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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라이온킹 in Broadway

by 와룡 2013. 5. 26.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후로, '라이온킹', '라이온킹'을 얼마나 외쳐댔는지 모르겠다.

애들이나 보는 거라며 모른 척 하고 있다가 별 생각없이 국내 초연을 한 번 봤었는데, 비록 애들 취향이긴 해도 노래 몇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마음에 남았다.


특히 They live in you와 Endless night. 그 중에서도 내가 한 번 보고 반해버린 Jason Raize 의 심바.




한국 캐스팅의 심바 역할이 다소 아이같은 느낌이어서 이렇게 힘차게 부르는 심바가 무척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국내에선 재연할 낌새조차 없다.

얼마 전에야 들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선 뮤지컬 <라이온킹>이 실패였단다. 그래서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고. 브로드웨이에선 연일 만원이라는 공연이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 기억엔 당시 뮤지컬 붐이 지금처럼 크게 분 때도 아니었고, 또 캐스팅 중에서 유명한 배우, 말하자면 티켓 파워가 있는 인기 배우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의 캐스팅 사전 공지'가 없어서 그날 그날 누가 나올지도 모르는 공연이었다.

우리 나라 뮤지컬 공연은, 팬심에 좌우될 때가 많다. 게다가 한 번 팬층을 만들어 재탕, 삼탕을 노려야 한다. 

그런데 당시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없고, 하다 못해 첨 본 배우라도 마음에 들어서 또 보고 싶은데, 그 배우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누가 굳이 골라 보려나?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우리 나라에서 멋진 심바를 보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브로드웨이로 가기로.





이왕 간 김에 <아이다>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이다는 공연이 없었다... 우리 나라에선 <라이온킹>보다 <아이다>가 더 인기인데.


어쨌거나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보러 간 브로드웨이 <라이온킹>.


미리 예매해서 둘째 줄이라는 아주 만족스러운 자리에 착석.

꼬마 심바와 나라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이건 애들 공연이 아니구나 싶었다. 무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언제나 악역에 마음을 뺏기는 내가 좋아하는 스카도 나쁘지 않았다. 스카는 노래보단 중얼거리는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듯.



무파사와 스카는 다 사자일텐데, 한 무리에 숫사자가 둘이나 있을 수 있는 건가? 아니면 그래서 싸움이 났나...

아무튼간에 무파사는 정통 사자 모습인데 스카는 덜 사자같은 모습이고, 듬직한 사자보다는 날씬한 몸매를 했다. 

무파사의 얼굴은 머리에 씌우는 거지만, 스카는 머리에 매달려 있어서 동작에 따라 고개를 들거나 숙일 수 있어서 좀 더 역동적이다. 그래서 하이에나들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또, 오랜만에 본 <라이온킹>의 여러 동물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배우는 힘들겠지만, 보는 사람은 감탄을 금치 못할 기린 - 특히 난 요즘 기린이 좋더라.


 


기린 못지 않는 존재감, 코끼리.



사슴떼던가.. 때때로 나타나 팔딱거리는 동물들. 암사자들 사냥에서 잡히기도 한다.



잘 나오진 않지만 진짜같은 얼룩말.




애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품바와 티몬 (품바는 뭐고, 티몬은 뭐지? -_-;;)



무파사와 스카는 괜찮았지만, 내가 제일 기대했던 심바는 조금 아쉬웠다. 겉모습은 단단해보여서 굵은 목소리로 힘차게 부를 줄 알았는데 다소 부드러운 편이어서.

반면에 기본 캐릭터가 허스키 보이스인 나라는 노래도 잘 하지만, 내 취향의 맑은 목소리여서 좋았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나는 별 관심없지만, 보통은 좋아라 하는 라피키. 공연 보고 나와서 기념품 가게에 갔더니 라피키가 무슨 동물인지 상세히 써 있던데 지금은 잊어버렸다. -_-;;

이 라피키는 박지선 식 '고주파음'을 내는 게 나름 귀여웠다.



밉지 않은 악역 하이에나 삼인방. 난 본래도 Chow down이란 노래를 좋아해서 얘네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더랬다. 일부러 살려준 건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결국 심바를 살려주었고, 마지막엔 스카를 죽여준 애들이니 나름 주인공 편이라 볼 수 있겠지.



사진으로 도배를 한 것 같은데...

심바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오랜만에 본 라이온킹 무대여서 뉴욕까지 간 보람은 있었다. 심바는 워낙 Jason Raize에 익숙해져 있어서 기대가 컸던 탓이겠지.

혹시 다시 Jason 같은 배우가 심바를 연기하게 된다면, 그 소문을 내가 듣게 된다면, 또 한 번 보러가야겠다, 여건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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