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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와룡 2014.11.09 23:42

요즘 새로운 뮤지컬들이 항상 기대 이하라는 것을 알면서도, 류정한이 출연하다고 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팬심이기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친 작품이 있긴 하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었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그런데 이번에는 <드라큘라>에 나온다고 한다. 어쩐지 이미지가 겹치는 느낌.


뮤지컬 <드라큘라>는, 그 동안 류정한이 나온 작품을 늘 보았지만, 여 주인공 중심의 극들이다보니 그의 매력을 발산할만한 노래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차에, 그나마 남자 주인공 중심이고, 강한 캐릭터일 것 같은 기대에 보게 되었다. + 멋진 정선아도 나오고!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예매 하기 전에 이번에도 실망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미리 후기를 찾아 보았는데, 나름 뮤지컬을 많이 본 듯한 분의 '류정한이 양준모에 압승'했다는 식의 평가를 읽고, 믿고 보기로 했다. 그 분의 평가에 공감한다. 이번 작품은 그냥 류정한의 독무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루시를 맡은 이지혜 씨의 노래도 정말 훌륭했다. 처음에는 그냥 조연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엄청난 파워를 쏟아내고 떠날 줄이야.


나이든 드라큘라 백작이었을 때는 <맨오브라만차>의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변신하는 순간 - 물론 어떻게든 멋있게 보이기 위해 애를 썼겠지만 - 어찌나 멋있게 변하는지! 이 장면은 솔직히 류정한 보다는 더블캐스팅된 김준수의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만, 어쨌거나 류정한은 덩치가 있어서 그런 파괴적이고 강력한 등장 장면이 꽤 잘 어울렸다.

일단 <Fresh Blood>로 힘차게 시작한 공연. 오래전에 죽은 연인을 그리며 불멸의 삶을 살던 드라큘라 백작이 그녀의 환생인 미나를 다시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 젊은 피를 얻어 젊은이가 된다. 미나는 이미 약혼자가 있어서 그를 거절하고 싶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그와 연인 사이였다는 것을 느끼고 흔들린다. 그 사이 미나의 친구인 루시는 결혼을 앞두고 드라큘라 백작의 유혹에 빠져 그의 피를 마셔 뱀파이어가 된다.


류정한 - 신선한 피(Fresh Blood)

나는 루시가 되살아날 것이라곤 생각도 못해서 무덤에서 나올 때 깜짝 놀랐다. 그 으시시한 분위기에서 루시와 드라큘라 백작이 <Life after life> 열창을 할 때 정말 눈을 떼지 못했다. 마지막에 천둥 번개는 좀 유치했지만 (이제 지킬앤하이드 따라하기는 그만!), 오랜만의 류정한의 힘찬 곡을 들으니 힘이 난다.



그리고 곡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드라큘라 백작이 미나에게 자신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눈물로 호소하는 노래가 무척 감동이었다. 앞 뒤로 강력한 노래들이 있어서 그런 애잔한 노래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건 내가 극에 너무 푹 빠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류정한의 표현력이 발군이어서 그런건지, 드라큘라 백작의 슬픔에 나도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는 악역이고 여기서 이렇게 가여워보이면 안되는 건데... 그리고 알고보면 그 과거도 뻔한 내용이고 별달리 감동적일 것도 없는데도, 류정한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절절한 슬픔에 마음이 아파진다.

<지금 이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몇 번이나 <지킬앤하이드>를 봐도 그 노래만큼은 그저 그렇게 넘어가던 내가가, 딱 한 번 류정한의 <지금 이순간>을 듣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날 류정한의 컨디션이 최고였기 때문일까. 아마 드라큘라에서도 이 정도면 당일 류정한의 컨디션이 무척 좋았던 모양이다.


류정한, 이지혜 - 영원한 삶 (Life after life)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반헬싱 무리와 드라큘라의 대결. <It's over>는 본래 브로드웨이 무대에는 없던 곡인데 나중에 어떤 배우를 위해 특별히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다소 유치하지만 나름 신나는 곡이어서 뮤지컬 <드라큘라> 곡들 중 인기곡으로 꼽는다.


아쉽게도 It's over는 김준수 버전 밖에 없다...


반헬싱이 아무리 뱀파이어를 잘 알고 강하다지만, 드라큘라 백작은 뱀파이어의 우두머리(?)여서 그런지 왠만한 마늘이나 십자가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저 모습을 보고 반헬싱이 드라큘라를 죽일 수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이야기는 반헬싱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함께 본 사람은 왜 갑자기 죽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비약이라고 했다. 나도 약간 비약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작품에서 드라큘라를 죽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싶었다.


작품 자체 내용은 시시콜콜 따져보면 다소 부족한 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좋은 곡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프랭크 와일드 혼의 곡을 좋아한다나~), 그리고 배우들의 매력 덕분에 재미있게 볼만했다. 오랜만에 류정한의 제대로 된 노래를 듣는 것도, 류정한 팬의 입장에서 퍽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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