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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유리가면 ガラスの仮面

by 와룡 2010. 1. 30.



일본 드라마는 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유리가면>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헤맸다.
워낙 오래전(1998~9) 드라마인지라 찾기 어려웠는데 우연히 발견해서 이틀만에 다 보고 나니, 또 다시 지난날 만화 <유리가면>을 보았을 때가 생각나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만화 <유리가면>을 보기 시작한 게 언제적이더라? 기억도 잘 안난다. 아마도 20년은 흘렀을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 소문에는 작가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튼 작품 시작 이후 한 참 쉬다가 다시 연재를 시작했고(그 때부터 그림체가 바뀌었다) 또 다시 쉬다가 작년인가에 다시 연재하여 국내에도 번역 출간 되었다.

사실 이미 내용은 얼마남지 않았다. 최종 목표인 <홍천녀>는 이미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고 주인공과 그 라이벌이 연기를 하기만 하면 되는데, 일단 이제 다 자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와 그렇게 '대단하다'고 평한 <홍천녀>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나보다.

마야 역 아다치 유미

드라마 <유리가면>은 주인공 기타지마 마야 역을 맡은 배우 아다치 유미의 연기가 압권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헌데 일본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보기에 주인공이든 누구든 특별히 연기를 잘하는지는 모르겠다. 본래 일본어가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말투가 너무 딱딱해서 별로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다만, 몇 가지 연기 장면에서는 정말 대단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돌의 미소'에서의 인형 역, 연극부 가입을 위한 로보트 가정부 역, 소란피우는 헬렌 역, 스튜어드를 그리며 우는 늑대 소녀 제인 역 등은 정말 멋있었다.

아유미 역 마츠모토 메구미


반면, 라이벌이자 대부분의 장면에서 마야를 앞지르는 기술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히메가와 아유미 역의 배우는 얼굴은 정말 예쁜데 연기력이 많이 부족해보였다. 특히 헬렌 역 오디션에서 팔 흔드는 모습은 너무 어색해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마스미 역 타나베 세이이치

치구사 역 노기와 요코

역할도, 외모도 아무튼 멋진 남자의 대명사인 남자 주인공 하야미 마스미. 처음 볼 때 부터 너무 나이가 들어 보였고, 외모도 별로고, 시대가 시대라 그런지 복장도 너무 촌스럽고, 암튼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야와 키 차이도 너무 심하게 나서 포옹신 조차 어색하다.
다행인 것은 주인공의 스승이자 왕년의 대 여배우 츠키가게 치구사는 정말 원작에서 빼다박은 듯한 모습에 연기력도 일품이었다. 주요 인물은 아니지만 극단 온디뉴의 연출가 오노데라 선생도 역할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연기 장면을 많이 보여줄 줄 알았는데, 연습이 대부분이고 실제 연기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드라마 자체가 길지 않다보니 많은 공연을 빼먹었는데, 그 중에서도 마야의 '폭풍의 언덕'과 아유미의 '카미라의 초상'이 아쉬웠다.  

<기타지마 마야의 공연 :: 밑줄은 드라마에 나온 역>

아름다운 신부 비비역 : 중학교 학예회
작은 아씨들 베스 역
: 극단 츠키가게 창단 발표회
키 재보기 미도리 역 : 전국연극제 예선
지나와 다섯개의 파란 단지 지나 역 : 전국연극제 본선
하얀 청춘백서 다리다친 소녀 역 : 영화, 단역 (드라마에서는 도중 탈락되었다고 나옴)
여자의 강 다즈 역 : 단역
폭풍의 언덕 캐서린 역
돌의 미소 인형 역
몽련화 찌요 역 : 단역
기적의 사람 헬렌 역
빛나는 하늘 사토코 역 : 드라마
하얀 마경 마오 역 : 영화, 중도 하차
야차공주 이야기 거지 역 : 단역
여해적 비앙카 비앙카 역
: 학교연극제 일인극

지나가는 비 히로미 역 : 일인극
나의 작품 No707 사랑스런 오랑피아 로봇 가정부 루루 역
한 여름밤의 꿈 파크 역
두 사람의 왕녀 알디스 역
잊혀진 황야 제인 역
홍천녀 아코야 역

<히메가와 아유미의 공연 :: 밑줄은 드라마에 나온 역>

백장미 부인 다리아픈 딸 역
왕자와 거지 왕자 및 거지 역
키 재보기 미도리 역 : 전국연극제 예선
재의 성 미야 역 : 전국연극제 본선
몽련화 쯔기요 역
기적의 사람 헬렌 역
무지개의 기억 세이꼬
: 드라마
카미라의 초상 카미라 역 (제작발표회에서 아유미가 거절한 것으로 나옴)
야차공주 이야기 야차 공주 역 (공연은 있으나 아유미가 출연하지 않은 것으로 나옴)
줄리엣 줄리엣 역 : 일인극
두 사람의 왕녀 오르겔디 역

(* 아유미가 하지 않은 이사도라 역이 드라마에 나옴)
홍천녀 아코야 역

<유리가면>에서 아유미는 주인공의 라이벌일 뿐 악역은 아니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악역은 사실 없으며(오노데라 정도?) 마야의 천재성을 질투하는 몇 몇 사람들이 가끔 나와서 그녀의 앞길을 방해할 뿐이다. 만화의 아유미는 상당히 자존심이 강해 다소 '건방진'스타일이었는데, 드라마의 아유미는 건방지기 보다는 고상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라이벌이 오디션에 떨어질까봐 무릎꿇고 빌 정도로 다정(?)한 성격이다.

본래 아유미는 자신이 '노력'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초반에는 마야가 대단한 연기자이지만 결국은 자신이 이기리라는 자신감이 있어서 마야를 돌봐(?)주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천재' 앞에서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마야의 죽음을 방치할 뻔도 했고, 마야와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서 그녀 역시 완벽한 연기의 천재에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래도 나는 십여년을 노력해서 쌓아온 아유미의 자리를 단지 '타고난' 능력만으로 단 몇 년 만에 꿰 찬 마야가 다소 얄밉다.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유미에게 성공의 자리를 내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 <유리가면>은 원작이 완결되기 전에 마무리 짓다 보니 다소의 각색이 들어갔지만, 대부분은 원작을 따랐다. 주인공 마야에게 배다른 오빠가 있고, 마스미의 약혼녀인 시오리가 악역으로 나와 끝끝내 마야를 괴롭히는 정도가 각색인데, 덕분에 후반부에 시오리가 마스미를 칼로 찔러 중태에 빠뜨리는 당황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아무튼 원작과는 달리 뒷부분은 거의 마스미와 마야의 사랑을 맺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결론은 마야는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스미의 곁을 지키고 마스미도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는 해피엔딩이다.

잘해주고도 맨날 욕만 얻어먹는 마스미가 안됐긴 하지만, 그래서 그 역할이 더 멋있게 보이는 게 아닐까?

<유리가면>은 우리 나라에서 연극으로도 공연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 불행히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겨우 몇 시간 안에 저 많은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을테니 원작을 대단히 잘 살렸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음에 공연이 있다면 한 번은 보러가야지 하고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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