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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루> 고전 무협 드라마 기대해도 될까

by 와룡 2019. 5. 16.

의천도룡기를 보고 나서 또 뭘 볼까 웹을 뒤적이다가 소설 원작 고전 드라마 소개글을 발견했다.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작품이 <야행가>, <청설루>, <관청사>여서 셋 다 한 번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어쩐지 익숙한 <청설루> 작가 이름... 어디서 봤더라 하고 찾아보니!!

<청설루>를 쓴 창월은 거의 20여 년 전의 중국 무협 잡지 "금고전기 - 무협판"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창월 외에 그 잡지의 대표 무협작가는 <곤륜>의 봉가, <무림객잔>의 보비연 등으로, 두 작가의 작품 모두 국내에 출판된 적이 있다. 당시 대원 출판사 무협/판타지 브랜드 아키타입에서 창월의 작품도 검토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왜 출간하지 않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작품이 무협보다는 '로맨스'에 가깝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십수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당시 중국 무협 소설을 읽는 사람은 7, 80년대 고전 무협을 좋아하던 남성 독자였다. 지금은 중국 드라마가 널리 인기를 얻으면서 젊은 여성 독자들도 무협의 색이 다분한 드라마와 소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시기에 '무협'이지만 '로맨스'에 가까운 창월의 작품이 잘 먹히지 않을까?
<곤륜><무림객잔>을 본 독자는 알겠지만 작품 수준이 아주 빼어나다. 특히 봉가는 김용의 풍격을 지녔다며 꽤 기대를 받은 작가였다. 국내에서 고전 무협 소설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나도 어느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창월의 작품이 드라마로 나올 줄이야. 그것도 당시에 썼던 작품으로.
오랫동안 묵혀둔 검토서에서 창월 자료를 찾아보니, 무협과 판타지 작가이나 무협 작품이 좀 더 평이 좋으며, 무협 대표작은 <청설루> 시리즈라고 되어 있다. (판타지 대표작은 <경> 시리즈)
금고전기 - 무협판이 잡지다 보니 당시 작품들은 연작형 단편선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은데 <청설루> 역시 이런 류로 볼 수 있다. '혈미', '호화령', '황원설' 총 3부작이며 '호화령'의 평이 가장 좋다고 한다. 1부 '혈미'는 혈미검이 주인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어서 독특한 구석이 있다.

아무튼 오랜만에 듣는 창월이라는 이름에 반가워서 <청설루> 드라마를 찾아봤다. 중국 드라마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조금 걱정했는데, 딱 두 편 봤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잘 만들었다!
어린 시절 서정용(청명)이 참 예쁘고 고집 센 여자아이 캐릭터를 잘 살려서, 척 봐도 어떤 여주인공이 나올지 짐작이 갔다. 원작에서도 서정용은 차갑고 멋진 여무사다.

어린 시절 서정용
어른이 된 서정용(청명)

혈미검의 주인 혈마 서혈미는 청설루주 소서수 및 백제, 설곡과 힘을 합쳐 강호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배월교와 맞서 싸웠는데, 도중에 아내를 잃고 나중에는 배월교주의 혈고에 미혹되어 딸 서정용을 죽일뻔 하다가 겨우 깨어나 자결한다. 서정용마저 배월교 손에 죽기 직전에 청설루주 소서수가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나 구해준다. 소서수는 배월교 소저 설문과 혼인했으나 배월교주가 배신의 죄를 물어 처형했고, 이를 알게된 소서수는 슬픔에 휩싸인다.

우리의 남자 주인공, 어린 시절의 소억정은 당연하게도 여기서 혈마의 딸 서정용을 만난다. 소억정은 소서수와 설문의 아들이자 청설루의 후계자이며, 무림 3대 고수 중 한 명인 설곡의 제자지만 몸이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보면 무공이 아주 높다. 창백한 얼굴로 콜록거리면서 검 날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반할 지경.

병약한 고수, 소억정

물론 그건 다 자란 후다. 소억정은 고집스럽게 아버지 무덤을 지키는 서정용과 하룻밤 함께 있어주다가 병이 도져 사부인 설곡에게 치료를 받으러 침사곡에 간다. 쓰러진 서정용도 함께 가지만,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생각에 청설루에 가는 것도, 침사곡에 남는 것도 거부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말도 안 되긴 하지만, 백제의 제자 청람이 함께 뛰어내려서 구해주고 살뜰히 살펴주자 서정용도 그를 믿고 백제의 제자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천문을 본 백제는 액운을 의미하는 명성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이것이 서정용 때문이라 생각해서 그녀에게 경공만 가르치기로 하고, 이제 강호에 혈미는 없다며 혈미검을 거둬간다.   

백제 할아버지. 머릿결이 너무 좋고 얼굴도 젊다

서정용은 앓고 있는 소억정을 찾아가서 다음에 만날 때는 건강하라고 다짐해준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서정용과 소억정의 만남은 끝...

청설루는 루주 소서수가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진 사이, 령주인 맥천성이 대권을 틀어쥔 상태다. 오랜만에 돌아온 소억정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다. 

사 씨 집안 따님이 도적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우연히 이를 발견한 서정용이 도와주러 나섰지만 실패. (경공만 가르친댔는데 혼자 나서길래 잘 싸우는 줄 알았더니....) 때마침 소억정이 사형인 남초와 함께 나타나 사씨 집안의 딸 사빙옥과 서정용을 구해준다. 서정용은 그가 청설루 소루주라는 말을 듣고 어린 시절에 만난 소년이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원작을 다 보지는 못했으나 설정이 약간 다른 것 같다. 일단 1부 '혈미'에서 서정용은 아버지의 혈미검을 들고 독보강호했고, 소억정과 대결해서 지는 바람에 청설루의 령주가 된다. 딱 내가 좋아하는 멋진 문주와 그를 지키는 여무사 구조다. 다 자란 서정용이 어린 시절보다 착하게 생겨서 꼿꼿하고 도도한 느낌이 안 나서 안타깝지만, 분위기가 이대로만 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의천도룡기를 본 후로 제대로 된 고전 무협 드라마가 끌렸는데,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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