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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게임

케일러스(Caylus) 한 판

by 와룡 2010. 8. 2.

몇 년 전에 학교 앞에 하나 둘 생겨났던 보드게임까페. 여러 명 친구들끼리 할 게 없을 때 단순한 게임을 즐기러 몇 번 놀러가본 적이 있다. 컴퓨터 게임에만 길들여진 나라서, 그런 아날로그식 게임이 어쩐지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의 단점이라면 혼자서는 못한다는 것. 그래서 늘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하고, 그 중 누군가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손을 떼게 된다.

하긴, 난 그 때문에 손을 뗀 건 아니다. 무엇이든 빨리 질리는 성격때문일테지.
단순한 게임에 질릴 때쯤 카탄을 만났고, 꽤 오랫동안 즐겼던 것 같다. 지금은 룰조차 잊어버렸지만~
그 당시 보드 게임의 매력을 몰랐던 그 누군가가 언제부턴가 카탄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며 날 끌어들였다.

푸에르토리코였다.

보드게임 중 1위라고 했던가? 명성에 걸맞게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커피를 좋아라해서 커피 생산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게임인데, 역시 몇 번 하고 나니 전략도 다하고 흥미가 떨어졌다.
그 누군가는 나보다 훨씬 끈질긴 성격이라 친구들과 자주 게임을 즐기면서도 끝내 나를 끌어들여보겠다고 주말마다 새 게임을 내놓는다. 그리하여 에이지오브스팀, 파워그리드, 아그리콜라를 거쳐서 결국 케일러스가 나타났다.

재미없는 파워그리드가 빠졌네~


내가 게임을 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이기면 물론 좋지만 한 가지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즐기는 걸로 만족한다. 파워그리드나 에이지오브스팀은 현대적인 느낌이라 내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케일러스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고전적인 느낌이라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보드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룰은 단순하다.
자원을 생산해서 성을 짓거나 건물을 지어 점수를 많이 올리는 것이 케일러스의 목표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왕의 총애(Royal Favors) 부분이다. 성을 많이 짓거나, 돈과 옷을 내거나, 건물을 지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총애는, 알고 보면 이 게임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처음엔 그런 것에 무관하게 총애를 얻는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서막
1289년, 프랑스 왕국의 국경 강화를 위해 공정왕 필립은 새로운 성을 짓기로 결심했다. 초라한 마을이었던 케일러스는 이제 곧 성공을 꿈꾸는 수많은 일꾼과 공예가들로 북적이게 된다. 건물이 들어설 곳부터 시작하여 도시는 점차 번성하게 되는데...

공정왕 필립이란 프랑스 왕 필리프 4세다. 미남왕이라고 불릴만큼 꽤 잘생긴 왕이었다나. 아무튼 성직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템플기사단을 해체하는 등 돈을 모아 왕권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은 인물이다. 케일러스가 어디에 있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잉글랜드와 다투던 때이니만큼 잉글랜드와의 국경 근처가 아닐까.
게임에서 돈으로 사용하는 Danier 는 샤를마뉴 대제가 만든 프랑스의 동전이다.

한 턴마다 집행관(
Bailiff)이 1~2칸 씩 이동하고, (Tower) 쌓기 종료 위치까지 이동한 경우는 게임이 끝난다. 물론 그 전에 성을 모두 세워서 게임을 종료시킬 수도 있으므로 턴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처음 할 때는 명성 건물(Prestige buildings)을 많이 지으면 이길 줄 알았는데, 그만한 자원을 모으려면 처음부터 올인하지 않은 이상 턴수가 부족해 여러 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게임의 끝
(Tower)의 점수 계산이 끝나는 시점. 즉, 집행관(Bailiff)이 Tower 지점에 도착했거나 탑의 성 14개가 모두 채워졌을 때

자원들
 
      
    
      
      

음식(Food)   옷(Cloth)   돌(Stone)   나무(Wood)   금(Gold)


케일러스 한 판


다소 치사할 수 있지만, 상대(파랑)가 금(
Gold)을 계속 모으기에 명성 건물을 지을까봐(특히 25점짜리 대성당(cathedral)) 겁나서 명성 건물 지을 금도 없으면서 계속 건축가(architect)를 선택했다.

나(주황)는 보다시피 총애에 올인. 초반에 돈과 옷(
Cloth)으로 총애를 계속 샀더니 돈이 부족해서 혼났다.

하나 빼고 다 채운 총애~

초반이라 게임 룰을 잘 숙지하지 못해서 총애 올리는 부분에서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 아무튼 이기든 지든 총애를 거의 만땅 채웠다는데 만족한다. 마지막 턴에서 총애를 4개 얻어서 건물을 두 개 짓고 금도 하나 얻어 꽤 도움이 되었다.

석조 건물의 교회(Church)와 명성 건물의 조각상(Statue), 극장(Theater), 대학(College), 기념물(Monument) 등은 짓는 것과 동시에 총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난 단순히 '총애'가 마음에 들어서 올인했지만, 총애를 이용한 전략도 있긴 있는 모양이다. 항상 두 사람만 해서 그런지 총애를 얻기가 쉬웠지만 세 사람 이상 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서 저렇게까지 얻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건물들
중립 건물(빨간색) - 6개

 시장(Marketplace)      농장(Farm)            숲(Forest)         채석장(Quarry)      제재소(Sawmill)     목수(Carpenter)

목조 건물(갈색) - 8개

       농장(Farm)          농장(Farm)        채석장(Quarry)      제재소(Sawmill)  

 시장(Marketplace)    법률가(Lawyer)       석공(Mason)        행상인(Peddler)

석조 건물(회색) - 9개

     농장(Farm)           공원(Park)       작업장(Workshop)   건축가(Architect)   건축가(Architect)

      은행(Bank)          재단사(Tailor)        교회(Church)    연금술사(Alchemist)

주거 건물(초록색) - 8개


명성 건물(파랑색) - 9개

   조각상(Statue)       곡창(Granary)       도서관(Library)      방직공(Weaver)   기념물(Monument)

    대학(College)        극장(Theater)          호텔(Hotel)       대성당(Cathedral)


시장(
Provost)을 이동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턴의 끝에서 3 Danier 이상 남아 있는 경우가 별로 없어 시장을 이동할 여유가 없었다. 시장의 이동을 비롯하여, 일꾼을 배치하는 부분에서도 상대를 방해하는 요소가 들어 있다.
푸에르토리코
의 경우에는, 작물 개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상대와 같은 작물을 먼저 많이 생산하거나 선적시 알박기를 이용해 다소 방해를 할 수야 있지만,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고, 사람이 많을수록 방해 확률이 낮아진다.
반면 케일러스는 방해가 중요 요소인데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일인자를 견제하기가 쉬워진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긴 하지만, 이기는 것보다 방해에 중점을 두고 게임을 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나처럼^^;


워낙 재미요소와 아이템이 많다보니 어쩐지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림만 잘 그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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