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by 와룡 2010. 6. 14.

(이미지 출처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musicalday),
공식 홈페이지(http://www.musicalmonte.com/))

한국 관객이 가장 좋아한다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최신작이라고 요란하게 광고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감상했다.

메르세데스 역, 옥주현

에드먼드 역, 류정한


사실 뮤지컬은 노래가 참 중요하다. 그간 본 뮤지컬 중에서 볼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한 작품들도 있지만, 그 노래를 두고 두고 듣는 작품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이 많아지면서 공연도 예전에 비하면 폭포수는 아니고 수돗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는 지금, 가끔 그 질에 대해 의문이 든다. 영화나 드라마로 약간만 이름이 알려졌다하면 순식간에 뮤지컬화 되어 아이돌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여 공연하는 작품도 많다. 물론 난 보지 않았으니 그 작품성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위니 토드다. 노래도 별로, 내용도 별로. 류정한의 출연작 중에 가장 돈이 아까웠던 작품.

나도 <지킬앤하이드>의 곡을 좋아하는 만큼, 이 몬테크리스토에 기대가 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들어보니 느낌도 <지킬앤하이드>와 비슷하고, 내가 좋아하는 뒤마 원작에 류정한 까지 출연한다니 더욱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다.

이 작품에서 한 가지 건진 것이 있다면, 단언컨대 핑클의 옥주현이 아닌 '가수' 옥주현의 재발견이다. 한 때 소녀그룹의 양대산맥이던 SES-핑클의 주 보컬 중에 나는 바다를 더 좋아한다. 바다의 목소리는 독특한 맛이 있지만 옥주현은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라 귀에 거슬려서다. 하지만 이 몬테크리스토의 노래는 음이 높지만 그녀의 놀라운 성량 덕에 날카로운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아, 정말 저 정도의 가수가 '약속해줘' 따위나 부르고 있었다니. 그간의 시간 낭비가 아쉬울 따름이다.
옥주현이 부른 <온 세상 내것이었을 때><세월이 흘러>의 클라이막스는 이 작품의 압권이다. 솔직히 곡이 아주 좋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용한 부분도 있고 마지막에 심금을 울리는 부분도 있는 걸 보니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노래들과 닮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체적으로 아주 감동적인 공연은 아니었다.
뮤지컬 영웅에서 조휘
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던터라 조휘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도 없고, 주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자체에 특별한 매력도 없었다. 하지만 세 악역 - 몬데고(조휘), 빌포트(조순창), 당글라스(장대웅) -의 합창곡 <역사는 승리자의 것>은 어쩐지 클레오파트라의 세 악역의 노래처럼 절도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몬테크리스토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류정한이 출연하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극적인 스토리를 좋아라하다보니 이걸 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막상 티켓오픈 때 캐스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인공 몬테크리스토 백작, 에드먼드는 배우가 셋이다. OST에 세 사람의 똑같은 노래가 실렸기에 들어보니, 내 귀엔 역시 류정한이 최고였다.

옛 연인과 재회

엄기준
은 얘기는 참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공연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성량이 약한 것 같고 목소리도 힘차고 굵직하기 보다 고운 편이었다. 도리어 신성록이 더 힘찬 목소리로 노래 해서 놀랐다.
아쉬운 것은 이 주인공의 노래가 귀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 좀 눈에 띄고, 그 외에 여주인공 메스데세데스와의 듀엣 곡 <언제나 그대 곁에> 정도가 들을만 하다.
여해적 루이자(한지연)가 이끄는 해적들의 노래는 신이 나서 마음에 들었는데 OST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에드먼드가 계략에 빠져 지하감옥에 갇히고, 우연히 땅굴을 파서 달아나려던 이상한 신부 파리아를 만나 감옥에서 탈출, 몬테크리스토 섬의 보물을 얻는 것까지는 재미있었다. 헌데 오랜만에 만난 연인 메르세데스와의 재회가 생각보다 충격적이지 않았고(메르세데스는 충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았다), 고대하던 복수는 너무 짧은 시간에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에드먼드는 갑작스레 후회하면서 메르세데스를 용서하고, 메르세데스는 남편 몬데고야 어찌되건 에드먼드에게 달려간다. 실제로는 에드먼드의 아들인 알버트는, 처음엔 자기 집을 무너뜨렸다며 에드먼드를 죽이려다가 갑작스레 십수년을 아버지로 있어준 몬테고에게 총을 쏜다. 그래서 해피엔딩이란다.
그 사이의 이런 저런 내용이 있었겠지만 그걸 쏙 빼고 결과만 보여주니 아무래도 개연성도 없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칼 싸움 장면은 화려해서 좋았지만 노래나 내용의 진행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