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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드라마 <바람의 나라>

by 와룡 2008.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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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오래전에 본 만화다보니 사실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좋아했던 만화도 아니고(당시에는 리니지가 더 재미있었다) 초반 이후 좋아하던 캐릭터들이 모두 죽고 싸늘한 무휼만 남은 후로는 더욱 보지 않게 되었다. 찾아보니 아직 완결도 되지 않은 상태.
그래도 게임이다 뮤지컬이다, 이제는 드라마까지 제작이 되고 보니 몇몇 아끼던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해서 찾아보곤 했다. 드라마 제작시 송일국이 무휼을 맡는다기에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연이라는 캐릭터에 최정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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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분에는 물론 무휼도 연도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인공이 잘 어울리니 아니니를 떠나서 이 <바람의 나라>라는 이름을 딴 드라마가 대체 뭘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가만 생각하게 된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의 뚜껑을 열고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주몽 2부'로군, 하는 생각이다. 굳이 주몽이었던 송일국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꼭 그렇다. 초반 카리스마 넘치는 유리왕 정진영은 해모수와 다름 아니다(물론 매력적인 부분은 해모수가 훨씬 낫지만 ㅎㅎ). 주인공이 아역인 동안 시청률을 잡아두어야 할 누군가가 필요했겠지만 초반 부분이 너무 비슷한 느낌 아닌가?

신녀가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주몽과 유사하다. 일단 신녀가 등장하는 것부터가 주몽스럽다. 주몽 때에야 평소 다른 역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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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등장하지 않는 신녀, 더욱이 카리스마 있는 신녀가 참신하게 느껴졌다지만, 태왕사신기에서도 한번 써먹은 마당에 <바람의 나라>까지 가져오는 건 너무 식상한 느낌이다. 이 신녀가 하는 일은 초반에 무휼을 '저주 받은 아이'로 단정지음으로써 유리왕으로 하여금 아들을 멀리 떠나보내게 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내용상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럼으로써 이 <바람의 나라>는 '대무신왕의 왕자 시절'을 보여주기 보단 '불쌍하게 자란 신세 모르는 왕자 이야기'를 보여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놈의 '출생의 비밀'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써먹기 딱 좋은 소재 아닌가.

고구려 시대를 다룬 드라마가 지금 세 편째 나오는 건데, 역사를 고증할 방법이 없어서인지 너무도 '운명론'에 치우치는 기분이다. 이제 대무신왕 무휼은 어미, 아비, 형제, 자식까지 죽이고 고구려를 멸망시킨다는 운명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갓난 아기 무휼이 그 운명론 때문에 궁에서 쫓겨나(?) 민간에서 키워진다는 설정부터, <바람의 나라> 팬들은 크게 실망했음이 분명하다.
늘 생각하지만, 어째서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꼭 그 내용을 '각색'하여야만 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등장인물만 똑같고 내용은 완전히 다르게 각색할 정도라면 왜 굳이 그 '원작'의 제목을 따 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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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태자가 아비의 명령으로 자결하지 않고 너무도 건재하게 왕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 사실 <바람의 나라>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은 인물 중 하나가 해명태자다. 괴유가 본래 선택한 주군이 해명이었으나 그가 죽음으로써 아우인 무휼에게 간 걸 보면, 무휼은 해명태자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해명태자가 죽지 않음으로써 그런 설정 또한 깨어진 것이다. 물론 무휼이 태자가 되기 위해서 언젠가는 해명이 죽어야겠지만, 제가회의 수장의 멱살이나 휘어잡는 해명의 모습은 이미 '원작의 해명'에게서 한참 벗어나있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이제 기대하는 것은 세류와 괴유 밖에 없다. 홈페이지에서 괴유의 모습을 본 순간 크게 실망했지만(이건 뭐 천인이 아니라 도적같은 느낌??) 일단 나와봐야 알 것 같다. 세류역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는 듯 하니 조금 기대해도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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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찾다보니 뮤지컬 바람의 나라 모습이 몇 개 보인다.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원작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데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멋진 싸움 장면 때문에 볼거리는 많은 공연이었다. 뮤지컬에 나왔던 해명태자와 괴유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는데, 부디 이 드라마 <바람의 나라>도 그들의 반만 멋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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