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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기욤 뮈소, <그 후에>

by 와룡 2011. 2. 22.

<구해줘>를 읽고 꽤나 감동 혹은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아마 그 포스팅에게도 적었겠지만, 대뜸 다음 작품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기욤 뮈소가 하는 이야기가 결국은 하나이고, 아주 비슷하게 진행되리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늘 찍어두면서도 사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언니가 책을 빌려다놓았기에 얼씨구나하며 읽어보았다. 역시 기욤 뮈소의 이야기답게 한 번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기 힘들다. 단박에 다 읽어냈지만, 첫번째 느낌은 '역시 내 생각이 옳았다' 였다.

<그 후에> 역시 죽음을 예언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사랑을 이루느냐 못 이루느냐 하는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출판사든, 문학 평론가든, 아무튼 사람들이 극찬했다는 반전이 벌어진다. 반전이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지난 이야기와 비슷하다.

물론 난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네이선이 정말 죽게 될른지, 과연 헤어진 아내와 다시 맺어지게 될지 궁금해하며 읽었다. 그가 보호하려 했던 캔디스가 등장했을 때는, <구해줘>의 두 연인의 만남때처럼 시간 별로 두 사람의 대화며 속마음을 얘기해주어서, 어쩌면 네이서이 캔디스를 통해 사랑을 이루려나 생각하기도 했다.

기욤 뮈소는 사랑을 말하는 작가다.
그가 말하려는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는, 죽음까지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이다. 어찌보면 뻔한 주제이기도 하고, 순정만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순정만화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의 사랑에 어려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한 영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긴, 그 뻔한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읽는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그의 소설들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도 없던 네이선, 어린 시절 말로리를 만났고, 물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면서 거의 죽을 뻔 한 그였다. 죽음 앞에 이르러, 그는 자신의 운명의 사랑인 말로리가 미래에 죽음을 앞둔 모습을 목격하고 다시 살아나기로 결심한다.
그렇지만 부유한 가문에서 자란 말로리와 그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고 그녀와 결혼했음에도, 그는 장인, 장모의 멸시를 되갚아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출세욕에 불타오른다. 결국 출세는 했지만 그로 인해 가정에 무관심해지고 말로리와 이혼까지 하지만,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으로부터 장인, 장모를 용서하고 다시 아내와 만난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다. 돈, 명예, 권력 그 무엇도 운명적인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그것을 깨달은 이유는 닥쳐올 죽음 때문이었지만, 그 닥쳐올 죽음이 자신의 죽음이 아니란 건 마지막에야 알게 된다.

요즘 세상에 사는 사람들 중 네이선 같은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나야 뭐, 삶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나조차도 물욕이나 명예욕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 그러니 세상이 오직 돈, 명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을까.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 손이 갈 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난 여기서 기욤 뮈소의 소설에 손을 뗄지도 모르겠다. 그가 아주 혁신적인 소재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은.
역시 내 취향은 기욤 뮈소나 파울로 코엘료보단 데이비드 리스다.
요즘엔 영 새 소설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워했는데, 국내 출판만 되지 않았을 뿐 최근에도 작품을 내놓았더랬다.

오랜만의 소설 관련 포스팅인데, 불만으로 끝내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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