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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소설/무협 이야기

대인물을 읽은 후

by 와룡 2007. 1. 28.

대인물은 길었다. 초반의 내용은 고룡작품이 아닌 듯 한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 분위기가 여타 작품과 다르다. 물론 초류향도 호철화랑의 이야기가 아주 재밌긴 하지만, 여기서는 내용이 아주 밝고도 재미가 있다. 고룡님 특유의 무슨 복잡한 문제라든가 상황이 조금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주인공이 양범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전사사이다. 전사사는 여자이다. 고룡님 작품의 여자는 정말 비정상적인 여자가 많아서 보는데 재미가 있다(물론 부럽다는 뜻이 아니다. 좋다는 뜻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여자가 주인공격으로 등장하다니!!

전사사는 엄청난 부잣집의 외동딸로 미모도 대단하다. 다만 그녀는 어리고 부족한 것이 없이 자라 성격이 조금 더럽다고나 할까... 이런 정도 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친구인 양나리의 아들 양범과 혼약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가 듣기에 양범이란 자는 못생기고 술을 좋아하고 뚱뚱하기까지하다. 그녀는 되려 영웅담을 듣고 그중 멋진 사람 3명을 꼽아 이들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진가, 유풍골, 악환산이 그들이다.

특히 진가는 그 세명중에 가장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는데, 그는 붉은 수건을 목에 맨 것으로 표시를 삼는다. 그의 약혼녀가 도적들에게 당했으므로 그는 목숨을 돌보지 않고 오년동안 다섯 번에 걸쳐 그들과 대결한 결과 마침내 이들을 굴복시켰다. 과연 영웅다운 행로이다. 전사사는 마침내 그를 찾아 강남으로 떠난다.

강남으로 가는길에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너나할 것 없이 나쁜 사람들이다. 한번도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마차꾼에게 속아 아무데나 떨어지고 사기꾼에게 속아 돈을 뺏기고 그런 그녀를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그녀를 기루에 팔아 버렸다.

이 기루에는 역시 고룡님 특유의 여자가 등장한다. 비정상적인 여자 왕삼랑.... 그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여기 이 기루에서도 그녀는 이상한 사람 갈선생을 만나 본의아니게 혼인 약속을 해 버리게 된다.

갈선생은 무엇 때문에 그녀와 결혼을 하려는 것일까? 도무지 짐작을 할수가 없다. 앞으로 계속 읽으면 풀려나가겠거니 하고 읽는다... 그치만 대인물은 어디로 보나 무협지같은 분위기가 없다. 전사사라는 아가씨의 강남행을 재밌게 꾸며놓은 것뿐 아닌가. 그래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특히 양범이 등장하면.

양범은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그 무공과 시원한 성격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이다. 그가 전사사를 길들이기 위해 하는 일련의 말이나 행동들이 정말로 재미가 있었다. 그는 전사사를 진가에게 시집보내 주겠다고 동행한다. 전사사는 그를 얄미워하지만 함께 동행할수밖에...

양범은 역시 무공의 고수이다. 절대로 아쉬운 상황을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시원하다. 주인공이 맨날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마침내 무슨 기연을 얻었네 하고 절대강자가 되는 시시한 줄거리가 아니니까. 사실 여기서 싸움이란게 별로 없으니 양범이 대단한 무공을 가졌는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것만 어슴푸레 깨달을 정도이다.

양범은 전사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힘을 써서 구해준다. 전사사는 그런 그에게 깊이 애정을 갖지만 스스로 인정을 못할뿐이었다. 다만 진가를 찾아 결혼하고 나면 그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그런 그녀가 진짜 진가를 만났다.

사실 나도 진가를 많이 기대했다. 드라마에서 보이는 진가의 분위기를 가지지 않았나 하고. 고독한 영웅이요, 무공의 고수. 준수한 얼굴... 뭐 이런....아마 전사사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가의 본모습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그는 예를 들자면 화만루형 아니면 서문취설형이었다... 그치만 그의 본모습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호철화에 가까웠다.

물론 그는 잘생겼다. 무공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에게 고통은 없다. 세련된 매력도 없다. 다만 그는 호방한 기상이 넘치는 술꾼이었다. 하지만 전사사처럼 나도 나름대로 그가 멋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는 오직 한사람만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다름아닌 양범이다. 전사사는 마침내 자신이 양범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깨닫는다. 그전에도 그녀는 장호아와 그가 친한 것을 보고 질투를 했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양범이 다른 아름다운 여자와 친한 것을 보고 질투한다.

결전이 다가왔다. 그녀를 끝끝내 아내로 맞으려고 수많은 일을 저지른 갈선생을 만날 수 있을까?

전사사는 갈선생이 자신의 아버지를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마저 잡히자 이제 희망을 잃었다. 갈선생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마침내 자신의 본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름아닌 전사사가 마음속 대인물로 꼽았던 세 사람중 한명인 유풍골이었다. 그는 다만 돈 때문에, 전가의 재산이 탐나서 한 짓이다. 무슨 대단한 음모가 있을 듯 했는데 겨우 돈 때문이라니!! 정말 황당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간 갈선생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생각한 승려들의 일도 모두 갈선생이 계획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양범마저 갈선생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전사사는 그때 자신은 양범과 혼인을 할 것이며, 양범이 만일 양보한다면 유풍골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타난 양범은 그녀의 기대대로 자신을 구해주기는커녕 유풍골과 손을 잡으면서 축하주를 마시겠다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아직도 그가 진짜 양범이라고 생각하나?"

라고 유풍골이 물었다. 그는 가짜였다! 진짜 양범이란 작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의 아버지까지도 말이다. 갈선생은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전사사를 궁지에 몰아넣고 진가마저 쓰러트렸다. 그리고 자신은 전사사의 모든 재산을 가로채는 것이다. 그녀는 완전히 배신을 당했다.

막판에 가서야 과연 고룡님 것!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한 배신... 그녀의 곁에 남은 것은 아무도 없다. 양범은 물론이고 그녀의 함께 자라고 함께 잔 하녀 전심마저도 그녀를 배신했다. 전심은 자신의 신분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사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겨우 그녀를 용서하겠다고 불러들여 한 대 때려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녀가 기대할 것은 없다. 이대로 유풍골의 아내가 되었다가 그의 각본에 따라 죽어주는 수밖에.

이럴 때 소림사의 무색대사가 나타난다. 그는 사제인 다사화상을 죽인자가 진가라고 알고 있다. 사실 진가는 유풍골에게 모함을 당한 것이지만, 어쨌든 그를 처치하러 나타난 것이다. 이때 그를 상대한 사람은 양범이다. 전사사는 양범이 비록 자신을 배신했지만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들은 지하에 있었고 양범과 무색대사는 위에서 격돌했다. 유풍골은 다만 소리만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았다. 과연 대단한 사람이다. 발소리만으로 무슨 초식을 쓰는지를 알고 있는 정도이니... 실제 양범의 무공은 무색대사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의 지혜로 마침내 무색대사를 꺾을 수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그럴까?

이렇게 끝나면 이 무슨 대인물이겠는가? 무슨 고룡님의 명저라고 하겠는가? 무슨 추리무협이겠는가!!

장호아는 스스로 진가를 죽이겠다고 나서지만 놀랍게도 이제 손가락 하나까딱할 수 없는 듯 하던 진가가 되려 그녀를 억류했다. 양범이 말했다. "듣기에 요즘 칠해라는 이상한 모임이 만들어졌다는데, 당신이 그 모임의 우두머리임을 알았기에 일부러 당신에게 접근한 것이다"

유풍골은 얼른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그일이 당신과 무슨 관계인가? 설마 당신도 산류란 말인가?"

산류란, 사람들을 지옥에서 구해준다는 특이한 집단이다. 처음에 다사화상이 이 산류의 사람이라고 했을 때 아주 무서운 비밀조직이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되려 이쪽이 좋은 쪽이고 유풍골의 칠해가 이상한 곳이었던 것이다. 자, 마지막으로 진가가 말한다.

"그가 산류가 아니면 누가 있어 산류가 되겠는가?"

그야 말로 산류의 그 신비한 우두머리인 용두 대형이었다. (그의 머리가 너무나 컸으니까... 소설 내내 머리가 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끝까지 그 이름을....^^;)

용두 대형은 그간의 일을 확실히 설명해준다... 과연 독자를 위한 친절한 설명. 마침내 전사사는 그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전심도... 여기서는 전심이 무슨 역할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에 나온다. 그녀는 아가씨를 돕기 위해서 일부러 유풍골에게 매수당한 척 했던 것이다. 전사사보다 전심에게 정이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사사가 아닌 전심이 양범과 맺어졌음 하는 것도...^^;

이 용두 대형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이는 남겨둔다. 독자들이 마지막까지 읽게 하려구...^^;

<대인물>은 여타의 작품에 비해 규모가 작은 무협소설이다. 등장인물도 그렇게 많지가 않고 그 실체도 사실은 무슨 대단한 것은 없다. 만일 평범한 소설이었다면 되려 산류와 칠해의 충돌을 다루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룡님은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말로만 할뿐이고 돈을 노린 유풍골의 음모만을 파헤치고 있다. 이것을 무협이라고 말할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특히 양범과 전사사의 충돌이며, 의외로 귀여운 진가의 등장. 그리고 사람을 놀라게 하는 굴곡...

영웅이 어떤 것이냐 하는 그런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영웅이 되는 것이 남들이 보듯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외모와 무공만이 대인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런 것이 그 주제가 아닐까? 더불어 제멋대로 자란 귀한 아가씨가 고난을 겪으면서 크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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