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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독후감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 데이비드 리스의 두번째 작품

by 와룡 2007.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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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음모>이후로 무척 마음에 든 작가 데이비드 리스의 두번째 작품이다.

<종이의 음모>를 읽었으면 알겠지만, 주인공 벤자민 위버의 아버지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던 증권중개인이었다. 그 시대 이야기 역시 관심이 있었는데 역시 데이비드 리스는 그 당시 이야기도 써내었다.

주인공 미후엘 리엔조는 벤자민 위버의 할아버지다. 뭔가 관계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조손관계임은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졌다. 미후엘 역시 벤자민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경망스럽고 상인답다는 생각이 든다. 벤자민이 가문을 뛰쳐나와 홀로 살아온 권투선수였던 만큼 순진하고 귀엽지만 정의로운 것에 비해 미후엘은 증권중개인답게 약삭빠르고 젠틀한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그는 증권 때문에 가난뱅이가 되어 사이 나쁜 동생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그의 동업자인 게이트라위드 담하위스 부인이 어느날 그에게 커피라는 열매를 건네주며 커피 거래를 하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커피의 매력을 몰랐던 그는 마시면 마실수록 커피가 가져다주는 효능에 푹 빠져 그녀와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같은 유대인이지만 유대인 공동체(?)에서 쫓겨난 고리대금업자 알페론조는 어린시절 미후엘의 도움을 받은 일로 그에게는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파문한 유대인 공동체의 파리도에게는 앙심을 품고 있다. 미후엘과 알페론조, 파리도, 게이트라위드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대립관계와 숨겨진 음모가 무척 흥미진진하다. 더욱이 미후엘은 증권거래로 함께 쪽박을 찬 네덜란드인(이름을 잊었음..^^;)에게 스토킹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런 그와 동생 다니엘, 파리도의 방해공작을 뚫고 그들 모르게 커피를 사들인 다음 전 유럽 증권거래소에서 일부 작전 세력을 풀어 큰 돈을 얻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 돈들은 오로지 게이트라위드에게서 나왔지만 그는 점점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파리도의 하수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데다, 예전에 알고 지낸 하녀로부터 확신을 얻게 되자 그는 즉시 그녀를 배신하고 홀로 승리할 방법을 강구한다.
자신을 괴롭히고, 파리도에게 매수당하기도 했던 네덜란드인과 손을 잡은 그는 마침내 선물 시장에서 파리도를 꺾고 당당하게 커피 거래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후, 게이트라위드가 파리도의 하수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모두 알페론조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작품에서 조금 쓸쓸한 것은 결국 그는 성공했지만 친구들을 잃었다는 점이다. 첫번째가 게이트라위드요 두 번째는 마지막에 그와 동업한 네덜란드 인이다. 하지만 또 한가지 멋진 점은 동생의 아내인 한나가 그에게 돌아섰을 때, 솔직히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지만, 더군다나 그녀가 동생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고민없이 그녀를 받아주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리스의 소설은 왠지 끝부분이 명쾌하지 않지만 새롭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커피를 치료제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었으며 주로 동인도회사가 이를 수입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어떤 차 보다도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커피알을 씹어먹는 한나를 보며 저런 쓴 맛이 어떤 느낌인지 나 역시 알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커피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증권거래소 이야기다. 전작 <종이의 음모>가 주식과 채권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선물거래에 관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오르고 떨어지는 선물의 가격 변동을 보면서, 그 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나는 데이비드 리스의 팬이 될 것 같다. 얼마전 그의 세번째 책이 나와서 즉시 주문했다. 이번 작품은 증권에 관련된 내용이 아닐 것 같지만, 벤자민 위버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니 역시 매력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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