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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2007년, 육소봉이 돌아왔다.

by 와룡 2007. 4. 15.

임지령이 어울리지도 않는 육소봉으로 분해 내용조차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이름만 육소봉인 드라마를 찍은 후, 얼마만인가. 2007년 드디어 육소봉 다운 육소봉이 돌아왔다.
이번 드라마는 나름대로 원작의 구성과 캐릭터의 묘미를 살린, 정식 육소봉이다.

고룡의 작품 특징 중 하나가 캐릭터의 매력이다. 무협의 전형적인 캐릭터보다는 특별하고 뜻밖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에게 그 성격에 맞는 멋진 이름을 선사한다. 고룡 스스로도 그랬다. 멋진 이름을 줄 수 있는데 어째서 평범한 이름을 주어야 하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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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소봉은 특히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한 작품이다. 이번 장지림의 육소봉도 그 점을 잘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 특히 성공적인 인물은 화만루다. 장님이지만 세상을 즐길 줄 아는, 온화하고 사랑스럽고 행복에 가득한 매력적인 캐릭터 화만루는 아직까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장지효라는 특별한 배우를 만나 그 명성을 제대로 떨쳤다. 조금은 어색한 연기이긴 하지만, 사랑이 가득한 그 표정은 정말 화만루를 연상하게 해준다.

가장 실패한 캐릭터는 다들 인정하듯이 서문취설이다. 물론 지금까지 서문취설에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었다. 초기에 혜천사가 그나마 괜찮았지만, 이미 일점홍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데다 그 드라마의 서문취설에는 카리스마가 너무 없었다. 뒤이은 이명순은 너무 아저씨같은 분위기가 났다. 영화 결전에서의 정이건은 차라리 화만루를 하는게 나았을것같이 연약해보였다.
이번 하윤동은 무게를 너무 심하게 잡고 있다. 일단 백의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피부며 너무 남성적인 느낌이 나는 얼굴형까지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서문취설과는 심하게 달랐다. 그리고 너무 신비주의로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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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제외하면, 일단 육소봉도 처음에는 너무 잭 스패로우 같은 느낌이 났지만 보면 볼수록 어울리는 것 같고(조금 아저씨틱 해서 잘생긴 매력은 없지만), 엽고성의 경우는 완벽하다못해 차라리 저 사람이 서문취설이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했다. 사공적성의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도 괜찮았고 조금 특이한 응안노칠, 그 외의 여성 캐릭터들도 괜찮아 보였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떤가?
고룡의 작품은 드라마화될때 각색을 심하게 하는 편이지만, 이번 작푸은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제멋대로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육소봉전전이라고 해서 육소봉이 처음 강호에 등장하는 장면을 넣은 것은 애교로 봐주자. 뒤이어 수화대도에서 설빙을 공손대랑으로 변신시킨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육소봉의 독무대가 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육소봉은 초류향만큼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며,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초류향보다 더하면 더했지 전혀 모자라지 않는 총명함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령산장을 전혀 재미없는 방식으로 변화시킨 것에 당황했다. 파일에 문제가 있는지 몇부분 잘려나가긴 했지만 모든 사건을 말로 때우려는 것 같아 보였다.
더욱이 봉무구천은 원작과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었다. 궁구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미 크게 실망했지만, 이미 내용부터가 전혀 달랐고, 육소봉이 서문취설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은 아예 삭제되었다. 서문취설 없이도 육소봉이 궁구를 이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변태 궁구를 그리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이래 저래 불만을 토로하긴 했지만, 역시 오랜만에 나타난 육소봉에게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질질 끌지 않고 작품 당 2편으로 간단명료하게 보여준 것도 좋은 시도인 것 같다. 감독의 능력이 된다면,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들로 계속 시리즈물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미 종영된 드라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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