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위쳐가 인기있다는 반증 - 위쳐 원작 소설 출간

by 와룡 2016. 11. 10.

겁이 많은 편이라 무시무시한 (?) 게임을 즐겨하지는 않는데, 내 취향의 게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스토리나 그래픽이 딱 내 취향이고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 게임이라고 하기에 시작했던, <위쳐 3 - 와일드 헌트>

노란 눈의 위쳐, 주인공 게롤트 아자씨

가능하면 '피 효과'를 끄고 하는데 이 <위쳐 3>는 본격 성인 게임을 표방하기 때문에 그런 옵션 따위는 안 키운다.

온갖 징그러운 몬스터가 나오는데다 피 까지 낭자하니 시작부터 내가 이 게임의 엔딩을 보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엔딩을 보지 못한 이유는 결과적으로 피투성이 몬스터 때문은 아니다. 난 메인 스토리보다 서브 스토리를 먼저 즐기는 스타일인데... 이 게임은 서브 스토리가 너무 많다!! 궨트 카드 모으다가 나가 떨어질 줄이야...

아무튼 간에, 더 하고 싶지만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했던, 하지만 항상 시간만 나면 해야지 하고 벼르는 게임이었는데.

고맙게도 이야기가 궁금한 나를 위해 원작 책이 떡하니 출간!

소설 표지는 예니퍼다. 예니퍼가 여주인공이라는 의미일까.


게임이 인기가 없었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만큼 국내에서도 이 게임의 인기가 높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당장 게임을 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알 수 있다는 행복감에 금세 다 읽었다. 근데 아직 1권 밖에 안나와서 더 궁금하게 만든다...-_-;;

본래부터 게임이 스토리 탄탄하게 잘 만들어져서 인기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원래 원작이 있는 것을 게임으로 만든 거란다. 예상 외로 원작은 폴란드 소설이다. 어쩐지 이름이 좀 독특하다 싶더라니.

위쳐 3 책이라고 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엘프의 피>라는 이 책부터 읽었지만, 사실은 프리퀄인 <이성의 목소리>와 <운명의 검>도 있어서 이것부터 읽는게 더 나을 뻔 했다. 물론 게임을 했으면 기본 설정이나 스토리는 알 테니 크게 혼란스러울 것은 없지만.

간략하게만 설정 부분을 정리해보면, 판타지적 세계인 이 땅은 엘프와 드워프,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실은 드워프의 땅이었는데 엘프가 나타났고 나중에 인간이 나타나 머릿수로 제국을 세움으로써 인간이 지배하는 구조가 되었다.) 인간들도 마법을 익힌 마법사, 특수 약물로 괴물을 물리치는 데 특화된 돌연변이가 된 위쳐와 일반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인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어서 수명이 짧지만, 마법사나 위쳐는 엘프 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오래 산다. 대신 후손을 얻을 수 없다. 

마법사들은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강한 힘이 있기 때문에 왕들의 자문 역을 하거나 하면서 정치에 나서는 등 존중을 받지만, 위쳐들은 노란 눈이라는 특성과 돈을 받고 괴물들을 죽이는 직업 때문에 다소 경멸을 당하는 존재다(게다가 무섭게 힘도 세니까).  마법사들이 마법위원회를 통해서 특정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세력을 구축하려는 정치적인 야욕이 있는 반면, 위쳐 무리들은 그냥 욕심없이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며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사실은 마법사가 더 위험한 존재지만... 

지도는 이렇다. 출처: 나무위키(https://namu.wiki)

이곳에는 여러 나라가 있는데 몇 개나 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고 (위 지도를 보면 6곳이고 나오는 지역들은 아마 각 나라에 속한 도시들인가보다), 아무튼 원래 서로 잘 지내고 있었지만 멀고먼 남쪽에서 나타난 닐프가드가 갑자기 쳐들어오는 바람에 전쟁이 벌어져 가장 남쪽에 있던 신트라가 무너진다. 닐프가드를 막기 위해 여러 나라 군대와 마법사들이 전쟁에 참여했고, 덕분에 결국 신트라는 빼앗겼지만 전쟁은 멈출 수 있었다. 이 때 많은 마법사들이 죽었다고 한다. 서브 여주인공 격인 트리스 메리골드도 이 때 죽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살아 있다. (겨우 살아 남은 것인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 자란 시리. 게임에서는 제일 예쁘다.

신트라 여왕의 손녀인 시리(정식 이름은 시릴라)는 겨우 살아남아 마침 어려서부터 그녀의 보호자가 된 리비아의 게롤트를 만나 위쳐들의 본거지인 케어 모헨으로 간다. 지금 이 땅에는 언젠가 백색 서리가 나타나 세상이 멸망한다는 예언이 떠돌고 있는데 그 예언에 나타나는 아이가 바로 이 시리다. 오래된 엘프의 피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영적인 계시를 받을 수 있고 (미래나 과거, 혹은 타 공간의 장면을 보는...), 강력한 마법을 가졌다. 게임에서는 시공을 뛰어넘는 능력이 있다.


<엘프의 피>는 게임 위쳐 3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게임에서는 시리가 케어 모헨에 있을 때 와일드 헌트에게 납치되고, 게롤트가 그녀를 찾아 나서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소설 1권에서는 아직 시리가 납치되지 않았고, 게롤트가 시리를 일부러 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키면서 헤어져 있는 상태다. 납치되는 내용은 좀 더 뒤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기억력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게임에서는 시리가 닐프가드 황제의 딸로 나오는데 소설에서는 시리가 닐프가드의 공격을 받아 멸망한 신트라의 후계자다. 이런 부분들이 달라서 몇 군데 헷갈리기는 하나, 게임의 특성 상 (그리고 내 게임 플레이 성향 상) 스토리를 듬성 듬성 이해하게 되는 데 비하면 책은 전체적인 흐름을 읽기에 좋다.

판타지 게임은 종종 하지만,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어서 초반에는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워 여러번 문장을 반복해 읽어야 했다. 하지만 그간 몰랐던 내용들 - 마법사들이 어째서 사람들을 피해다니는지, 테메리아와 닐프가드가 왜 싸우는지, 스코티아는 왜 궨트에 나오는 것인지, 나는 왜 궨트 카드를 모으고 있는 것인지... - 을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스켈리게가 알고보니 신트라 여왕의 발아래 있었다니! 이것도 신선한 충격.

게임 1, 2편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저기서 스토리를 주워듣기만 한 상태에서 3을 한 덕에, 나는 단순히 3탄에서 가장 예뻐보이는 트리스가 마음에 들어서 게롤트와 맺어주었는데, 뭐, 원작 소설이든 게임이든 내용은 예니퍼가 절대적인 여주인공이다. (아니, 시리인가??)

두 히로인인 트리스와 예니퍼의 <위쳐 3>에서의 모습


게임에서의 느낌은, 예니퍼는 어디 떨어뜨려놔도 혼자 잘 살 것 같은 질긴 여자, 오로지 자기 갈 길만을 바라보는 여자, 여자로서의 매력을 자신이 원하는 일에 충분히 활용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트리스는 한 남자만 사랑하고, 정치적인 목표를 가진 우아하고 착한 마법사. (예니퍼도 마법사다. 약간 무섭지만 더 능력있는 마법사)

이렇게 팜므파탈과 공주같은 두 사람이었는데, 소설에서는 트리스가 좀 더 여성적이고 여자의 매력을 잘 이용하는 다소 영악한 느낌을 주는 반면, 예니퍼는 차갑고 똑 부러지지만 정이 많은 여자처럼 느껴진다. 아직 1권이니 좀 더 봐야겠지만.


게임을 할 때도 느꼈는데, 게롤트라는 주인공은 내가 그간 해 본 주인공들과 달리 아주 잘생기지도, 기개 넘치지도 않지만 상당히 인간적이다. (당연하지만 내가 해 본 다른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엄청 세긴 하다이런 면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소설에서 만든 이미지를 게임에 잘 반영시킨 것 같다. 나는 이런 아저씨 류의 주인공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게롤트는 아저씨인데도 불구하고 내게도 매력적이었다. 

소설에서도 트리스를 대하는 게롤트의 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잘 지내고 있는 예니퍼와 게롤트 사이에 끼어 결국은 오도가도 못하게 된(?) 트리스에게 정확히 선을 그으면서도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모습이 그렇다.

주인공인 리비아의 게롤트. 사실 이렇게 멋지게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아저씨.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땅의 사람들은 닐프가드와 적대하면서도, 닐프가드의 손에 들어간 신트라 지방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 유일한 후계자인 시리를 죽이려고 한다. 시리가 운명의 아이이기 때문에 와일드 헌트가 뒤쫓고 있어서 위험하다는 게임의 설정도 나중에 나올지 모르지만, 1권 내에서는 일단 그녀가 위험한 이유는 '인간들' 때문이다. 

이것만 봐도 이 소설이 단순히 치고 박고 싸우는 판타지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사와 정치 싸움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많고 인물도 많아서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빨리 뒷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는데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고, 그 사이 프리퀄을 읽고 있어야겠다. 

내가 <위쳐 3>를 해봤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리고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설명문 없이 빠르게 이어지는 대사라든가, 이따끔씩 장난 치는 듯한 이야기 진행 방식이 참 좋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