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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중국판 여인천하, <모의천하>

by 와룡 2010. 1. 11.

장르 : 사극
출연진 : 왕정군 역 원립
            부요 역 상엽홍
            소육 역 황유덕

볼만한 무협 드라마가 없는지 찾아보던 중에 발견한 <모의천하>다. 무협드라마가 다소 판타지화 되고 있는 요즘이라 정통 사극(?)이라는 말에 <대한천자>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하여 일단 보기로 했다.
줄거리도 모른 채 봤는데, 보다 보니 중국판 여인천하다.


왕정군과 부요


주인공 왕정군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쫓겨나 회임한 황후를 돌보는 여의원으로 일한다. 온갖 모략이 난무하는 후궁 영항 안에서 선량한 황후 허씨는 자신의 딸을 황후로 앉히려는 대장군 곽광의 처의 사주로 황자를 낳은 후 목숨을 잃는다. 실제로 사주를 받은 친구 때문에 왕정군의 어머니도 그 일에 연루되어 결국 목숨을 잃는데, 이후 왕정군과 친구의 딸 순우요(훗날 부요로 개명)는 함께 후궁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역을 했던 배우들이 똑같이 딸로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다소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이다. 그래도 부요의 경우 악녀다운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가장 예쁘장하지만, 주인공 왕정군은 머리 모양이 너무 이상해서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중의 악사요 소문난 바람둥이인 소육은 궁녀들 중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스럽다'라고 표현한다. 이 소육은 외모는 내 취향이 아니나 성격이나 하는 행동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놀랍게도 배우가 이전 포스팅에서 '별로'라고 평가했던 2010년 신삼국연의의 주유를 맡은 황유덕이란다.

남자주인공 소육


태자비가 된 왕정군

악사라는 소육이 실제로는 정체를 감춘 태자가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태자는 따로 있었다. 아무래도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부요의 모함을 받고 감옥에서 다 죽어가는 왕정군을 살려준 소육은, 그녀가 태자같은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말에, 이미 죽은 태자의 애첩 사마씨의 옷과 빗을 그녀에게 주어 태자에게 선택받게 해 준다. 그리하여 왕정군은 태자비가 되지만 죽은 애첩을 그리는 태자에게 냉대를 당한다.
아무튼 나름 잘해주고, 아무리 봐도 태자보다 매력적인 소육을 두고 왜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태자에게 시집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요의 캐릭터야 본래 부귀영화를 위해 뭐든 하겠다는 성격이니 태자에게 가려는 게 당연하지만, 고고한 척, 착한 척 하던 왕정군이 갑작스레 태자와 결혼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쨌거나 태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죽은 애첩과의 맹세를 저버리고 곧 부요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녀를 후궁으로 삼는다. 이야기가 바로 끝나는 것 같아 그만 보려다가, 찾다보니 훗날 한대의 미녀 조비연이 등장한다기에 좀 더

조비연

보기로 했다.

왕정군과 함께 입궁한 사람 중, 부요와 풍원은 태자, 훗날의 원제의 후궁인 소의까지 오른다. 본디 한나라 여관 관직에는 황후 이하 첩의가 가장 높은 관직이었으나, 이 때부터 소의라는 관직을 만들어 두 사람을 앉혔다고 한다. 물론 왕정군은 황후다.
이원아라는 궁녀는 초반에 자살했고, 나머지 한 명인 왕소군은 원제 즉위 후 연흉노로 시집가는, 중국 사대미녀 중 한명이다.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지 못해 못생기게 그려졌고, 이 때문에 흉노의 비로 간택되었는데 나중에 원제가 그녀의 본모습을 보고 화가 나 화공을 처형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왕정군이 낳은 아들은 훗날의 제위를 이어 한 나라 성제가 되는데, 이때부터 외척의 득세로 전한이 쇠락하게 된다. 전한을 멸망시키고 신이라는 왕조를 세운 사람은 바로 왕정군의 조카, 왕망이다. <삼국연의>에서 지방정권의 발호를 시작하게 만드는 유명한 '전국 옥새'는 왕망이 찬탈 후 황태후로부터 옥새를 받으려다가 화가 난 황태후가 집어던져 한 쪽 모서리가 깨져 있다고 한다. 그 황태후가 바로 이 왕정군이다. 비록 자신의 집안이지만, 반듯한 성격에 착실한 여자였던 것만은 사실이었던지, 그녀 역시 왕망이 함부로 하는 것에 분노했다고 한다.

왕정군과 부요, 풍원 등은 드라마에서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궁녀부터 시작했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왕정군의 아버지는 후작에 봉해져 있었고, 그녀 역시 당시 선제의 왕황후의 집안 사람으로 황후의 도움으로 태자비가 되었다. 애첩이 잃고 슬픔에 빠진 태자는 황후가 선발한 미녀들을 앞에 두고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예의상 "한 명 정도는 괜찮군요."라고 말했다는데, 마침 미녀 무리 중에 왕정군이 가장 앞에 앉아 있었고 붉은 옷을 입고 있었기에 태자가 그녀를 지목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그녀를 태자비로 삼았다고 한다.
부요는 실제로 태황태후 상관씨의 궁녀였다가 태자의 눈에 띄었고, 훗날 성제의 뒤를 잇는 원제(남편인 원제와는 다름)의 생모다. 풍원은 태자 즉위 후에 입궁하였는데, 다른 후궁들과 달리 용감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원제과 후궁들과 서커스 구경을 하다가 곰들이 탈출하여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홀로 원제의 앞을 가로막아 지켜준 일로 총애를 얻었다. 가장 총애받던 부요는 당시 원제를 두고 달아났기 때문에 원제가 그녀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인천하다 보니 남자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황제인 선제는 전후로 잠깐만 얼굴을 비출 뿐이고, 태자도 왕정군과 결혼하면서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주인공이 소육이라고 하니, 그나마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마음에 들었다던 왕정군을 태자에게 양보하지 않나, 아무튼 무슨 역할을 하려고 나오는지 모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뒤안길에 숨겨져 있던, 그래도 이름만은 여기저기서 들어보았던 여자들이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는 않다.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고 조비연이 황후가 되는 장면이 기대가 되어 계속 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관련 검색어로 드라마 <대풍가>가 떠있다.
1월 11일 부터 방영 예정인 한고조 유방의 조강지처 여태후의 이야기란다. 남편을 열심히 내조했지만 황제가 된 후의 남편이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리자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연적들을 처참하게 살해하였고, 남편 사후에는 유약한 아들을끼고 권력을 휘두르며 권신들을 처형한 악녀이자 여걸이다.
유방의 역을 여량위가 한다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한신역은 장광북이라는 배우로 1994년 <삼국연의>의 여포를 연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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