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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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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랑야방 좀 더 자세히 알기 - 왜 강좌매랑인가?

by 와룡 2016. 7. 14.

무협 용어 정리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좀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짤막하게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먼저 써본다.

주인공 매장소를 칭하는 단어가 너무 다양해서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매장소라는 이름이 있으면서 왜 또 소철이라는 가명을 썼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강호의 인물과 정치판의 인물을 분리하고자 한 매장소 본인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매장소를 부르는 이름은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다.

이름 

의미

 파생어

임수 

진짜 이름 

소수(애칭): 정왕, 몽지, 태황태후, 정비 등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람들이 가깝게 부를 때 사용.

중화티비에서는 '수야'라고 하며, 팬들은 중국어 발음대로 '샤오슈'라 부르기도 함

  

소원수(직위): 적염군에서의 직위로, 부하들이 높여 부를 때나 다른 사람들이 직위로 부를 때 사용. 섭탁, 위쟁 등 적염군 사람들이 주로 이렇게 부름. 임섭이 대원수이고, 임수는 소원수인데, 둘다 지휘자라는 의미이나 임섭은 적염군 전체의 지휘자이고 임수는 적우영의 지휘자.

중화티비에서는 '소년 장군', '임 장군'등으로 부름

매장소

강좌맹 종주로서의 이름 

소 형(蘇兄): 소경예, 언예진, 사필이 부를 때 사용. 친한 친구 사이에 약간 격식을 차려 높여 부르는 말 (이 친구들은 매장소일 때 만난 친구들이므로 소철의 성을 따서 '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님)  

  

형(쑤꺼꺼: 蘇哥哥): 비류가 부를 때 사용. 소설 번역본은 '형', 중화티비에서는 '형님'. 

'꺼꺼'라는 말은 '형', '대형'보다 훨씬 친근한 호칭이며 매장소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비류와 예황 군주 뿐

  

장소: 린신이 부를 때 사용. 격식 따위 집어치우고 다짜고짜 이름 부름, 애칭도 안씀 ㅎ (근데 매장소는 린신을 '린신'이라고 성을 붙여 부름. 소신이나 신신이라고 부르면 너무 간지러워서 그럴까, 외자 이름은 중국에서도 참 부르기 애매한지 애칭을 많이 씀)

  

매 종주: 강좌맹 사람들 혹은 강호인들이 높여 부를 때 사용. 그냥 종주라고도 함

  

기린지재/기린재자: 랑야각에서 평가한 이름. 기린과 같이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고 하여 이렇게 부름

  

강좌매랑: 강호인들이 매장소의 뛰어남을 칭찬하는 의미로 부르는 별명. '강좌맹의 멋진 매 공자'라는 의미

소철

금릉성의 모사로서의 이름 

소 선생: 금릉성 사람들이 쓰는 존칭. (여기서 '소'는 소철의 성을 따온 말이므로, 소경예 등이 부르는 '소 형'과는 이름 자체가 다름) 

임수, 매장소, 소철이라는 이름이 호칭으로 쓰일 때는 중국어 발음으로는 '슈/쑤' 등으로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마치 한 사람을 부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어쩌면 그걸 노리기도 했겠지만.

제목처럼 왜 '강좌매랑'일까는 위의 표에 써놨지만, '매랑'의 '랑'자는 잘생긴 남자, 사랑스러운 남자를 가리킨다. 

<삼국지>에 보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잘생김의 대표인) 손책과 주유가 '손랑', '주랑'으로 불렸다고 나온다. 쌈 잘 하고 제법 멋있다는 여포나 마초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냥 잘생기기만 해서는 안되고 어딘지 우아하고 스마트해야 '랑'으로 불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왠만한 사람은 쉽게 '랑'자 안 붙여준다. (제갈량에게 랑자가 안 붙은 이유는 얼굴 때문인가...-_-;;) 여자들이 연인을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하므로 상당히 사랑스러운 의미를 담은 애칭이다. 

'강좌매랑'이라고 불렀다는 것만 봐도 매장소라는 사람이 강호에서는 비할 데 없이 멋있고 우아하고 잘 생기고 뛰어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문화를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은 이 호칭의 의미를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어서 굳이 써봤다.

(얼굴이 완전 바뀌었는데도 미남자라니, 원판불변인가...)


사족을 하나 달면, 이런 '강좌매랑' 같은 단어 때문에 고전물은 한자독음이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강좌맹을 독음으로 '강좌맹'으로 옮기고, 매장소를 중국어 발음으로 '메이창쑤'라고 옮겼을 때, 강좌매랑은 어떻게 될까? 강좌메이랑? 그럼 '강좌매랑 기린지재'의 대구는 '강좌메이랑, 기린지~재'라고 해야 좀 더 박자가 맞다.

만약 강좌가 지명이니까 이것까지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장줘맹', 따라서 '장줘메이랑'이 되시겠다. (맹까지 중국 발음으로 읽진 않겠지) 하지만 '장줘메이랑'이라는 단어에서 강좌맹의 멋진 매 공자라는 의미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김용의 <소오강호>에는 영호충과 악영산이 함께 놀며 장난스레 만든 '충영검법'이라는 것이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검법이다. 만약 고전물을 중국어 발음으로 쓰면 두 사람의 이름은 '링후총', '웨링샨'인데, 이 때 검법 이름을 '충링'검법이라 하기는 뭔가 균형이 안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충영검법'이라고 하면 충자와 영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기 어려워서 단번에 의미가 와닿지 않는 단점이 있다.

아무래도 한자가 뜻 말이다보니 이런 점에서 어려운 것 같다.


사족 두 번째. 쓰다보니 생각나서 정리해 본다.

형(兄)과 가가(哥哥), 대가(大哥)의 차이를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격식을 차리는 정도가 높은 것부터 나열하면 형 > 대가 > 가가 일 듯 하다. 일단 '형'자가 들어가면 격식을 차리고 정중하게 부르는 느낌이고, '가'자가 들어가면 격식이 좀 덜하고 편안하게 부르는 느낌이다. '대'자는 거기서 좀 더 존칭같은 느낌.

예를 들면, 매장소는 몽지를 '몽 대가'라고 부른다. 자기 보다 나이 많고 친하니까 다소 격식을 차려 '대가' (가가는 좀 더 다정해서 친형제 같은 느낌이랄까.)

반면 소경예와 언예진은 '소 형'이라고 부르는데 매장소와 몽지보다는 덜 가까운 사이란 걸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알고 지낸 기간이 훨씬 짧으니까). 그래도 이름을 써서 '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매 형'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훨씬 가깝다. 사돈지간인 사옥과 탁정풍은 서로를 '사 형', '탁 형'이라고 부른다. 사돈 이전에 같은 아들을 둔 친구였기에 '사돈'으로 부르지 않고, 또 나이가 들고 신분이 있으니 격식을 차려서 성에다 '형'을 붙여 부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비류와 예황 군주는 매장소를 '가가'라고 부른다. 마치 가족처럼 가깝게 부르는 호칭이다. 두 사람이 매장소를 얼마나 가깝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드라마에서 예황 군주가 매장소에서 '형장(兄長)‘이라고 부를 때가 있는데, 이 '형장'은 '가가'처럼 친근한 관계에 사용하지만 훨씬 정중한 호칭이다. 예황 군주는 어렸을 때는 임수를 '가가'라고 불렀지만 어른이 된 후 나이에 맞게 '형장'이라고 정중하게 부른 것이다. 물론 어린 시절 느낌으로 부를 때는 나이가 들어서도 '가가'라고 한다.

형장과 가가가 나와서 말인데, <삼국지>의 관우와 장비가 딱 이 단어를 쓴다. 관우는 유비를 '형장'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장비는 유비를 '가가'라고 부른다. 의형제니까 둘 다 '친형제'같은 느낌으로 부르되, 관우는 좀 더 정중하고 격식을 갖춰 부르는 반면, 장비는 성격 답게 격없이 편안하게 부른 것이다. 

예황 군주가 가가라고 할 때와 형장이라고 할 때의 차이가 어떤지 확 와닿는 예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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