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연전기(차시환혼) 1장, 차시환혼

2011.01.04 18:42무협읽기/초류향 귀연전기(고룡)


이것은 귀신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상 그 어떤 귀신 이야기도 이보다 더 기괴하고 무섭지는 않으리라.

9월 28일, 입동(立冬).

이 날, ‘척배산장(擲杯山莊)’에서는 발생한 일은, 초류향 역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다.

‘척배산장’은 송강부(松江府) 성 밖에 위치하고 있었다. 천하에 이름난 수야교(秀野橋)와 겨우 3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초류향은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이곳을 찾아 며칠 머물렀다. 왜냐면 그는 계응선생(季鷹先生) 장한(張翰)처럼, 가을 바람만 불면 농어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송강 수야교 아래에서 잡히는 농어야 말로 천하 제일인데다,강호인이면 누구나 알 듯 척배산장의 주인인 좌(左) 둘째나리가 강남에서 장법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농어를 요리하는 솜씨도 천하 제일이었다.

게다가 좌 둘째나리에게 손수 주방에서 손을 씻고 농어를 요리하게 만드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둘 밖에 없다는 것도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초류향이 바로 그 두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 번에 척배산장을 찾아간 초류향은 좌 둘째나리가 직접 요리한 농어를 맛보기는 커녕, 평생 한 번도 겪기 힘든, 황당하고, 기괴하고, 신비하고, 두려운 일을 겪게 되었다.

그는 지금껏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좌 둘째나리 역시 초류향처럼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후(侯)에 봉해지는 것 보다는 오로지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자 했기 때문에 ‘경후(輕侯)’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척배산장에는 강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기(歌妓)와 가장 좋은 술이 있었다. 마굿간에는 강남의 일곱 성 중에서 가장 빠른 천리마가 있었고, 대청에도 세상에서 제일 우아한 식객이 있었다. 그러나 좌 둘째나리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좌 둘째나리가 평소 자랑스레 여기는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초류향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왼손을 잃을지언정 초류향이라는 친구는 잃고 싶지 않았다.

둘째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원수는 바로 ‘천하제일 검객’이라 불리는 ‘혈의인(血衣人)’ 설대협(薛大俠)이었다. 그와 설의인(薛衣人)은 삼십년동안 원한을 맺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남았다. 설의인이 아무리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어도 그를 어쩌지는 못했다. 때문에 좌 둘째나리는 이 일을 들먹일 때마다 신나게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셋째야말로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으로, 다름아닌 총명하고 예쁘고 말 잘듣는 딸을 얻은 것이었다. 좌 둘째나리에게 아들은 없었지만 그는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의 딸은 다른 집 아들 200명을 합친 것보다 열 배나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좌명주(左明珠)는 한번도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성인이 될 때까지 병 한 번 앓은 적 없고, 소란을 피운 적도 없었다. 이제 그녀는 열 여덟 살이었지만, 두 살때와 똑같이 사랑스럽고 말도 잘 들었다.

그녀의 무공은 아주 대단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 중에서는 수준급이어서 한 두번 강호에 나갔다가 ‘옥선왜(玉仙娃)’라는 별호로 유명해졌다.

하긴 강호인들이 그녀를 이렇게 떠받드는 이유중 반은 좌 둘째나리의 명성 때문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좌 둘째나리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좌 둘째나리는 딸이 여마왕이 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연공보다는 아버지와 바둑을 두거나 함께 술을 마시거나 아버지를 위해 금을 연주하고 꽃을 꺾어다주고 시를 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하는 일은 모두 아버지를 위한 것이었다. 그녀의 인생에 제 2의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좌낭자는 모든 아버지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딸이었다. 좌 둘째나리가 그녀 때문에 마음을 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바로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황당하고 기괴하고 신비하고 두렵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일이 바로 그녀의 신상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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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리대랑2011.01.04 21:52

    초류향부터 하시는건가요?..^^*..또 수고하시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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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lyingdragon.tistory.com BlogIcon 와룡2011.01.04 23:01 신고

    아, 올려놓고 정리 못한채 잠시 나갔다왔는데 벌써 보셨군요 ㅎㅎ
    <대기영웅전>은 담당자와 연락이 안되어 잠시 미루려고 합니다. 그 전에 발번역했던 초류향 시리즈를 정리하려고요^^;;
    초류향은 길지 않으니, 그 사이 담당자가 연락이 되면 <대기영웅전>도 진행해야죠.
    <대기영웅전>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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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꽃2011.01.04 23:03

    아~..아쉽네요....많이 기다렸는데...
    그래도 ..담당자분과 연락되시면.. 진행해 주신다니...감사한 맘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꼬옥~!...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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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vicon of https://lyingdragon.tistory.com BlogIcon 와룡2011.01.04 23:13 신고

      그러게요..
      제가 오랜만에 연락드린 것이라 아무래도 연락처가 확실치 않네요^^;;
      어쨌거나 뒷부분은 끝을 볼 생각이니, 결말 부분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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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건2011.03.20 00:25

    윽 대기영웅전 ㅠㅠ... 하지만 초류향도 재미있으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