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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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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300 그리고 일루셔니스트

by 와룡 2007.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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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이라는 영화는 엄청난 광고와 함께 액션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나 역시 액션 영화라면, 특히 고전 액션에는 사족을 못쓰는 한 사람으로써 개봉하기 무섭게 이 영화를 보겠다고 달려들었다.

과연 엄청난 액션이었다. 영웅의 이야기에 푹 빠지기 좋은, 무엇보다 질질끌거나 답답하게 만드는 장면 하나 없이 너무나도 통쾌한 액션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젊은 용사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무협과 비슷한 액션도 멋드러졌다. 그 중 한 사람이 적의 칼에 목이 떨어지면서 보인, 상세한 묘사와 사실적인 그래픽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이 영화가 너무도 서양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원작 만화 탓이겠지만, 잔인하기로 이름난 스파르타를 영웅으로 묘사한 반면, 동양인 페르시아를 야만인이나 괴물들로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순정만화의 걸작인 <아르미안의 세 딸들>을 본 사람이면,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황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만화 역시 작가 개인적인 상상이겠지만, 그 어디서 크세르크세스가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옷을 입고 정신병자같이 스스로를 신이라 찬양하면서 다니던가?
물론 그들의 권력에 빌붙은 예언자(?)들과 스파르타의 배신자들을 볼 때 서양에도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동양인을 괴물로 묘사할 것까진 없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만화에서 본 크세르크세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묘사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다음날, 특별히 볼 것은 없었지만, 뭔가를 봐야 한다기에 개중에 하나 골라잡은 일루셔니스트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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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거의 없었고 내용이라고는 '마술사'가 나온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본 영화지만, 역시 반전영화는 전혀 모르고 봐야 재밌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디선가 봤지만, 대체 어느 영화에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않는 에드워드 노튼의 눈빛연기며 태도, 아이젠하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분명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지만, 영화 내내 스스로의 능력은 속임수일 뿐이라는 그의 모습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원작이라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출판된 적이 없는 것 같다.

두 영화 중에서 한 작품을 추천하라면 무엇보다 일루셔니스트다. 300이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영화라기 보다는 일종의 눈요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의외인 점은 300 같은 작품이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는 것이랄까?
일루셔니스트는 부드럽고 조용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깃든 작품이다. 조연이면서 줄거리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감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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