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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야연

by 와룡 2007. 1. 28.


(나비노트 산 기념으로 손글씨로 올려본다)
장쯔이가 최근에 찍은 영화다. 그러고보면 정말이지 끝없이 영화를 찍어대는 것 같다. 이래저래 말이 많아도 역시 최고인기배우임을 반영하는 것일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 출연 영화 중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느낀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배우로써의 매력이 충분해서 어디에 출연하든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만, 영화 내용이 마음에 든 건 없다. 예술 영화에 대한 이해력의 부족인가?

<야연>은 대사가 극히 적은 영화다. 중국 고유의 문화인 '무협'을 세상에 알리게 된 <와호장룡>의 맥을 잇는 느낌이다. <와호장룡>이후 세계에 내놓겠다는 중국 무협 영화 중 박력있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야연>도 다를 바 없다.
와이어가 확연히 느껴지던 <와호장룡>에 비하면 좀 세련된 듯 하지만, 속도감과 박력보다는 예술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서, 아름답다고 느낄망정 멋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슬로우 모션의 남발, 싸움이라고 느낄 수 없는 조용한 배경 음악. 이리 저리 뚝뚝 끊기는 내용들.
이렇게 실망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보게 되는 것은, 무협에 너무 물들어 있었기 때문일까?


<야연>의 배경은 오대십육국 시대. 이야기가 펼쳐지는 왕조는 정확히 어딘지 나타나지 않는다.
황후인 문완은 태자 무란과 연인이었으나 황후로 책봉되는 바람에 그와 헤어진 사이다. 무란은 이에 상심해 멀리 오월지방으로 내려가 음악과 예술에 심취하게 되었다.
훗날 황제는 아우의 손에 독살당하고, 형 대신 즉위한 아우는 아름다운 형수를 다시 아내로 맞아들인다. 문완은 사랑하는 태자를 위해 황태후가 아닌 황후로 남아있기로 했다.

황태자는 물 속에 숨어 숙부가 보낸 근위대를 따돌린 후 무사히 황궁으로 돌아온다. 그를 맞은 것은 약혼녀인 은청이다. 그녀는 황제가 공식적으로는 전갈에 물려 죽었다고 전해졌다고 일러주었다. 은청의 아버지는 태상경을 맡은 대신이지만, 자신의 목숨과 가족을 위해 새 황제와, 두 번째 황후로 책봉되는 문완을 인정한다. 그의 아들은 새 황제에 반대하던 유주절도사가 처형되자 그 뒤를 이어 유주로 떠난다.

문완은 여전히 황태자를 잊지 못했고, 태자역시 그녀를 잊지 못했다. 한때 두 사람이 함께 연습하던 월녀검은 이제 사랑하면서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외로운 노래, 월인가를 새기는 데만 사용하게 되었다. 은청은 이 월인가를 읽으며, 여전히 황후를 사랑하는 황태자를 가엾이 여긴다. 그녀 역시 황태자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얻지 못했지만, 그녀는 소유욕보다는 사랑을 아끼는 마음이 더 강한 것 같다.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며 아버지의 근심을 샀지만, 그런 그녀는 <야연>의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순수하고도 포용력 있는 사람이다.

태자 무란은 누군가에게서 전해들은 대로, 숙부가 아버지를 독살하던 장면을 연출하여, 황후책봉식에서 공연한다. 깜짝 놀란 황제는 태자를 거란에 인질로 보내겠다고 선포하고, 몰래 근위대를 시켜 죽이도록 명한다. 이를 짐작한 황후는 태자를 따라나서겠다는 은청을 매질하는 등 은씨 집안을 협박하여, 유주절도사로 있는 은준이 태자를 구하도록 종용한다.

태자의 목숨도 목숨이지만, 그녀는 언젠가 마음이 떠난 황제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 두려워져, 그를 독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태자 역시 황제를 죽이기 위해 그녀와 같은 곳에 독을 구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독 파는 사람은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독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보다 더 독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대답한다. 무란은 마음이 여려 차마 그 독을 사지 못했으나, 황후는 독을 산 후 입을 막기 위해 장사치에게 자살을 명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은씨 집안과 손잡아 황제를 죽인 후 스스로 즉위하려 마음먹었으나 은씨 집안에서는 오히려 어부지리로 자신들이 황위를 얻으려 했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제목인 <야연>이 벌어진다....

충분히 다른 방법들이 많았는데도, 굳이 술에다 독을 타서 마시게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더군다나 극적으로 그 순간, 은청이 나타나 노래를 청하고, 황제는 굳이 또 술을 마시지 않은 채 그녀에게 하사하다니.
이 황제 또한 이상하기 그지없다. 권력 때문에 형을 죽였다면 그대로 떠날 이유가 없다. 형수 때문에 형을 죽였다면 더더구나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 돌아섰다고 쉽게 믿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그는 순정파였던가.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 손에 최후를 맞기를 희망했다.

당왕조의 뒤를 이은 환란의 시대 오대십국. 말이야 그렇지만 복장과 궁궐의 화려하기는 최전성기의 당나라보다 더한 것 같다. 아름다운 화면이 하나의 볼거리가 되어 영화의 맛을 더하기는 하지만, 내용과 진행은 좀 더 보완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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