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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달자의 봄

by 와룡 2007.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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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부터 본 드라마는 아니다. 언젠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이며 주변인물들이 그저 웃겨서 계속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새삼 깨달았다.

드라마다운 비현실적인 설정에서도, 이 드라마는 정말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어쩌면 때마침 나 자신이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쉬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결말이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코믹 드라마임에도 가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었다.

모든 걸 다 가졌다고도 볼 수 있는 한 청년이, "따뜻한 밥을 먹어야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편지를 받고, 보장된 미래를 팽개친 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도시락 가게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로 산다는 건 그런거야"라는 아버지의 말에,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잠깐동안 꿈을 접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어도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그것만으로 행복을 느낄 때.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을 해주어 고맙다고 할 때.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 같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언제 저런 꿈을 꾸어보았을까? 나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는데 나는 어째서 그걸 쫓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주저앉아만 있는 것일까?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난 그에게 무엇을 해주었을까?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는데 왜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사랑하면서도 그 말 한마디 하는 것을 그토록 어려워하는 걸까?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현실적이기도 하다.
도시락 가게 주인에겐 딸을 줄 수 없지만, 변호사에게는 줄 수 있다는 어머니나, 단지 잘생기고 돈도 많다는 이유로 한 기업가에게 호감이 생긴다는 주인공이나. 물론 결국은 사랑과 로맨스가 승리하지만.

나는 운명을 믿는 편이다. 운명이 나를 주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은 이미 그렇게 정해져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두 주인공이 "운명이라면.." 어쩌고 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장면은 조금 유치했지만, 사랑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마저 행복해지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고픈 충동마저 든다. 그런 사람들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도 한다.

남자란. 여자란.
이렇게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현실에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는 서로 알 필요가 있다.
그는 말했다. 당신을 위해 내 꿈도 포기하고 그렇게 싫어하던 곳으로 돌아갔는데도, 어째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느냐고. 남자란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모양이다.
그녀는 말했다.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부담만 주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만나자고. 자존심하면 남자라지만 여자도 그못지 않은 자존심이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의 사랑한다는 한마디였지만 차마 그걸 구걸하지 못한 마지막 자존심. 여자는 늘 제 2의 이유로 제 1의 이유를 포장하곤 한다...

주인공의 선택 중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겨우 버릇없는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힘드니 어쩌니 하면서 징징짜는 것. 그리고 그걸 달래겠다고 훌쩍 외국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여자는 좀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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