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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남한산성

by 와룡 2007. 6. 19.

굴욕의 역사.
아시아, 그리고 특히 우리 나라는 굴욕의 역사가 길다. 그런 역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그러면서도 그 약한 심성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강대국에 굴욕당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안타깝다.

선비. 그들은 죽음을 무릎쓰는 한이 있어도 나라를 지키려 하고 왕을 보좌하려고 한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전국에서 왕과 함께 하기 위해 경성으로 올라오는 선비들.
그리고 백성. 그들에게는 오로지 삶이 중요할 뿐. 물론 선량한 백성들의 맘 속에 왕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겠지만,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뱃사공은 훗날 청군이 오더라도 강을 건네 주겠다고 말했고, 마침내 나라를 위하는 선비의 칼을 맞은 것이다.

오랫만의 작품이었기에 여기 저기 광고가 보인다. 책도 자그맣고 표지가 아름다워 무척 마음에 든다. 처절하고도 고통스러운 포위 생황을 담담하게 묘사한 그 문체 역시 마음에 들었다.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과 절대항전을 주장하는 김상헌의 서로 다른 충성또한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위험한 지경에서도, 대체 무엇을 받은 것이 있다고 무너져가는 명나라를 위해 춤을 추는 인조의 모습이 어리석고 가여웠다.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서날쇠의 모습은 또 얼마나 믿음직한가.

하지만 결국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나. 조선이라는 나라를 특히 싫어하는 것은 다름아닌 사대주의였다. 물론 명을 버리고 청에 충성한다고 해서 청나라가 우리를 그냥 내버려뒀을리도 만무하다. 결국은 우리의 힘이 문제였던 것이다.

예전에는 지리를 잘 몰랐지만, 책을 잃으면서 문득 왜 조선의 왕들은 강화도로 피신을 간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물론 이 책에서야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남한산성에 들었지만, 강화도는 결국 북쪽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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