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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by 와룡 2007. 6. 19.

 오래전의 일이지만, 죄와 벌의 한 대목을 주제로 논술문제를 받아본 적이 있다.
읽어보지 않은 내용이긴 했지만, 본디 책 내용이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냥 썼다.
주제는, 죄와 벌의 주제와 똑같이, 성질 고약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병 걸린 노파 한 명을 죽여 수백명의착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죽여야 할 것인가 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사람은 죽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더러 직접 하라면 절대 할 수 없을 테니, 그냥 이론적인 생각일 뿐이다.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 정말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떤 의미로 이 소재를 다루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았다.
오래된 명작이기 때문에 최근에 출판된 작품은 없었다. 그리고 본디 옛 소설이라 그런지 확실히 내용도 옛스러운 느낌이 났다. 어쩌면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은 라스콜리니프는 정말이지 실제 인물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가난한 지식인다운 세상에 대한 반항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살인을 해놓고도 오랫동안 고민에 빠지는 그.
물론 자신의 판단은 옳지만 자신이 사회의 법규를 어겼다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를 대할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한참 지난 드라마에 인기도 별로 없었던 듯 하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준호가 젊었을 적(?) 찍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안성기, 정준호가 주연으로 사회의 법이 처단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그들이 스스로 처단하는 내용이다. 나는 그들에게 동조하지만, 과연 그들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더군다나 그들 역시 법을 어기고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자살로 막을 내리는 것이다.
정말로 항상 옳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힘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그는, 세 명의 자식을 두고도 술에 빠져 들어오는 돈마다 술로 탕진하는 가엾은 전직 관리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줄 만큼 가난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포용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 관리의 첫 딸은 새엄마의 부탁을 저버리지 못하고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스스로 창녀가 되었다. 비록 몸은 더러워진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영혼은 너무도 착하고 아름다웠다. 때문에 라스콜리니프는 그녀에게 자신의 지친 마음을 의지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작품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마다 각각의 인생이 있고, 어떻게 보면 미운 점도, 그리고 아름다운 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얘기해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때때로 몇 장면은 지루하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고민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어떤 장면에서는 내릴 정차장을 지나치게 만들만큼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명작은 역시 명작, 언젠가는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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