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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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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뮤지컬과 음악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by 와룡 2008. 10. 28.


체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다.
어렸을 때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읽고 좋아라 했었는데, 우연히 드라마 <시저>를 보면서 향수를 느끼고 있던 중 뮤지컬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김선경과 박지윤이 더블캐스팅이라 김선경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실수로 박지윤 공연을 예매한 모양이다. 큰 돈주고 실망할까봐 가격이 저렴한 3층을 예매했는데, 토요일 저녁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3층 좌석엔 우리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가운데 좌석에서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3층이라고는 해도 별로 높지 않아서, 주피터와 이시스와는 눈높이가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노래로 승부하는 뮤지컬이라고 해서 <에비타> 짝이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물론 클레오파트라의 파란만장한 삶을 짧은 시간에 보여주기 위해 줄거리가 바삐 진행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본다면 이야기가 조금 정신없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클레오파트라와 시저의 첫만남을 보지 못했다. 나라의 운명을 위해 폼페이우스를 추격해온 시저를 찾아간 클레오파트라는 그의 마음을 얻어, 동생이자 남편이요, 이집트의 파라오인 프톨레마이오스 를 처단하고 자신이 이집트의 왕이 된다. 그러보고니 드라마 <시저>에서 시저는 폼페이우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지는데도 왜 나중엔 그를 죽이게 되었을까? 결국 권력 앞에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로마 원로원에서는 시저의 독재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태인데다, 시저가 이집트의 여왕을 세우고 그 사이에서 아들까지 얹은 일로 그를 몰아내려는 음모가 진행되었다. 그 유명한 '브루투스 너마저'의 브루투스는 이 뮤지컬에 등장하지 않는다. 배역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일까.
대신 원로원에서 반 시저파로 옥타비아누스가 등장한다. 옥타비아누스는 시저의 양자로, 실제로 시저 암살과는 무관하다. 시저 암살모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브루투스를 포함하여 대부분 험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큰 꿈을 키우던 클레오파트라는 시저가 죽은 후 어쩔 수 없이 이집트로 돌아간다. 시저와 그녀가 이집트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아름다운 배와 멋진 조명 덕분에 매우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시피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음악뿐 아니라 무대장치와 복장도 아주 훌륭하다.

이집트서부터 늘 클레오파트라를 따라다니는 '뱀'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보니 정말 사람같지가 않았다. 나중에 그녀의 자살 도구(?)가 되는 뱀으로, 워낙 춤을 잘 췄기 때문인지 커튼 콜에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시저가 죽은 후 로마는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이 사람 이름을 제대로 기억한 걸까..?)가 삼두정치를 하게 된다. 시저의 충실한 부하였던 안토니우스는 야망이 큰 부인 플루비아의 조언에 따라 이집트의 부를 얻으러 떠났다가 다시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진다.

로마의 두 수장을 차례로 매혹시킨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은 과연 대단하지만, 정말로 그녀가 두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일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로마의 신 주피터가 그녀를 싫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야망이 큰 옥타비아누스가 파놓은 함정에 따라 안토니우스는 플루비아와 이혼하고 옥타비아누스의 누이 옥타비아와 결혼한다. 공연 내내 연약하고 어딘지 어린아이 같던 클레오파트라가 딱 한 장면, 다시 찾아온 안토니우스에게 '이집트의 여왕을 능멸했다'며 화를 내는데 이 장면이 멋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여왕'이라면서 광고했던 클레오파트라가 남자들을 휘두르기 보다 끌려가기만 하더니, 이 부분에서 조금 위엄을 되찾았다.
안토니우스 역의 민영기는 팬이 꽤 많은 모양이던데, 목소리가 까칠한 편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다시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진 안토니우스는(물론 옥타비아누스와의 좋지 않은 관계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옥타비아와 이혼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이 일로 로마의 권력을 두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집트의 부를 등에 업고 있지만 로마의 신망을 잃은 안토니우스는 악티움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에게 패배한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클레오파트라는 이 소식에 두려워 마련해두었던 은신처로 몸을 숨겼는데,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 안토니우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예전부터 가장 고통스럽지 않게, 가장 아름답게 죽는 방법을 연구하여 이집트의 어떤 독사(이름이...)에게 물리면 꿈을 꾸듯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독사를 구해놓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도 독사에게 목을 내주고 자살함으로써 파란만장한 삶을 마무리한다. 누이를 희생하면서까지 권력싸움에서 이긴 옥타비아누스는 시저 조차 앉지 않았던(시저는 왕이 되려 한다는 오해를 받으며 브루투스의 미움(?)을 샀는데도 말이다) 황제 자리에 오른다.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바로 그이다.
어려서 책을 읽을 때에도 옥타비아누스가 너무 간사스러운 느낌이라 싫어했는데, 이제 보니 안토니우스도 너무 감상적인 인물인 듯 하다...

이야기 위주가 아니다보니 노래가 꽤 많은 편인데, 대단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없지만, 듣기에 괜찮은 곡들은 몇 개 있었다. 파워넘치고 힘있는 곡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감동은 덜하지만 말이다.
옥타비아누스와 로마 사람들이 절도있는 동작(?)으로 춤추며 노래하는 것도 괜찮았고 플루비아와 안토니우스의 대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주제곡이랄 수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난 이집트의 왕'과 플루비아와 클레오파트라의 듀엣 '우리가 지배할 세상(?)'이 꽤 괜찮았다.

아래에 '난 이집트의 왕'을 링크한다. (출처 : http://blog.naver.com/kimslove99/56046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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