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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테이, 소심한 독창회...

by 와룡 2011. 8. 8.


마지막으로 대중가수 공연을 본 게 언제더라. 대학생 때였으니 거의 10년 정도 되었을 듯. 아마도 신승훈 콘서트였을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 음악을 듣고 즐기는 걸 좋아하지, 소리지르고 따라부르는 등 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관객들의 '참여'를 많이 요구하는 콘서트가 다소 부담스러워서 가는 걸 그만두었더랬다.

나보다 더 공연을 좋아하는 그가, 어느날 갑자기 《오페라스타》 테이의 공연을 예매해뒀단다. 나도 테이의 클래식을 좋아라했던 터라 따라나섰지만,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작은 홀에서의 공연이고, 자기 노래도 아니고 TV 프로그램의 우승 기념(?)으로 하는 공연이다보니 한 시간 좀 넘게 할까, 몇 곡만 하고 말겠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사실 테이라는 가수를 잘 모른다. 《오페라스타》에서 보여준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게 됐지만, 그의 노래는 정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그야, 지나가다 들은 건 있겠지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는 하나도 없다.

오페라스타 테이의 '소심한 독창회'는 3막으로 구성되었는데, 1막과 3막은 테이 자신의 노래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였다. 그 여러 곡 중에서 내가 들어봤다 싶은 테이의 노래는 마지막에 부른 한 곡 뿐이었다. 본래도 귀공자 스타일의 테이지만, 공연을 보니 워낙 재치있으면서도 매너도 좋아서 호응을 해주고 싶었는데, 노래를 몰라서 못해준게 미안할 따름이다.
테이의 말마따나, 나도 그의 노래보다는 <여자의 마음>을 불렀을 때 더 환호했으니까^^;


본 공연인 2막은 《오페라스타》에서 부른 노래들로 이뤄졌다. 내가 정말 좋아라한 <여자의 마음>에 이어, <무정한 마음>, <별은 빛나건만>이 이어졌고, 뜻밖에도 《오페라스타》에서 멘토였던 소프라노 김수연 씨와 바리톤 서정학 씨까지 나와 <인형의 노래><나는야 거리의 만물박사>를 불러주었다.
난 2층 테라스석에 있었는데, 김수연 씨 공연 중에 누군가 슬그머니 우리 객석으로 들어왔더랬다. 무슨 소리가 나 돌아봤더니 서정학 아저씨가 사람들을 비집고 앉아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싸인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하긴, <나는야 거리의 만물박사>를 부르기 위해 올라와있는 것이니 싸인을 받을 분위기는 아니었지...

두 멘토는 물론이고, 테이 역시 클래식은 본인 말 대로 '생목'으로 불러주어 더 와 닿았다.
김수연 씨의 나이는 내가 알 리 없지만, 나도 저렇게 예쁘게 나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고왔다. 게다가 저 높고도 청아한 목소리라니.
서정학 씨의 엄청난 성량은 뭐, 말할 필요도 없겠다.
테이 본인은 '생목'으로 부르는 게 힘들다고 했지만, 그간 많이 다듬었기 때문인지 목소리도 잘 들리고 훨씬 표현력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호흡이 좀 딸린 듯 했다는 것.
결승 무대에서 서정학 씨와 함께 부른 영화 《대부》의 OST <더 작은 소리로 말해요>는 TV서 봤을 때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공연에서 들으니 화음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고 피아노 소리...
나를 또 피아노 앞에 세울, 멋진 피아노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테이가 새롭게 한다는 밴드 핸섬피플의 키보드 최영호 아버님의 솜씨가 워낙 뛰어나,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런데 하고픈 것이 너무 많다, 탑 밴드를 보면 기타를 치고 싶고,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보면 춤을 추고 싶고...)

재치있는 테이의 입담에 참 많이 웃고, 박효신 - 신승훈 - 임재범의 모창에 놀라면서도, 특징을 콕 찝어낸 표현에 배꼽을 잡고, 또 잔잔하고도 힘있는 노래에 박수도 많이 쳤다.
티켓값은 비싼데 실제는 별로 볼거리도 없는, 몇몇 뮤지컬보다야 훨씬 알찬 공연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여자의 마음>이나 한 번 더 불러줬음 했는데, 앵콜 곡은 <물망초>였다. 결승 무대에서 부른 곡인데도 2막에서 부르지 않아서, 누군가는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일부러 그런 구성이었나보다.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을 포함해서 약 3시간.
그가 3막에서 불러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노래'인 6집에 들어있는 자신의 노래, <이별 뒤에 처음 내린 비>를 다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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