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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소설/잡설

소설 보보경심(步步惊心)

by 와룡 2013. 1. 17.

중국어를 시작한 건 무협 소설을 읽기 위해서였다.

어쩌다보니 그 때 배운 걸로 무협 소설 번역을 하게 되었고, 이젠 유명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바람마저 생겼다.


하지만 중국 무협 소설은 인기 장르도 아니요, 중국어 또한 영어 만큼 번역 일이 많지도 않는 게 사실이다.

덕분에 한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번역 일로 안면이 있는 분께서 추천을 해 주셨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데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혹시 초등학생 들이나 보는 유치한 판타지 애정 행각 로맨스 물이면 어쩌나 고민했다. 그건 절대, 내 취향이 아니다. 


다행히도 넘겨 받은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청나라 역사와 문학, 그리고 소수민족의 문화가 잘 버무러진 '작품'이었다. 청나라 복식을 싫어해서 그런지, 난 중국 역사 중에서도 청나라 시절을 제일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이 재미있다보니, 청나라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하나 하나 찾아보기까지 했다.


바로 <보보경심>이다.



이미 국내엔 두터운 팬 층이 있다고 한다. 시작은 드라마 덕분인데, 드라마보단 소설이 좀 더 감정 표현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드라마는 보다 말아서, 확신할 수는 없다.

 

<보보경심>의 좋은 점은 전형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쳐 볼 사람이 없다.


처음에는 주인공 언니 약란에게 눈길이 갔다 - 이건 배우 때문일게다.

다음에는 십삼황자에게 마음이 끌렸다. 뒤로 갈 수록 십사황자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도 좋아 보였다. 잘 나오진 않지만 어느샌가 그 기품을 드러낸 팔황자비에게도 정이 갔다. 낭군을 기다리다 안 올거라며 슬퍼하는 주인공 약희도 어느샌가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마침내 다 읽고 나서는 민민 공주와 좌응 왕자에게 손뼉을 쳤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자기만의 세상을 꾸려나가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런 1인칭 소설에서.


뒤로 갈수록 결말이 궁금해서, 서둘러 읽어보았더랬다. 이 정도 필력의 작가라면 다음 작품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보보경심>이 국내에도 성공해서 다음 작품도 연이어 나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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