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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드라마 《신유성호접검》

by 와룡 2011. 4. 4.


장르 : 무협 드라마
방영 : 2010
출연 : 진초하 - 맹성혼 역
         진의함 - 손소접 역
         황유덕 - 율향천 역
                    왕   염 - 고노대(고기평) 역
                 유덕개 - 손옥백(노백) 역
     하   강 - 엽상 역
           상위림 - 한당 역      
 
오랜만에 무슨 무협드라마가 있나 찾아보다가 공들여 골라낸 작품이다.
내가 감성이 무뎌져선지, 아니면 최근 스타일이 그런지 몰라도, 요즘 무협 드라마는 어쩐지 유치해서 한 두 편을 보다가 그만두곤 했다. 그래서 이번엔 사람들의 평가도 자세히 보면서 고심끝에 골랐다.

결론은 성공이다.
뒤편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이런 무협 드라마, 정말 오랜만이다.

일단, <유성호접검>은 고룡 님 작품 중에 유일한 자객 이야기다. 하긴, 고룡님의 캐릭터 중에 고독을 씹는 자객 스타일 캐릭터는 자주 등장하는 편이긴 하다. 이 작품에서도 고룡님은 인간의 외로운 본성과 잔인한 본성을 유감없이 표현해냈는데, 그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울하고 어딘지 찜찜한데도 있다.
유성호접검의 악인인 율향천은 훗날 <무림외사>왕련화의 전신이었던 것처럼 두 캐릭터가 닮았다. 나는 고룡님의 악인 중에서 왕련화를 꽤 좋아하기 때문에 율향천에게도 나름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다 이 율향천 역을 최근 <삼국지>에서 주유를 연기한 황유덕이라고 하니, 꽤 비중있는 역할을 주려나보다며 기대도 되었다.

사실 책을 읽은지 오래되어 세세한 줄거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에서도 엽상이 저렇게 멋있었던가?
이 드라마가 초반에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 것은 고노대의 악랄한 매력과 손소접, 엽상의 순수한 첫만남이다. 엽상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좀 과장스런 머리 스타일에 '헉' 했지만, 갈수록 역할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며 연기력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유덕화를 많이 닮았고, 실제 주인공인 맹성혼 보다 잘 생겨보였다.

여주인공인 손소접도 참 오랜만에 보는 예쁜 배우였다. 캡처화면만 보고도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에서도 그녀가 나올 때마다 어찌나 예쁜지, 엽상이나 맹성혼이 한 눈에 반한 것도 무리가 아닐 듯 싶었다.


왕염은 드라마 <무림외사>에서도 고룡 스타일 전형적인 악녀 백비비로 등장한 적 있다. 사실 예쁜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할 여주인공을 맡지는 못했지만, 연기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드라마 <신유성호접검>에서 왕염의 고노대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고노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시키는 당차고 영리한 여자다. 원작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의 그녀는 율향천과 함께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해가는 역할이자, 야망과 사랑을 동시에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다.

<유성호접검>의 주인공은 맹성혼과 손소접이지만, 그들은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손옥백이고, 맹성혼은 우연히 그 이야기에 끼어들었을 뿐이다. 물론 고룡님이 말하고자 한 인간의 고독과 인생의 아름다움은 맹성혼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사건을 이끌어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주인공다운 매력은 조금 부족하긴 하다.

사랑스런 소접

고노대와 엽상


드라마 <신유성호접검>에서도 초반 맹성혼의 역할은 거의 없다. 엽상이 손소접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객의 마음을 잃어버림으로써 고노대를 떠나려고 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고노대는 네 명의 자객을 놓아주고 싶지도 않고, 또 강호를 제패하겠다는 야망도 이루기 위해서 엽상과 맹성혼에게 손소접의 아버지인 손옥백을 살해하라고 명한다. 하지만 엽상은 손소접을 사랑한 바람에 명을 달성하지 못했고, 맹성혼은 손옥백의 인물됨에 반해, 덧붙여 고노대에게 실망함으로써 명을 어기고 만다.


원작을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원작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고서도 조금 지루한 부분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고 생각한다.

맹성혼과 소접


주요 인물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몇 명 눈에 띈다. 손옥백 휘하 최고의 고수인 한당이 그 중 하나다. 오로지 살인 밖에 모른다는 한당이지만, 엽상을 죽이지도 않고 손소접을 보호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외모도 그렇지만 가끔 보이는 눈빛 연기가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십이비붕방 소속이자 율향천의 아내로 위장하 손부로 잠입한 호수아 역시 처음 볼 땐 별로였지만 갈수록 매력적인 여자가 되었다. 고노대가 말 그대로 악녀라면 호수아는 만붕왕에게 충성하는 영리한 여자일 뿐이니 악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 적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되었을 거라며 의기투합했다.

고노대와 호수아



드라마 <신유성호접검>은 총 30편인데, 아껴보느라 다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암튼 다 보고 나니 새삼 손옥백의 담대함에 감탄했고, 쿨한 호수아에게 자꾸 마음이 쏠린다.
자신의 아들이 그렇게나 미워하던 율향천의 아이가 아니란 사실에 뛸듯이 기뻐하는 소접을 보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끝내 엽상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주진 않는구나 하며 아쉬워했다. 엽상을 그리워한 사람은 결국 고노대 뿐인가.

처음 볼 때도 그랬지만, 엽상은 왜 손소접 앞에 직접 나서지 않았을까?
한당이 자꾸 찾아오면 죽인다고 해서?
아니면 손소접에게 용서 받지 못할까봐?
그의 행동에 대한 뾰족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최대 문제점이다. 그야 원작처럼 맹성혼이 손소접을 만나려면 엽상과 손소접이 맺어져선 안되겠지만, 매일 술이나 마시며 한탄하는 것보단 그냥 당당하게 나서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젠 10년도 더 지난 옛날 영화지만, 아마 <유성호접검>하면 이 영화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보긴 봤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포스터를 보아하니 고노대 역할이 꽤 비중있었나 보다. 게다가 출연진도 화려...

양자경 - 고노대 역
양조위 - 맹성혼 역
왕조현 - 손소접 역
견자단 - 엽   상 역
탁종화 - 율향천 역
임지령 - 가황야 역
서금강 - 손옥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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