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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삼국에 나타난 제갈량과 주유의 차이
    미디어/영화/드라마 2016.12.28 21:16

    출처: KBS 홈페이지

    2010년 작 <신삼국>을 재탕중이다. 방영 초기에 저화질로 보다가 어느 정도에서 그만 두었는데 (난 도저히 촉이 망하는 걸 볼 수가 없다....-_-), 요즘 다시 생각나서 신야 장면부터 보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유투브에 고화질로 올라가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생생한 느낌으로 보고 있다. 

    이제야 알았지만, 그 사이 KBS 에서 방영까지 했더라. 

    근데 왜 공식 페이지의 타이틀 화면이 조운인거지?? 나도 조운을 좋아하지만 조운은 조연이잖아... 


    <신삼국>은 지루한 장면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캐릭터에 집중하여 삼국연의에는 없는 개인 감정과 이야기들을 많이 넣었다. 나는 이런 게 새로운 관점이 좋다. 적벽대전까지는 유사하게 진행되던 것이, 유비가 형주를 잡아 잡수시고 동오가 미인계로 그를 꾀어내는 장면부터는 아주 각색이 많이 되었다. 여기서 새삼스레 제갈량과 주유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삼국연의에는 주유의 미인계가 함정이라는 것을 간파한 유비는 가기 싫어하는데, 제갈량이 다 생각이 있다면서 자신만만하게 보낸다. 유비는 동오에 가서도 덜덜 떨고 울고 짜고 아무튼 제갈량을 만난 뒤로 캐릭터로 삼은 쪼다 짓을 해대는데, 이 <신삼국>에서는 유비를 잘 살려놓아서 정말 마음에 든다. 

    일단 제갈량은 유비가 동오에 가는 것을 반대하고, (머리로는 찬성 마음으로는 반대라는 모순적인 상태) 유비 자신이 형주의 안전을 위해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자 관우와 장비가 "형님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제갈량이 뭔 짓을 할지도 모르잖아"며 슬슬 부추기는데...

    유비는 한 번만 더 그런 말을 하면 자기 귀를 잘라버리겠다며, 제갈량 덕에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의심을 하냐며 아우들을 꾸짖는다. 그리고 그들 몰래 제갈량에게 밀지를 주며 훗날 위험해지면 조운에게 주어 실행하게 하라 한다.

    밀지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흐름으로 보아, 관우와 장비가 제갈량의 말을 듣지 않고 형주의 안전을 위협하면 조운을 시켜 죽이라는 것일테다. (조운이 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게 제갈량이라는 신하를 믿는 유비라는 군주의 능력이다. 유비의 능력은 천지인 중 인(人)에 있다. 훗날 죽어가면서 나라를 제갈량에게 넘기려고 했던 그의 젊은(?) 시절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든 것. 유비는 조조처럼 꾀가 많지도 않고 원소처럼 명문가 출신도 아니다. 그가 잘 하는 것은 똑똑한 사람, 혹은 힘센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전폭적으로 믿어주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군주를 명군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무튼 군주가 이렇게까지 믿어주는데 누가 감동하지 않을까? 제갈량은 결국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밀지를 불태운다. 밀지를 실행하려고 했던 조운은 유비를 따라 동오로 간다. (어차피 조운 혼자서는 안됨)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는 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감동받고 눈물 훌쩍이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신삼국>은 다음 장면에서 보란듯이 또 다른 군주와 신하의 모습을 그려보였다.

    유비가 형주를 비운 틈을 타 형주로 진군을 명령하고 손권에게 허락을 받으러 찾아온 주유. 손유연합을 깨는 것을 무엇보다 막고 싶었던 손권은 이 말에 기절초풍한다.

    하지만 단순히 손유연합을 깨기 싫어서였을까? 그 동안 몇 번 언뜻언뜻 지나갔던 젊은 2세대 군주와 1세대 권신 사이의 긴장감이 여기서 폭발한다. 

    내 허락도 없이 병사를 움직이기까지 하다니, 이곳 주인이 너냐??!! 너냐고?!!

    안타까운 것은 여기서 주유가 뻣뻣하게 굴지 않고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는 것.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가득찼던 주유의 표정이 놀람과 슬픔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압권이다. (하지만 캡쳐는 하지 못했다 -_-)

    결국 주유는 대도독의 병부를 내놓고 물러난다.

    손권과 주유의 관계는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와 이렇게나 대비된다.

    손권이 유비보다 속이 좁았기 때문일까? 주유가 제갈량보다 방자했기 때문일까?

    그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비의 군주로서의 입장과 손권의 군주로서의 입장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손권은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은 2세대 군주로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게다가 주유는 본래 손권이 발탁한 사람도 아니다. 자기는 뒤로 물러난 채 똑똑한 신하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젊은 그의 포부로는 쉽지 않았을 거다. 더구나 아버지나 형이 다 해놓은 것을 공으로 받아 먹었다는 말이 듣기 싫어할 만큼 그 자신도 제법 능력이 있었다. 아마 자기가 발탁한 사람으로 자기 각료를 꾸리고 싶었을 텐데 주유같은 권신이 떡 버티고 있으니... 

    물론 <신삼국>에는 젊은 손권치고는 꽤 신중하고 속 넓은 사람으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그가 사사건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잘난 권신을 모두 참아줄 만큼 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니가 주인이냐고!"를 외치며 주유와 갈라선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똑똑한 신하는 어떤 군주를 만나야 가장 행복할까? 대표적으로 '의심이 없는' 군주일 것이다. 그리고 '길을 막지 않는' 군주일 것이다. 능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신하가 성과를 내면 의심없이 + 질투하지 않고 기뻐하는 것.

    그 똑똑한 신하는 어째서 신하일까? 똑똑한 머리로 군주를 하지, 왜 신하를 할까? 아마도 똑똑한 군주는 똑똑한 신하보다 쓸모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똑똑한 군주는 자기보다 똑똑한 신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람이니까 자기보다 잘나고 튀는 신하를 질투할 수밖에) 똑똑한 신하를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그의 휘하에는 일류의 인재가 있기 어렵고 그래서 공적을 쌓기도 어렵다. 

    군주, 요즘 말로 리더는 자기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전략을 찾고, 적절한 사람을 적절한 일에 배치하는 사람일 것이다. 자기가 잘나서 혼자 다 하려고 하거나,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질투하고 의심하면, 그 밑에는 똑똑한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 거다. 아마도 그래서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군주가 아니라 신하가 많을 것이다. 

    태공망 여상, 전국을 제패한 관중, 내가 좋아라하는 소하, 소하와 짝을 이루는 (그냥 내 생각) 장량 등등 우리는 똑똑한 신하는 많이 알지만 똑똑한 군주는 많이 알지 못한다. 세종대왕은 똑똑한 군주이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의 관제가 왕보다는 신한들이 권한을 갖고 일하는 구조이고, 실제로 세종대왕도 비전이 있는 군주이지 자기 스스로 모든 걸 다 한 군주는 아니다.


    여기까지 보고 사실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징비록>. 

    마침 리더란 무엇인가 고민을 하던 때라 마지막 회에서 선조와 류성룡의 독대 장면이 꽤 인상에 남았었다. 그래서 KBS에 가입까지 하면서 다시 찾아봤다.

    김태우 아저씨 연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선조 연기는 진짜 일품이었다. (메소드 선조라고 ㅋ)

    대사는 대강 이랬다.

    "군주가 신하의 말을 믿는 것이 어찌 군주의 잘못인가?"

    "군주가 신하를 발탁하고 믿는 것은 군주가 신하의 공과 과를 안고 간다는 의미입니다. 훌륭한 목민관을 만난 백성들은 군주를 칭송하게 되고, 탐관오리를 만난 백성들은 군주를 원망하게 됩니다. 해서 신하에게 상을 내린다는 것은 군주 스스로에게 상을 내리는 것이고, 신하에게 벌을 내린다는 것은 군주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비꼬듯이) 신하의 모든 잘못을 군주가 책임져야 한다면, 어떤 군주가 그 자리를 지킬 것인가?" 

    "그렇기에 군주의 자리는 영광된 자리가 아니라 힘겹고 고통스러운 자리이며,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군주의 자리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은 그 고통을 이겨내는 자가 드물게 나온다는 뜻입니다."

    "(짜증) 그래서 내가 니가 하란대로 다 했잖아!!"

    "(포기) 그렇게 아무 잘못 없다고 자꾸 그러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군주의 자리는 영광된 자리가 아니다."

    이 말 역시 똑똑한 사람은 군주의 그릇이 아니라는 말과 의미가 이어지는 것 같다. 나 잘나서 군주가 된 것이 아니고, 사람을 골라 적절한 자리에 앉히고 밀어주고 그 사람의 영광을 내 영광으로 삼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며, 그 눈에 띄지 않는 외로움과 고통을 참고 견디라고 주어진 자리라는 것이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저런 대접을 받고, 주유는 손권에게 경계를 받은 이유는 유비와 손권이 군주의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유가 훨씬 더 잘난척 하긴 한다.)

    아무튼 손권은 결국 주유를 찾아가 사과하고 화해한다. 주유는 좀 어린애 같아서 귀엽다. 제대로 삐진 척 하고 있다가 군주가 읍을 하자 재빨리 자기도 사과를 시전. 

    재미있게도, 나이가 한참 어린 손권이 주유를 달래는 법을 잘 안다. 주유가 호승심강하고 단순(?!!)하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띄워주는 척하며 노숙을 시켜서 반대하게 한다. 게다가 노숙을 자르기까지 하면서 주유를 미안하게 만들기까지.

    손권이 노숙과 짜고 한 일인 줄 알았는데, 노숙 표정을 보면 진짜 모르고 당한 모양이다. (완전 정인군자 불쌍한 노숙)

    나중에 다시 복귀하지만, 어떻게 복귀하는지는 잘렸는지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노숙은 주유와 달리 손권이 발탁한 손권의 신하이고, 주유보다는 온건하고 신중하기 때문에 손권이 마음 놓고 함부로(?) 할 수 있는 듯.

    <신삼국>은 노숙도 정말 멋지게 그려놔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


    내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나는 어떤 군주를 만나고 싶을까? 

    나도 당연히 나를 밀어주고, 믿어주고, 내 길을 막지 않는 군주를 원한다. 그런 군주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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