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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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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곤륜2권과 무림객잔

by 와룡 2008. 12. 22.

7월에 출간되었던 곤륜 제 2권이다.
'정통 무협'을 표방하는 작품이니만큼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왕 읽기 시작한 거 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읽었다.

안타깝게도 이 2권은 1권보다 오히려 못한 느낌이다. 우선 주인공인 양소의 캐릭터가 이리 저리 흔들리는 느낌이다. 버릇없이 자랐지만 머리 회전은 빠른 어린아이가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천기궁에서 무공 및 산학을 갈고 닦는 것으로 끝난 1권. 이쯤되면 2권에서는 좀 자라고 약간의 무공도 생겼으니 똑소리나고 차분한 소년 영웅이 되던가 아니면 본성대로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가 되던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 아닌가.

헌데 이 양소란 녀석은 갑작스레 수줍음을 타기 시작한다. 말발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던 어린아이가 아무리 사춘기라고는 하나 여자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것이다. 아니, 아예 그런식으로 계속 '우둔한' 곽정을 연기했더라면 또 괜찮다. 그러다가도 불쑥 불쑥 본래의 못되먹은 말투가 튀어나온다.
아마도 2권에 나타난 아름다운 히로인 유앵앵이 황용의 모습을 빼다 박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가 너무 총명하다보니 양소의 총명함이 묻혀버렸다. 더군다나 양소는 그녀에게 푹 빠진 나머지, 부모를 잃었을 때보다 유앵앵과 헤어진 후에 더 큰 충격을 받은 듯 하다. 말수도 적어지고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은 듯한 모습이 된 것이다.

'정통 무협'이요, 남송을 배경으로 몽고에 대항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그렸다고는 해도, 김용의 작품과는 다른 참신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곤륜>은 갈수록 김용의 작품을 따라가고 있다.
유앵앵의 사숙은 산학에 능한 것이나 남자에게 버림받은 것이나 사조영웅전의 신산 영고를 닮았다. 선한 여자, 발랄한 여자, 멍청한 여자가 차례로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것도 김용식 로맨스의 기본적인 패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는 발랄한 여자라는 것도 그렇다.
아무튼 담담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지던 1권과는 참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불만만 늘어놓고 만다.
웹에는 대원의 장르 소설 아키타입과 일리아드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도 더이상 나오지 않을테니 '봉가'의 이름을 드높였던 <곤륜>의 필력을 확인할 기회는 없을 듯 하다.

물론 <무림객잔>도 마찬가지다. 약간 비약이 있었던 점이며, 1권과 달리 내용의 비중이 한 사람에게 치우친 점에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인데 완결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해서 중국에서 출판된 무림객잔 3권 표지를 첨부한다.

이제와 하는 이야기지만, 이 <무림객잔>이란 제목은 내용과는 완전 무관하다. 나도 처음에는 배경이 '무림객잔'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이는 '무림에서 벌어지는 어떤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뿐이었다. 객잔을 지나가는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을 완성하게 된다는 뜻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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