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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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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독후감

브리다, 오랜만의 연금술사 느낌

by 와룡 2011. 4. 5.

<연금술사>를 읽은 후 파울로 코엘료를 '좋아한다'고 망설임없이 말했던 나다.
하지만 그 후의 소설들은, 그것이 <연금술사> 전에 발표된 것이든 그 이후에 발표된 것이든 읽는 족족 실망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기를 포기한 지 몇 년 째.

온라인 서점에서 최신작 정보를 보고나면 꼭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펼쳐지지 않았던 게 벌써 몇 권째던가. 나름 제목들은 마음에 들었는데도 손에 쥐어보지조차 않은 게 많았다.

그리고 이제 <브리다>.

이북 단말기 구입 후로는 주로 전자책을 사 보는데, 때마침 <브리다>가 전자책으로 나온데다 교보문고에서 30% 할인까지 해준다기에 얼른 샀다. 그 전에 서점에서 앞 부분 몇 장을 읽어보고 이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던 것도 한 몫했다.

브리다를 읽으면서 참 오랜만에 <연금술사> 때의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때만큼의 감동은 못 받았지만, 내 삶에 희망을 주는 약간의 깨달음은 얻었다.

<연금술사>도 그렇고, 이 <브리다>도 그렇고, 줄거리에서보다는 그 캐릭터의 어떤 생각, 하나의 행동에서 지금 내 모습을 느끼곤 한다. <연금술사>는 자아실현의 이상을 표현했지만 <브리다>는 진리 탐구의 끝이 결국 사랑의 실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했다. 둘 다 현실의 규칙에 타협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감으로써 얻는 자유를 찬양(?)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목 매며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 부러움을 느끼고 나도 함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물론, 그렇게 용기를 얻는 것만으로 끝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지만, 그냥 그런 청량감을 느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내가 파울로 코엘료의 다소 영적인, 혹은 종교적인 색채를 깨우쳐서 그런 건지 몰라도, 어쩐지 <브리다>에서는 <연금술사>에는 없었던 종교적 느낌이 난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의 감동이 덜어진 모양이다. <연금술사>는 정말 기적같은 책이라서, 그걸 읽은 사람 중에 좋았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을, 난 아직 못 봤다.
<브리다>는 다소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그러나저러나 처음 이북을 살 때와는 달리 좋은 컨텐츠들이 전자책으로 많이 나와주어 만족스럽다.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한 번 읽고 별 다른 감동도 얻지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전자책으로 읽은 후 정말 마음에 든 책만 구입하기로 결심했었다. 아쉽게도 최근 출판된 책 중 전자책으로 나오는 게 몇 권 되지 않아서 결국은 실물 책으로 사게 되기도 하지만, 점차 컨텐츠가 늘어나고 있으니 보고 싶은 족족 전자책으로 보게될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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