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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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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아름다운 마리 앙투아네트

by 와룡 2007. 5. 27.

내 나이대의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을 보았을, 로맨스(?) 만화의 명작 <베르사이유의 장미>. 덕분에 소녀들은 절대왕정시대에서 혁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프랑스 역사에 대해 꽤나 자세히 알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그들은 이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무척이나 보고싶어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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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역시 다르지 않다. 한 시대를 화려하게 살다간 비운의 왕비와 로코코적 유럽풍의 화면들이 얼마나 기대되던지.
그리고 그런 면에서는, 이 영화는 성공적인 것 같다. 하루 하루 바뀌는 화려한 드레스, 온갖 장식품, 치렁치렁한 휘장이 달린 멋진 침대. 그야말로 소녀들이 꿈꾸는 공주의 삶을 찬란하게 보여주었다.

그녀, 커스틴 던스트는 사실 스파이더맨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의 배우였으나, 귀엽고 발랄한 마리 앙투아네트로는 딱 맞는 것 같았다. 더구나 연기력도 훌륭했다.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으로 가족과 떨어졌으면서도 처음의 그녀는 그 모든 운명에 순응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기르던 강아지까지 빼앗기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동맹을 가녀린 어깨에 지게 된 소녀에게 정열적이지 못한 어린 황태자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남편은 무뚝뚝하기만 한데 여기불임이니 어쩌니 하는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어머니의 편지는 항상 그녀의 미래를 위한 임신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대의 소녀가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변명이긴 하지만, 사치와 향락에 물든 것은 그런 시대적 배경일 뿐이다. 아마 그녀가 아니라 그 어떤 여자였다해도 프랑스 혁명의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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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이 영화는 페르센과의 연애담을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사랑이라기 보단 외로운 왕비와 풍류를 즐기는 외국인 백작의 잠깐동안의 불륜 정도로 보여준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무척 달라 색다른 느낌은 들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많다.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은 물론이거니와, 빵이 부족한데 케익을 먹으라고 했다던지, 루이 샤를르 왕자가 페르센의 자식이라던지 하는 것들은 사실로 밝혀진 바 없다. (물론 그렇다고 그 시대를 살지 않은 나로썬 그것이 거짓이라고도 확신할 수는 없다-_-) 프랑스의 엄청난 빚도 그녀의 사치보다는 미국 전쟁의 지원이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단 말이 있다.

그렇다고 그녀를 옹호하고픈 생각은 없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런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과거가 어떻다고 해서 현재에 저지른 잘못을 용서하는 것 따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초반부, 말하자면 그녀가 시집와서부터 첫딸 마리 테레즈를 낳을 때까지를 중점적으로 조명했고, 그 후에 일어나는 내리막길은 거의 줄거리만 보여준다. 때문에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분명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역사적 내용을 기대했던 사람들 역시 실망하게 될 것이다.

항상 생각하지만, 폭도들 앞에서 인사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정말이지 그 시대의 화려한 왕비다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역시 타고난 귀족이요, 군림하는 왕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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