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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랑야방 좀 더 자세히 알기 - 무협 이야기

by 와룡 2016. 7. 22.

랑야방 무협 이야기를 써 볼까 한다.

랑야방은 무협 소설이라 할 수는 없지만, 워낙 무협이 중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그런지 무협 요소가 있긴 있다. 

무협같은 랑야방 - 린신의 검법 수련 (혹은 자랑)


<대막요> 에도 주인공인 금옥이 무술을 쓰기 때문에 무협 용어가 몇 번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로맨스 소설이다보니 가능한 무협 느낌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랑야방>은 주인공인 매장소가 강호인이므로 무협 요소는 살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워낙 인기 있는 작품이고 무협 소설 팬들이 아니어도 <랑야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무협 용어가 낯설게 느껴진다고 들었다.


무협 소설에 빠져서 중국어를 시작하게 된 나로선 인기 소설 <랑야방>에서 무협 이야기가 나오니 그저 좋기만 하다. 랑야방 초판본에는 우리의 귀염둥이 언예진과 소경예의 강호 유람기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재판 때 빠졌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 측면에서는 무협 이야기가 빠지는 것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간에 출판된 정식본에 무협 이야기는 아주 많지 않지만, 내가 아는 만큼 만이라도 공유해볼까 한다.


강호란?

"강호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무협 소설계(?)에 유명한 말이 있다.

인재강호(人在江湖) 신불유기(身不由己) 

사람이 강호에 있으면 그 몸은 자기 것이 아니다.

<다정검객무정검> 에서 고룡이 한 말이다. (이 말이 우리 나라에 잘 알려져 있나 하고 잠시 찾아봤더니 마치 김용이 한 말처럼 나와 있다!! 이럴수가!! 강조하지만 이건 고룡의 명언이다!! -- 흥분한 고룡 광팬)

고룡은 사람이 있는 곳이 곧 강호라고 했다. 강호란 그저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뭉치고 흩어지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강호에는 무술만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랑야각'처럼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도 있고, 

랑야각 서고

'약왕곡'처럼 약을 만드는 곳도 있고, 

약왕곡 곡주

'장풍표국'처럼 물건을 호송해주는 사람도 있고, 

장풍표국 행차 (너무 너무 너무 오래된 드라마라 화질이...)

'대자객교' 같이 청부살인을 하는 곳도 있다. 

대자객교는 아니지만 유성호접검의 자객 맹성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자기들만의 삶을 영위해하는 곳이다. (물론 대부분이 무술을 한다. 무술을 해야 살아 남을 수 있으니까)

쓰고 나니 더 모호해지는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처음 무협 소설을 읽을 때 '강호'가 뭔지 확실히 와닿지 않았다. 어쩌면 모호한 게 당연할지도. 난 처음에 강호도 나라처럼 딱 정해진 구역의 '강호'라고 하는 땅이 있는 줄 알았다. 그 때의 나처럼 생각하고 있던 분들은 이제 그 개념을 싹 바꾸시라!

강호는 특정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강호인들이 있는 곳이 강호다. (그럼 강호인은? 강호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 강호는? ...)

그런 말은 나도 한다.

마침 네이버에도 이런 설명이 있으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강호에는 법이 미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것도 아니다. 강호인들이 소란을 피우다 관아에 잡히면 일반 백성과 다를 바 없이 처벌을 받는다. 

한 때 유명했던 (나도 무지 즐겨 봤던) <판관 포청천>은 개봉부라는 수도가 배경이지만 강호인들이 온갖 소란을 피우고 붙잡히고 달아나곤 하니, 법이 미치는 곳과 강호가 전혀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 <판관 포청천>에 나오는 칠협오의의 막내 백옥당은 누가 봐도 강호인이지만 전조와 나란히 싸운다. 즉, 강호인과 관리가 전혀 딴 세상 사람은 아니라는 말. (그러고보니 백옥당 정말 좋아했는데, 찾아보니 미화된 그림과 미남 배우가 맡은 모습들이 가득하다. 어디든 다시 나오면 좋겠다!! 흰 옷의 백옥당은 어쩐지 린신과도 닮은...)

<포청천>의 전조와 백옥당전조와 백옥당 미화 버전

강호가 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으니 일단 여기까지.


무공

지금까지는 '무술'이라고 썼지만 이제부턴 '무공'이라고 쓰겠다. 

무술이라 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든 있는 싸움 기술이다. 반면 무공이라 하면 중국 만의 독특한 무술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술이 '형식'이라면 무공은 '그 형식을 만들어내는 기반 능력'이다. 

물론 태권도와 무에타이에도 내면의 심오한 뜻이 있겠지만, 중국의 무술은 무술 자체를 '기술'이라기 보다 '수련'이라고 생각해서, 싸우는 방식과 형식보다는 '내공'을 좀 더 중요하게 본다. 그래서 '무술'이 아니라 '무공'이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무술을 중국어로 읽은 '우슈'는 중국 무술을 의미함 ㅎ 이건 또 뭔. 사족으로 쿵후 - 재주라는 뜻의 공부(功夫)를 중국어로 읽은 것 - 도 중국 무술임. 주로 서양인들이 부르는 말 (이소룡의 영향이라는 말이...) )

쿵후 = 우슈 = 무공

무공은 크게 다음처럼 분류할 수 있다. 

내공(內功) - 앞서 말한 내면의 힘(!!) 나도 가져본 적 없어서 모르지만 익히고 나면 단전에 뭔가 모이는 기운 같은 것이 있단다. 내공이 높으면 손가락 하나 퉁겨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무협 소설을 안 본 사람들은 엄청난 뻥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내공을 익힐 때는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싸움을 잘하게 되다니)진짜 싸움하는 법을 익힐 때는 이렇게 해야...

강호인들의 싸움에서 내공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공은 막~~ 남들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마법력보다 더 활용도가 높다. 몇 세대 동안 내공을 꾸역 꾸역 모아서 후대에 전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경우가 있었던가? 혹시 무협 소설에서 보신 분은 제보 바람 ㅎㅎ)

그래서 <랑야방>에도 내공이 높아서 이길 수 있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온다.

생각나서 추가한다. 무협 드라마를 잠깐이라도 보면 싸우다 다쳤거나 독을 당했을 때 가부좌 틀고 앉아서 '운기행공'하는 것이 나오는데, 이 '운기행공'은 내공으로 상처나 독을 치료하거나 흩어진 내공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예왕이 매장소를 처음 만났을 때 '천년하수오'로 꼬드기는 부분이 있다. 이 천년하수오는 천년설삼, 천년영지 등과 함께 무협 소설의 단골 영약이다. 구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하나 먹으면 내공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필의 말을 빌려, '개방귀'같은) 설정이다. 주인공이 운 좋게 찾거나 우연히 남의 것을 뺏아 먹음으로서 며칠 만에 고수가 된다는 무협 소설이 허다하다. (물론 <랑야방>은 무협 소설이 아니니까 매장소가 이걸 먹는다고 해서 급 고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게 바로 천년하수오 (확신 못함)

외공(外功) - 몸을 튼튼하게 해서 겉의 힘을 키우는 무공 (익히려면 계속 맞거나 얼음찜질 불찜질을 해서 피부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설이...). <랑야방>에서 백리기가 이 무공을 익혔다고 나온다. 사실 원문은 '경공(硬功)'인데 뒤에 나올 경공과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잘 알려진 (아마도 무협 소설 매니아들에게만 알려진) '외공'이라는 단어를 썼다.

경공(輕功) - 경공은 몸을 가볍게 해주는 기술이다. 무협 영화에서 강호인들이 막 휭휭 날아다니는 건 모두 이 경공 덕분이다. <랑야방>에도 경공을 쓰는 장면이 나오지만 스포가 될까봐 상세히 쓰진 않겠다.

쓰는 무기에 따라 '검법'이나 '창법', 혹은 방어에 유리한 '보법' 같은 것들도 있지만 여기선 생략한다.


강호 방파

앞에서 강호에는 다양한 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다. 비슷한 업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무리를 이루는 게 강호 방파다. 강호 방파는 어디서 돈이 나오는지 궁금했었는데, 고룡의 <육소봉 - 결전전후>를 보면 살짝 언급이 된다.

<랑야방>약왕곡은 약초를 캐고 약을 만들어 팔아서 돈을 버는 곳이다. (일명 약방) 랑야각은 말할 것도 없이 정보를 팔아서 돈을 번다. (의술도 좀 한다) 운표료의 가문인 심양 운가 역시 의술로 돈을 번다. 

그럼 강좌맹과 천천산장은 어디서 돈이 나올까?

강좌맹은 아마도 주변 지역의 치안을 유지해주는 대가로 백성들에게 성의껏 돈을 받거나, 관할 지역에서 돈을 버는 강호인들에게 세금(?)을 받을 것이다. (현대의 건달같은 것이랄까... 다른 것이라면 건달들에 비해 훨씬 명성이 높고 존경받는다는 것) 큰 방파들은 식당이나 객잔, 기루, 도박장 등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강좌맹은 주인공의 방파이니 만큼 기루나 도박장을 운영할 것 같진 않고, 객잔을 운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천천산장은 어떨까? 아마도 강좌맹과 비슷할텐데 규모가 작고, 산장이라는 이름에서 볼 때 대대로 내려온 땅을 가졌을 것이다. 그 땅에서 나오는 수입이 있지 않을까.

강좌맹과 천천산장의 딱 드러나는 차이점이라면, 

첫째, 강좌맹은 세습되는 방파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으로 사람들이 만든 연합회 같은 것인 반면, 천천산장은 가족 세습 집단이라는 것 (그래서 천천산장의 다음 장주는 100% 탁청요지만, 강좌맹 종주는 누가 될지 모른다. 려강일까? ㅎㅎ)

둘째, 강좌맹은 그들만의 유명한 무공이 없지만, 대대로 내려온 천천산장에는 '천천검법'이라는 무공이 있다는 것 

그래서 강좌맹은 강호 방파이지만, 전통적인 무림 문파라기 보다는 좀 더 실리를 추구하는 강호의 집단임을 알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개방과 소림 정도. 물론 개방도 자신만의 무공이 있고 무협 소설에서 거의 항상 등장하는 유명 방파이지만 무공의 수련과 전수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강호인들의 조직에 더 가깝다.

<랑야방>에는 강좌맹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상세히 나오지 않지만, 드라마에서 려강을 '타주 -- 분타의 수령. 분타란 강호 방파에서 특정 업무 혹은 특정 지역을 담당하는 지부임'라고 부르는 것을 봐도 개방과 같은 큰 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각자 맡은 업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강호 방파 수령의 호칭

정통 무협 소설에 나오는 방파는 '~~파'나 '~~방', '~~교' 등이다. 보통 ~~파는 '장문인'이라 부르고, ~~방은 '방주', ~~교는 '교주'라 부른다.

'서천 당문'이나 '이씨 세가'같은 가문의 수령을  '문주'나 '가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방파 이름 뒤에 '주' 자를 붙이는 이런 방식은 무협 소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무협 소설에는 반드시 방파 이름 뒤에 '주'를 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파'는 파주라고 하지 않고 장문인이라고 하며, <랑야방>에도 매장소를 '맹주'라고 부르지 않고 '종주'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긴 맹주나 종주나 의미는 같고 어떤 소설에서는 '맹주'라고 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방파 이름 뒤에 '주'를 붙이는 것은 아니라는 예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랑야방>도 강좌맹 외에는 모두 '주'를 붙이기 때문에, 약왕곡 수령은 곡주, 랑야각 수령은 각주라고 불린다.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랑야방>에 나오는 것이 많지 않다.

생각나면 좀 더 추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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