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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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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게이샤의 추억

by 와룡 2007. 1. 28.


장르 : 드라마
주연 : 장쯔이, 공리, 양자경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되었다는 게이샤의 추억이다.
그다지 반발심이 일만한 장면은 없는 것 같은데,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미움이 그토록 대단하단 뜻일까.

어촌에 살던 소녀 치요는 가난때문에 언니 사츠와 함께 도시로 팔려간다. 둘 다 게이샤의 집에 팔릴 예정이었으나 여기서는 치요만 받아주고, 사츠는 홍등가에 팔려간다. 여기서부터 게이샤와 일반 홍등가의 여자들이 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요가 있는 곳에는 유명한 게이샤인 하츠모모가 있다. 어린 치요의 모습에서 뭘 발견했던지, 하츠모모는 치요를 괴롭히기만 한다. 성깔있는 거만한 게이샤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아픔은 있다. 게이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질 수 없다는 것.

치요는 하츠모모의 괴롭힘을 견디고 언니를 찾아 도망치기로 약속했지만, 우연히 하츠모모의 연애를 목격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모에게 이 사실을 이른다. 덕분에 하츠모모는 애인을 만날 수 없게 되어 치요를 더욱 미워한다. 치요는 밤을 틈타 지붕을 타고 언니를 만나러 가지만 결국 실패하고, 언니인 사츠는 홀로 달아난다. 오지 않으면 혼자서 가겠다던 사츠의 말이 무척 냉정하게 들린다. 어린 나이에 홍등가에 얼마간 있으면서 진저리가 났기 때문일지도...
도망친 죄로 치요는 게이샤가 될 희망을 박탈당한 채 심부름하는 하녀가 되었지만, 다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친절을 받고, 자신도 그 남자의 곁에 서 있는 여자들처럼 우아한 게이샤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물빛 눈동자를 가진 치요라는 소녀가 처음으로 친절을 깨닫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치요를 연기한 소녀는 정말이지 너무 귀여웠다. 소녀에서 성인이 되면서 장쯔이가 등장했는데, 그 첫 순간은 소녀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열 다섯이 되던때, 그녀는 다시 그 친절했던 남자를 만나고, 뜻밖의 행운을 맞이한다. 하츠모모의 경쟁자인 최고의 게이샤 마메하가 치요를 제자로 키우겠다고 청한 것이다.  공리와 장쯔이까지는 알았지만 양자경까지 등장할 줄은 예상도 못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한 때 무척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와호장룡>의 유수련 역에서는 어딘지 나이들어 보여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배역 탓인지 모르지만 최고 게이샤로서의 양자경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공리와 양자경은 연기경력도 오래된데다 모두 외모가 아름답다기 보다는 매력이 있는 배우들이라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았다. 그 가운데 선 장쯔이가 어쩐지 평범해 보이는 느낌이다.  아직 한참 어린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치요의 집에는 비슷한 연배의 펌킨이 있었는데, 그녀가 하츠모모의 뒤를 이어 게이샤가 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친한 친구였지만, 치요가 마메하의 제자가 되면서 하츠모모의 말마따나 두 사람은 경쟁자가 된 셈이다.
치요는 마메하의 교육을 받고 점점 우아하면서도 재능있는 게이샤가 되어간다. 사유리라는 세련된 이름을 받은 후 게이샤로 데뷔한 그녀는 아름다운 춤으로 많은 남자들을 매료시켰다.

마메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게이샤가 얼마나 신비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 하츠모모가 콧대높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우아한 면에서는 마메하를 따를 수 없는 것 같다. 게이샤는 기생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마메하의 관념 때문일까.
게이샤의 순결은 경매에 붙여 비싼 값으로 팔게 되어있으므로, 마메하는 유명한, 이른바 돈 많은 남자들에게 사유리를 소개한다. 마메하의 후견인이라는 남작마저 사유리에 눈독을 들여 그녀를 방으로 유인하기도 했다.
하츠모모의 방해공작으로 문제가 몇 번 있긴 했지만, 아름다운 춤 연출로 그녀의 몸값은 무척 높아졌다.
대대적으로 춤 광고를 하기에 얼마나 멋진가 기대하고 봤는데,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우산 들고 나온 초기 장면은 멋있었지만 뒷부분은 별로였다. 하얗게 화장한 얼굴에다 새까만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어 마치 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그녀는 역대 최고가로 팔리게 되었다. 경매에는 남작도 참가했지만, 남작을 마음에 두고 있던 마메하가 그를 탈락시켰다고 한다.

사유리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인 회장(이름조차 없다)을 만났지만, 그 친구인 노부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햇기 때문에 그에게 지난날 어린 소녀가 자신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때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전으로 그들은 게이샤를 포기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피난을 간다. 몇년만에 찾아온 노부는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미국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녀에게 다시 한번 게이샤로써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주기를 부탁한다.
대모의 양녀 문제로 의가 틀어졌던 친구 펌킨, 그리고 마메하를 만난 사유리는 회장을 돕기 위해 나서지만, 노부가 여전히 자신을 마음에 두고 후견인이 되어주겠다고 하자 그를 포기 시키기 위해 미국인 대령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다. 그러나 믿었던 친구 펌킨의 배신(?)으로 오히려 회장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게 된 그녀는 사랑을 포기하고, 게이샤의 운명대로 후견인을 얻어 편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게이샤의 추억은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장면 장면이 빠짐없이 아름답고, 특히 대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말이 마땅치 않다. 자녀와 비슷한 나이일듯한 어린 소녀를 보고 사랑을 느낀 회장도 회장이지만, 마지막에 와서야 갑작스레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것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와호장룡에 비한 훨씬 멋드러지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장쯔이보다는 공리와 양자경의 모습이 특히 아름다웠다. 벌써 오래 외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인지 영어도 무척 자연스럽게 잘 하는 것 같다. 부럽다... 장쯔이가 비록 아시아의 뜨는 샛별이라지만, 두 배우를 따라가려면 한참 갈고닦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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