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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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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뮤지컬과 음악

뮤지컬 라이온킹

by 와룡 2007.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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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킹.
스위니 토드에 실망한 나에게 뮤지컬의 재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 엄청난 무대장치와 정교한 가면들, 배우들의 기교. 거기에 더해 웅장하고도 즐거운 음악들이 분위기를 살려준다.

아프리카 음악을 잘 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류의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 지평선이 보이는 푸르른 초원에서 울리는 웅장하면서도 고요한 북소리는 마음을 상쾌하게 해줄 뿐 아니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처음 라이온킹을 보러간다기에, 생각난 것은 레오라는 이름이었다. 사실 라이온킹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애니메이션도 안 봤고, 겨우 게임 조금 한 것 뿐이었다. 레오 이야긴가 했지만, 주인공의 이름은 심바란다. 심바는 사자라는 의미.
왜 레오라는 이름이 생각났을까 따져보니,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어린 시절 만화 때문이었다. 레오 역시 왕자로 태어났지만 어떤 사건으로 밀림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와 왕이 된다. 실제로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을 제작했을 때 일본에서는 자국에서 만든 <밀림의 왕자 레오>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즈니 측에서는 <햄릿>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발표했다. 사실 <밀림의 왕자..>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 얼마나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새끼 사자의 성장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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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측의 <햄릿> 이야기 역시 옳다. 숙부가 아버지를 죽이고 왕자리를 뺏았다는 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스카가 왕비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형수를 취하지 않으려나 생각했을 정도니까.

뮤지컬 라이온킹은 공연일별 배우를 미리 공개하지 않아서 내가 관람할 당시의 배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무파사 역 배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무파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것이 무파사로부터 시작해서 무파사로 끝나는 듯.
그에 비해 2막 부터 등장한 '성장한' 심바는 아버지에 비해 파워가 조금 부족했다. 징징거리며 아버지를 찾다가 결국 아버지를 등에 업고 숙부를 처단하는 어린애 같은 주인공. 역할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웹상에 떠도는 오리지날 캐스팅의 영상을 보니 심바가 훨씬 파워풀한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명곡으로 꼽는데, 나는 <They live in you>가 최고라고 느꼈다. 물론 이 곡도 꽤 유명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우선 곡의 장면이 너무 멋있었고 그 노래를 부른 무파사의 목소리가 웅장하고 매력적이다. 이 곡은 2막에서 라피카가 심바에게 네 아버지는 살아 있다며 부르는 <He lives in you>로 이어지면서 라이온킹의 클라이막스를 형성한다. <Endless night>에서 아버지를 찾으며 슬퍼하다가 미래를 꿈꾸던 심바는, 영웅들이 별이 되어 지켜보고 있다던 지난 날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버지 역시 별이 되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율. 말 그대로 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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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돌아와 몇 번을 더 들어보았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난다. <He lives in you>는 합창곡이어서 공연장을 가득 채울만큼 울려퍼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이에나가 부르는 Chow down이나 스카와 하이에나의 Be prepared도 훌륭하다. 물론 감동에 있어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라이온킹은 누구에나 추천할만한 뮤지컬이다. 스위니 토드나 쓰릴미는 매니아 느낌이 강하지만, 라이온킹은 누가 봐도 즐겁고, 볼거리도 많은 작품이었다. 들소떼의 질주에서 보여준 저 엄청난 광경, 박력. 그리고 <He lives in you>에서 나타난 무파사의 영상.
아마도 라이온킹에서 최고 찬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무대 디자인을 맡은 사람일 것이다. 이제 마지막 공연을 며칠 앞둔 뮤지컬 라이온킹.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다음에는 original casting으로 한 번 공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이 어떤지 몰라 일단 <They live in you>를 하나 링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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