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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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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제목에서 보는 달의 연인과 보보경심의 차이

by 와룡 2016. 9. 20.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 를 보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하면 원래 이런 거야, 라고 생각하면 꼭 못 볼 것도 없다. 


'보보경심'이라는 제목을 굳이 달의 '연인'이라고 한 데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미래의 여자가 과거로 간 것이니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연인 이야기다...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

원작 보보경심은 분명 사랑 이야기이지만, 원작을 본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한 여자와 두 남자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헤어졌느냐가 아니라, 제목에서 보듯 역사를 아는 한 여자가 그 역사 속에 떨어져 (하필이면 피바람이 불게 될 무시무시한 역사에) 그 역사에 휘말리지 않고, 그렇다고 역사를 뒤바꿔놓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살 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살아가는 이야기다.

반면 달의 연인은 제목에 명시한 것처럼, 한 여자가 달의 힘(??)으로 과거로 돌아가 우연히 만난 남자들과 사랑과 우정을 꽃피우는 이야기다. 물론 현대에서 좌절과 배신으로 괴로움을 겪던 여자가 과거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음으로써 그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남자들까지 치유해 준다는 세상의 평화를 지지하는 힐링스러운 부분도 있다.

달의 연인은 이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

여기서 두 개의 차이를 인정하자. (인정하지 않고 보면 끝까지 볼 수 없는 지경에 처할 것이다...)

원작 보보경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사황자와 십삼황자의 끈끈한 형제애, 차가운 사황자가 약희의 관심을 사랑(?)으로 오해하고 들이대는 장면, 그리고 당시 청나라 황자들 간의 복잡 다단한 권력 싸움, 팔황자비 곽락라 명혜의 꼿꼿함과 측복진 마이태 약란의 섬세한 사랑 같은 것들이었다.

달의 연인에는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아주 약하게 묘사된다. 

나름 참신한 설정인 '그 시대 최고 미남자'를 사랑하지 않고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끝내 이혼을 청하는 둘째 부인이라든가, 어머니가 다르고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 주는 형제 이야기는, 결국 '그 시대 최고 미남자'를 사랑하면서도 아이를 낳아주지 못해 후계를 잇겠다고 이혼을 청하는 부인으로, 별 사이 아닌데 한 번 편 들어 주었다고 갑자기 형님의 제일 수호자가 된 열 셋째 아우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40부작 짜리의 원작을 20부로 만들려면 이런 저런 소소한 것은 가지치기 할 수밖에 없겠지.

달의 연인이 좋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자매가 한 남자와 결혼하는 (물론 결국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것은 지금 우리 나라 정서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 사촌으로 대체한 것이나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기 시작할 무렵 황자비가 죽게 만든 것은 좀 더 나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황자에게 과거와 약점을 준 것도 나쁘지 않았다. 

원작 보보경심의 사황자는 언제나 냉정하고 담담해서 (십삼황자가 약희가 자기 때문에 힘들 때만 빼고) 로봇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소설 외전에서 십사황자가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사황자는 어려서 가족과 떨어지고, 어머니의 사랑을 어린 동생에게 빼앗겼었다는 것을 잠깐 보여준 것이 다이고, 그 이전에는 과거나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어렸을 때의 그런 기억이 사황자의 일생이나 성격을 결정지었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 외전은 사황자의 성격을 이해시키려는 것 보다는 십사황자가 친형님이지만 어쩐지 멀게 느꼈던 사황자를 형님으로서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장면으로 보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다. 말하자면 주인공이 그 전에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는 원작 보보경심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원작은 현재 얘기만을 할 뿐이다.

반면 달의 연인의 사황자 왕소는 어머니에게 사랑 받지 못한 과거, 남들이 싫어하는 얼굴의 흉터 등이 트라우마가 되어 왜 이 사람이 황제가 되어 모두에게 군림하려는지, 어쩌다가 한 여자에게 그렇게 푹 빠져 집착하게 되는지는 처음부터 보여 준다. 전체 흐름이 짧으니 주인공을 좀 더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 나은 점은, 뭐니뭐니 해도 황자들이 멋지다는 것!

황제부터 아들까지 꽃미남!

난 사실 오기륭이 <소호대> 활동할 때부터 좋아했다. 소호대 해체하고 배우로 나섰을 때도 처음에는 챙겨보다가 점차 안 보게 되었는데 드라마 보보경심에서 오랜만에 보고 무척 반가웠었다.

소호대 그나마 멋진 사진소호대 시절 흑역사. (그래도 오기륭이 리더였지요)

하지만.

변발은 변발이고... 그 때 그의 나이 어언.... 한창 아이돌로 활동할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

미안하지만 팔황자님도 소설에서 그린 것과는 너무 달라서 조금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다 정수리가 비어서 차마 정을 붙이기 힘들었다.

그런데 달의 연인은 보는 맛이 있다. 


이준기는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연기도 잘 하고 잘 생겼을까 되풀이해 중얼거리게 된다. 특히 눈빛!

악역인 왕요도 딱 악역 좋아하는 내 스타일이고, 정윤도 아저씨지만 듬직하니 좋고, 아홉 째는 나름 캐릭터가 괜찮고, 열 째 이후 황자들은 그저 귀엽고...( + 황제도 멋지다, 역시 카리스마 조민기 님!)

그리고 완전히 신세계 판타지로 만들지 않고 고려 초로 잘 버무린 것도 좋다.


근데 너무 아쉽게도, 20부작의 이야기에 원작의 내용에다 새로운 내용까지 끼워넣으려다보니 흐름이 너무 많이 끊긴다.

원작 장면 살리는 것도 좋다. 눈길을 나란히 걸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팔황자와 해수는 원작을 연상시켜서 좋았다. 그래도 잠시 보여주고 말 사황자와 해수의 연못 조각배 씬, 십황자 생일 때 노래하는 씬은 굳이 안 넣어도 되었을 텐데. 노래 부분은 춤이라도 추던가, 그냥 너무 현대판 노래를 불러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보보경심의 약희는 아무리 현대 사람이라도 고전미를 살려서 공연을 했었는데... (현대에서 왔지만 현대인 티를 전혀 안내서 어찌보면 왜 굳이 타임슬립을 가져왔나 싶을 정도...)

보보경심 중국 드라마의 연못 씬


한국과 중국 드라마의 눈길 씬


또 하나, '연인'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팔황자와 사황자 캐릭터가 갈수록 무너진다.

팔황자는 본래 야심이 있는 사람이다. 황제가 되고자 하는 야심 때문에 사랑하는 약희를 포기할 정도인데 달의 연인의 팔황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사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그의 야심은 동생인 황보연화가 다 가져가버렸나? 팔황자인데 자기가 십삼황자인줄 아는 걸까?

아직 몇 회 지나지 않았으니 곧 야심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인 해수를 빼앗아간 사황자와 싸우기 위해 황위 다툼을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야 사랑 이야기니까)

사황자는 한 3회까지는 괜찮았는데, 외롭고 고독한 왕따 개늑대가 형제들과 어울려 목말을 타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백성들이 진흙 좀 던졌다고 막 도망가게 만들다니!!! 사람 죽이고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개늑대, 그 눈빛 하나로 모든 시청자들을 비명지르게 하는 이준기를 수줍음타는 동네 꼬마로 만들다니!!! 이건 정말 아니잖아... 

오로지 이준기의 멋짐 때문에 보고 있는 나로서는 가장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 이거다. 공들여 멋지게 만든 캐릭터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도 있구나 싶어서 안타깝고 아쉽다. 부디 더 이상은 망가뜨리지 않기를 바랄 뿐.


달의 연인은 아직 보여준 것 보다 보여주지 않은 것이 많다. 초반이라 다소 정신없는 전개나 이상한 흐름도 스토리가 잡혀가면서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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