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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랑야방 좀 더 자세히 알기 - 3권에 나오는 시

by 와룡 2016. 8. 28.

드디어 3권에 나오는 시.

3권에는 시가 한 편 나온다. 랑야방의 시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다 이 시 한 편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옮기는 동안 눈물 글썽글썽하게 만들었던 이 시. 바로 하완순의 <남선려 방장대 자서>다.




작가가 1권과 2권에서 섭봉, 언궐 등을 노래했던 것처럼 대망의 3권에서는 우리의 주인공인 임수(매장소가 아님)를 노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하완순이라는 사람은 명말 반청복명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겨우 열 여섯에 순국한 젊은 열사다. 청년이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무척 힘차고 비분강개한 느낌이 묻어나서 도저히 겨우 열 여섯에 썼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물론 나라 잃은 청년은 일찍 철드는 법이라는 뮤지컬 <영웅>의 명대사를 떠올리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나는 중국 역사 중에서도 명청 시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사람 이야기는 열심히 찾아보아야 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이 하완순이 청나라의 침략에 대비해 기의를 할 때 '강좌 소년'이라 자칭했다는 사실!

우리의 강좌 매랑은 임수가 아닌 매장소지만, 임수를 위해 '강좌 소년' 하완순의 노래를 쓴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군과 맞서싸우다 죽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런데도 굳이 명말 하완순을 데려다 놓은 것은 이 사람이 너무나도 우리의 임수와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도 열 여섯이나 열 일곱이 비슷하고...

하완순은 명 마지막 황제 숭정제 말년에 태어나, 명 황실이 청나라에 많은 땅을 잃고 남쪽으로 내려가 남명을 세운 후 남명의 군대에서 활약했다. 그래서 그가 싸운 곳은 강남이고,잡혀 죽은 곳은 남경이다. 이 부분 역시 랑야방의 배경과 맞아 떨어진다. 

<남선려 방장대 자서>는 남경의 감옥에서 지은 노래다. '남선려 방장대'는 악곡이고 '자서'가 제목이다. 

책에 나오는 부분은 '나 그리노라 상투 틀고 종군하던 날' 부터 몇 구절 빼 먹고 '얽힌 덩굴 위로 지는 석양'이다. 이 부분만 딱 보면 말 그대로 지난날 호방하게 적과 싸우던 임수의 모습을 그리는 매장소 그대로다. 

하완순 역시 적과 싸우던 자기 모습을 그리면서, 지금 동지들과 떨어져 감옥에 외따로 갇혀 싸움터에 돌아가기만을 그리고 있다.


<랑야방> 3권에서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누구일까? 나도 함부로 추측할 수 없다. 하지만 임수의 진짜 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자리에서 그 노래를 부를 사람은 임수 본인과 13년 동안 그의 곁을 지켜온 친구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랑야방>은 비극이라고 하지만 임수에게는 비극이 아니다. 어차피 끝날 목숨,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주인공의 바람이라면 그 바람을 이룬 것은 주인공에게는 행복이 틀림없으니까.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른 것이다. 그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 위해서. 

억울하게 동료들을 잃고 억울하게 역모로 몰렸지만, 그 모든 죄악은 몇몇 악마들에 의한 것이지 나라의 잘못이 아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백성을 구하는 것이 장군 가문인 임씨 가문의 사명이고, 그 사명을 이루는 것이 임수가 겨우 석달이라도 목숨을 보존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출정을 결심하기 전에, 소경염에게 임수라는 것을 들킨 다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금을 타던 매장소에게 린신이 이렇게 묻는다.

장소, 자네 피는 아직 뜨거운가?

매장소의 대답은 이렇다

피는 아직 뜨겁고 내 마음 또한 변치 않았네.


드라마 <랑야방>의 주제곡인 '적혈장은(붉은 피는 영원히 붉다)'은 바로 이 대화에서 나온 것이다.

원작에서 이 부분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长苏,你的血,仍是红的吗?(장소, 자네 피 아직 붉은가?)" 

"此血仍殷,此身仍在(이 피 여전히 붉고 이 몸 여전히 있네)"

이고, 적혈장은 가사에도 

此血仍殷, 此身豪情仍未收(이 피 여전히 붉고 이 몸의 호방한 기상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네)

라는 구절이 있다. 

소설의 저 대사와 저 시는 임수가 어떤 사람인가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인가를 그대로 드러내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이 구절과 시를 옮길 때 정말 고민이 많았다... 자다가도 생각나서 몇 번이나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붉은 피를 뜨거운 피로 바꾼 것은 짧게 줄인 원문의 문장에서 청년 장수의 열정과 호방함을 드러내보이기 위함이다. 


아무튼 이 대사는 뒤에 나올 출정을 대비한 말이기도 하다. 린신이 저렇게 말했다는 것은 린신 역시 이미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린신은 쓸데없이 걱정이 많아 여기 저기 얽매이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살아왔지만 매장소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매장소는 안다고만 하고 설명해주지 않는다. (귀찮아도 설명 좀 해달라고요, 제발!)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주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랑야방>이 정치 복수극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위 시가 너무 비유가 많아서 몇 가지 주석을 달아본다... 비유가 많아서 비유를 설명할까 원문을 살릴까 하다가, 요 시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가능한 운율과 원문을 그대로 살려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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