콩)  태시(대만)  무선전시(홍콩)  중시(대만)  신박매(싱가폴)  중앙전시(중국)
 편수  30  30  43  53  40  40
 감독  이정륜  유립립  이첨승      
 영호충  주윤발  양가인  여송현  임현제  마경도  이아붕
 임영영  진수주  유설화  양패령  원영의  범문방  허청
 악영산  척미진  응채령  진채람  진덕용  이금매  묘을을
 전백광  유단  고비  정백린  손흥  진천문  손해영
 의림  황만의  상니  하미전  채찬득  증시매  진려봉

물론 영화도 있다.

임청하의 동방불패

1990년 허관걸 주연의 <소오강호>를 시작으로 1992년 임청하를 일약 스타로 만든 <소오강호2 - 동방불패>가 제작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1993년 <동방불패 풍운재기>라는 영화에서 임청하와 왕조현이 동성애로 등장했다.
하긴, 당시 임청하의 동방불패야 말로 남장여자의 진수를 보여주었더랬다. 나 역시 소설 <소오강호>를 모르던 때라 동방불패가 정말 남장 여자인 줄 알았고, 이름도 영화를 위해 일부러 지어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에서 동방불패는 여자가 아니라 단순히 거세한 남자에 불과하며, 전체 줄거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배역 목록에도 끼워넣지 않았다.

80년대의 무협 드라마를 분명 몇 편은 본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이 <소오강호>는 보지 못했다.
주윤발 판이 있었다는 것은 몇달 전에 드라마를 찾아보다 알았는데, 양가인 아저씨도 영호충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이었다. 그러고보면 <소오강호>의 영호충은 특히나 외모에 무관하게 배우를 뽑는 것 같다.
젊었을 적에는 꽤 어울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양가인 아저씨는 곱상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뒤이어 연기한 여송현은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 봐도 정말 못생겼다. 뿐만 아니라 임현제까지 연기했으니 15년 간이나 배우 복이 없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주윤발의 <소오강호>


여송현의 <소오강호>


영호충과 임영영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도 캐릭터에 무척 잘 어울린다.
특히 의림을 연기한 하미전의 경우는 본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의림'이라는 선량하고 순진한 비구니를 주목받는 캐릭터로 만들어 놓았다.

임현제의 <소오강호>

임현제가 나온다기에 보지 않은 드라마다. 당시 미모의 원영의가 임영영을 연기한다고 해서 꽤 화제가 되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또 다른 화제는 바로 전백광을 맡은 손흥이다. 손흥이라는 배우는 탑스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칠협오의>백옥당 이후로 참 마음에 들어했다. 나 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미 주연을 할 나이는 지났고, 때때로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하곤 한다.

마경도의 <소오강호>

싱가폴 출신인 범문방이 임영영 역을 맡으면서 싱가폴에서 방송된 마경도의 소오강호.
범문방은 그 전에 싱가폴에서 방송한 <신조협려>에서 소용녀를 연기하여 '소용녀 그 자체'라고 칭송받았다. 다소 백치미가 있는 소용녀 역에 꼭 잘 어울리는 여배우이기 때문에 임영영 역할은 어쩐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경도는 하가경을 참 많이 닮은 배우다. 이번에도 사진을 찾아보다 하가경인지 마경도인지 헷갈렸다. 아무튼 오랜만의 잘생긴 배우의 영호충이 나타났다. 그 전까지의 영호충이 나름 '화산파 대제자'라는 명목으로 복장이 다소 통일되어 있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다소 강호의 떠돌이같은 분위기를 잘 살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동방불패 역을 여자배우가 연기한 것 같다.

 이아붕의 <소오강호>

가장 최근에 CCTV에서 방영한 <소오강호>다. 2000년 이후 CCTV에서 제작한 무협 드라마는 유치한 그래픽을 별로 쓰지 않았고 세트장이 아닌 실사 촬영이 많아 꽤 볼만하다. 제일 먼저 방영한 <사조영웅전>은 드라마 사조영웅전을 통틀어 정말 최고였다. 당시 곽정을 연기한 이아붕이 이번에는 영호충으로 분했다.
곽정 역 이아붕은 목소리나 생김새나 아무튼 아둔하고 우직한 곽정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런 그가 영호충을 연기한다기에 정말 미스캐스팅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팬들에게서는 제대로 미움을 받았던 듯하다)
아쉽게도 이 <소오강호>는 각색이 너무 많았다. 특히 임영영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변해있다. 사교라고는 해도 강호에서 유명한 한 교파의 성녀로써 기품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선악의 구분이 다소 모호한 그녀를 그냥 일반적인 강호 여자로 바꿔놓아 아주 실망스러웠다.

 영화 <소오강호>

허관걸 주연 영화 <소오강호>




생각해보면 <동방불패>의 출연진이 꽤 괜찮다. 영호충 역 이연걸, 동방불패 역 임청하, 임영영 역 관지림, 악영산 역 이가흔이다. 관지림의 외모나 스타일을 보았을 때 임영영도 꽤 예뻤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임청하가 너무 카리스마 넘치게 나오는 바람에 완전히 묻혔다. <동방불패>야 국내에서도 워낙 방영한터라 익숙한데도 관지림의 모습이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롤플레잉 게임 <소오강호>


그러고보니 게임도 있어서 올려본다. 국내에도 출시된 게임이었는데, 난 왜 못해봤을까?

영화 <소오강호>가 올해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영화라고 하면 엄청난 각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배우가 영호충 역 금성무, 임영영 역 주신, 동방불패 역 주걸륜이란다. 최근에 열심히 영화를 찍고 있는 주걸륜인데 과연 동방불패로 출연할지 어떨지는 의문이다. 듣자니 중국에서 가장 '얄미운' 배우 3위에 꼽혔다던데, 이제 슬슬 인기가 떨어지고 안티가 늘어나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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