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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by 와룡 2014. 12. 10.


오랫동안 블로그 관리도 못 하고 독후감도 못 썼다...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물론 언제까지나 가슴에 남는 작품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읽고 나서 바로 느낀 점을 써 놓으면, 나중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도 느낌을 되살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항상 게으름이 문제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염소의 축제>를 먼저 읽었는데 퍽 감동(?)을 받았었다. 독재자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얼마전까지 있었던 이야기다보니 무척 감정이입해서 보았던 것 같다.

<염소의 축제>에 만족하고 다른 작품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이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는 바람에 미루고 또 미루다가 몇 년 만에야 포기하고 책으로 사 봤다.

(책은 들고다니며 보기가 힘들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염소의 축제>보다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훨씬 유머러스하다. 


페루 육군 대위인 판토하 판탈레온은 아마존 밀림에 주둔한 병사들의 성욕 해결을 위해 군에서 조직한 '특별봉사대'를 맡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열심이고 원칙대로 수행하는 판탈레온 대위가, 군 입장에서는 차마 대놓고 밝힐 수 없는 '특별봉사대'를 진짜 '군대'처럼 생각하고 꾸려나가는 모습이 우습다. 

몇 명의 봉사대원이 있어야 군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직접 시험해보고 믿을만한 수치를 제시한다거나, 가능한 매력적인 봉사대원을 뽑기 위한 신체 검사(?) 등 우스운 일들이 많다. 


처음에는 그런 봉사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판탈레온이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갈수록 그 주위의 사람들도 작가의 비판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때 그렇게 깨끗한 척 '봉사대'를 그렇게 반대한 스카비노(??) 장군과 군 신부마저 '봉사대'가 해체된 후 창녀들과 함께 잘만 놀고 있다. 봉사대가 왜 군인들에게만 봉사하느냐, 우리에게도 봉사해달라며 민원을 넣는 마을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모든 비리를 파헤친다는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 신치는 비리를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 게다가 그렇게 원칙을 고수하던 판탈레온 대위도 결국 예쁜 여자에게 푹 빠져 급료나 봉사 회수에 특별히 예외를 두는 등 사적인 관계를 갖기도 한다.


기실 판탈레온 대위의 말대로 창녀들은 나라의 군인들을 위해 '봉사'했다. 비록 돈을 받았지만.

그들은 '비공식'이긴 하지만 군대의 '정식' 조직이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공공연히 웃음거리가 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군인들이 그들을 환대하고 칭송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자, 모두들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뗀다. 물론 봉사를 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해 죽은 창녀에게 '군장'을 지내주었다는 것은, 판탈레온 대위가 아니고서는 누구라도 시도할 생각조차 못할 만큼 황당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열심이고 진지한' 판탈레온에게는 봉사대원은 곧 군이 직접 고용한 대원이고, 군에게 봉사하다가 죽었으니 존중해야 마땅했다. 


판탈레온 대위의 등장과 함께 방주의 형제라는 사이비 종교가 성행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 속에 숨겨진 장치 하나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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