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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책 제목 바꾸기 신공?

by 와룡 2008. 12. 10.

사 봐야지 하는 책은 여러권 리스트에 넣어두었지만,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이 몇 권 있으면서 또 사기가 뭣해서 미루고 있었다. 어떤면으로는 도무지 내 취향에 맞는 책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했다. 남들 다 재밌다고 하지만 나는 재미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심해서 골라봐야 또 돈낭비나 하는 게 아닐지 고민하면서, 정말이지 몇번이나 두고 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은 왜 안나오나 한숨쉬며 인터넷 서점을 뒤지던 중, 평소 좋아라 하는 '데이비드 리스'를 검색해보았다. 그러니 왠일, 11월을 기준으로 새 책이 나와있지 않은가!
그의 주식 이야기(?)가 워낙 재미를 들인 터라 <블랙먼데이>라는 제목도 꼭 마음에 든다.

데이비드 리스의 책이 나왔다면야 그간 미뤄뒀던 리스트도 정리할 겸 사봐도 좋겠다 싶어서 기분좋게 책 소개를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남해회사 사건이니 주인공 벤자민 위버니 하는 글을 보니 예전스러운 소설인 것은 분명한데 내용이 겹친다. 소개를 잘못 해놓은 것은 아닐테고...


좀 더 꼼꼼히 살펴보니 '데이비드 리스'의 데뷔작이란다. 데뷔작이 두 개 일수는 없을테니 이건 필시 출판사의 농간이다. 그제야 자세히 보니 출판사가 기존 데이비드 리스의 기존 책들과 다르다(물론 비슷한 이름이긴 하지만).

그래서 결국 본래 데이비드 리스의 데뷔작인 <종이의 음모>와 비교를 해 보았더랬다.
둘 다 원제는 Conspiracy of Paper고 역자도 같다. 물론 내용도 똑같겠지만 목차나 내용이 없어서 비교는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소개를 보면 줄거리도 같다.

소개조차 읽지 않고 작가와 날짜만 보고 샀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책들을 열어보고 있자니, 주제 사마라구의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은 후 <눈뜬자들의 도시>가 왠지 아류작 느낌이라 포기했지만 또 새로운 '도시' 시리즈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듯 해서 살펴보았더니, 누군가의 서평이 남아 있었다.

이 작품 역시 예전에 한번 출판되었던 것으로 당시에는 원제대로 <모든 이름들>이었단다. 역시 역자는 동일하고 출판사가 다르다. 서평을 쓴 사람은 새 작품인줄 알고 샀다가 실망했다는 것.
물론 이 <모든 이름들>은 99년에 출판되었으니 이미 품절인데다 약 10년 만에 재간된 셈이지만, <종이의 음모>가 <블랙먼데이>로 변신한 것은 겨우 2년만이다. 더욱이 <종이의 음모> 도 아직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출판사 쪽에서 '재간' 임을 명시하였는지야 모르겠지만 나처럼 인터넷 서점만 둘러보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왠지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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