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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단테 신곡 살인

by 와룡 2007.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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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극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성격이 드러난다. 내가 읽은 작품들은 대부분 살인내용이 들어간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딘지 무협 분위기가 물씬 난다. 주인공 피에트로의 별명이 '흑란'이라는 데서 특히 그렇다. 그가 방탕하고 여자를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사기도 잘 치는, 그렇지만 또 총명하고 싸움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렇다. 첩보원이라는 직책이 과연 그 시대 베네치아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도 역시 그렇다.

초반의 잔인한 살인 장면이 조금 눈에 거슬렸다. 만화책이었다면 절대 손도 못댔을 작품이지만, 소설이었기 때문에 참고 읽을 수 있었다.

총평은, 이번에도 역시 광고에 속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서점에 가보면 떡하니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는 작품이지만, 그 내용은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든다. 우선 작가는 의미심장하게 만들어 두었을지 모르는 마지막 반전. 고룡류의 소설에 익숙해 진 사람에게는 너무도 무리한 반전으로 느껴진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는 반전이다. 
두번째로, 마지막 불새들의 반란이 너무도 쉽게 와해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도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이 어떻게 저렇게 손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일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세번째는, 주인공 피에트로의 매력 부재다. 나름 매력을 갖춰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지만, 너무 뻔하고 특별한 구석이 전혀 없다. 그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사태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유추한 내용들은 대부분 베르길리우스가 던져준 단서에 의해서일 뿐. 그가 한 일은 특별히 많지 않다.

물론 단테의 신곡에 꼭 맞아 떨어지게 만들어진 살인의 장치들은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에 덧붙여 별로 나오지 않지만 왠지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는 카사노바. 그리고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정경들. 그것을 빼고라면 이 책이 그토록 칭찬받아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잔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 추천해 볼만 하겠다. 그리고 나는 제발 좀 정상적인 책을 읽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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