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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게임

사대명포 회경사

by 와룡 2009. 1. 7.


장르 : 무협 RPG
개발사 : 第三波(대만)

사대명포는 온서안의 대표적인 무협소설이다. 몇년전엔가 차인표가 출연한 드라마가 나와 우리나라에도 알려졌고, 그 후로 '소년사대명포'라는 드라마가 두어번인가 더 방영하여 인기도 얻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나는 사대명포를 처음 접했다. 그것도 게임으로.

만화같은 배경

최근 선보인 '페르시아 왕자 4'가 카툰 렌더링이라는 아름다운 만화체 그래픽을 사용한 걸 보고 문득 오래전에 구해놓은 '만화같은' 게임이 생각났다. 물론 2004년 출시작인만큼 3D도 아니요, 진짜 '카툰'이지 '카툰렌더링'도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고전스러운 그래픽이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게임이다.
이 캐릭터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들 '사대명포'에 대한 관심이 생겨 소설도 읽어보려 한다.

오랜만에 즐긴 무협 롤플레잉 게임인데 (헌원검은 무협이라곤 할 수 없을테니...) 고전 무협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정말 '정통 무협'스러운 느낌이 팍팍 왔다. 김용식 무협을 정통 무협이라고는 했지만 여기 비하면 약간 '역사'에 치우친 감이 있다. 고룡님의 무협은 '정통'이 아니라 사파에 가깝다. 요즘 무협들이야 당연히 퓨전이고 그러다보니 정통 무협이 오히려 참신하달까. 물론 원작을 보아야 알겠지만 말이다.

호화판 패키지

사대명포의 배경은 북송말, 휘종 때이다. 수호전과 같은 배경인만큼 권신 채경이 승상으로 등장하고 화석강이라든가 방랍의 난 등이 살짝 등장한다. 채경이라는 악의 축에 대항하는 선의 축(?) 제갈신후는 휘하에 네 사람의 명포를 거느리고 있다. 포두라는 주인공의 직업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재미없는 포졸복장을 하고 나오는데 게임에서는 각자의 특성을 잘 살렸다.
"철수 무정 냉혈 추명"이라는 이들 네 사람은 각기 '권 - 침 - 검 - 각'에 능해서 캐릭터마다 동작이 다르다. 사대명포 회경사는 그들 중 '냉혈 추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철수와 무정도 잠깐 등장하기 때문에 네 사람을 모두 볼 수 있다. '철수 무정'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그냥 <사대명포>라는 게임이 있긴 하나 구하기 힘들어서 해 보지 못했다. 철수가 주인공인 <사대명포-철수>도 있다.

공략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일단 이 게임은 난이도가 '아주' 낮다. 덕분에 게임오버 화면을 보지 못했고 '부활약' 따위도 거의 쓸 필요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귀여운 모습과 줄거리가 궁금한 나에게는 도리어 쉬운 게임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는 시리즈 게임인 <사대명포>에서 이어지는 듯 하지만 그 부분은 모르겠다.
시작은 한 무리가 어떤 마을을 도륙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대명포의 셋째 추명(철수무정냉혈추명이라고는 해도 나이(?)순으로는 무정-철수-추명-냉혈이다)은 이런 '마을 도륙 사건'을 파헤치라는 명을 받고 사제인 냉혈과 조사를 시작한다. 마침 뒷산에 놀러갔다가 살아남은 어린아이에게서 범인이 횡강대도 악군이라는 것을 듣게 된다. 그 뒤를 쫓아 악군에게서 배후세력을 들으려는 순간, 흑의인이 나타나 악군을 죽이고 사라진다. 그리고 흑의인을 쫓아가다 어느 강가에서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게 된다. 그녀는 다름아닌 권세가인 XX산장(이름이....)의 딸로 배를 타고 가다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오빠가 밀어서 물에 빠진 것이었다.

냉혈과 석매봉 커플

이곳이 첫번째 분기점이다. 추명은 흑의인을, 냉혈은 소녀 석매봉과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가야 하는데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찰랑찰랑 긴머리에 예쁜 브리지까지 넣은 냉혈이 마음에 들어서 일단 냉혈로 진행했다.
산장에 가 보니, 총관이 정신병에 걸린 주인을 가둬놓고 있었다. 갇힌 석매봉의 오빠는 누이가 나타나자 이상한 시를 읊어대는데 각 구절의 첫번째 글자를 따 보면 '총관이 날 죽이려 한다'는 말이 된다. 이를 눈치챈 석매봉은 총관 몰래 오빠를 구하러 간다. 그는 총관이 산장의 비전인 석가검법을 빼앗으려고 위협하자 미친척하고 있다가 사대명포의 모습을 보고 일부러 누이를 강에 빠뜨린 것이었다. 이 때 또 다시 흑의인이 나타나 석가검법을 빼앗아 사라진다. 흑의인과 싸워본 냉혈은 그가 소벽호 유가의 무공을 쓴다는 것을 알고 조사를 시작한다.

검의 대가 방사진

불타는 집을 놔두고 떠나온 석매봉과 냉혈은 어떤 숲에서 순서대로 추명-방사진을 만난다. 방사진은 당금 최고 검객이지만 강호에 뜻이 없었는데 각 문파에서 그에게 출사를 강요하고 있었다. 그가 없는 사이 아버지와 누이(친가족은 아님)가 그들에게 죽자 그는 연인인 소유가 걱정되어 그리로 떠나간다.
함께 유가를 찾은 추명과 냉혈은 유능천과 직접 싸워본 후 흑의인의 무공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다시 두번째 분기점이다. 추명은 모용산장으로 조사를 떠나고 냉혈은 석매봉과 함께 소벽호에 남는다. 석매봉의 성격이며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번에는 추명을 선택했다.
냉혈은 말이 없는데다 약간 충동적이고 여자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하는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냉혈이란 이름에 조금 안어울리는 것도 같다. 반면 추명은 능글맞은 캐릭터로 농담도 잘한다. 더욱이 술을 좋아해서 등에 메고 다니는 술호리병이 무기다. 이 무기는 무기점에서 살 수 없고 이벤트라거나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다. 그것이 그닥 자주 있는 일이 아니므로 레벨 업 후 기술치는 공격력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좋다.
물론 난이도가 워낙 낮아서 공격력이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래서 나중에는 대부분의 기술치를 민첩에다 쏟아부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모용산장으로 떠난 추명. 도중에 불량배들에게 걸린 소녀를 만나는데 그녀를 구해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지난번에 만난' 이라고 하지만 지난번에 추명으로 진행하지 않아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구해주고 나면 도리어 '왜 나서냐'는 그녀. 다름아닌 모용산장의 둘째 딸 모용상상이다. 그녀는 그가 사대명포를 사칭한다고 생각해 산장으로 데려가 총관 사공검에게 혼내주라고 한다. 그들을 물리치고 나면 산장의 주인 모용령이 나타나 중재하고 추명에게 낙양의 온가로 서신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누이인 모용상상을 데리고 떠나는 것으로.

추명의 발차기

낙양 온가의 온방백은 모용령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부모의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집에 가기 전에 모용상상은 낙양 모란원을 전세낸 채경의 아들 채변을 혼내주는 무례를 저지르기도 한다. 석매봉이나 모용상상이나 부잣집 딸다운 제멋대로인 성격을 자랑해서 약간 짜증스럽다. 다행히 모용상상은 석매봉보다 훨씬 예쁘다.

온방백에게 보내는 서신에는 모용산장의 또다른 총관 능운천이란 자가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누이를 보호해달라는 내용이 써 있다. 다시 모용산장으로 가면 능총관이 모용령을 산장의 금지인 검총으로 끌고가 비전인 접몽검법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를 쓰러뜨려도 모용령은 죽어야 하는 상황. 죽기전에 모용상상에게 접몽검법비급을 건네준다. 레벨 60이 되면 모용상상이 접몽검법의 초식을 하나씩 익히게 되지만 거의 끝물이라 별로 쓸 일은 없다.

경성에서 합류하는 추명-냉혈

각 문파에서 총관에 의한 반란(?)이 계속되는 것이 의심스러운 추명은 제갈신후에게 이 일을 알리러 개봉으로 떠난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용상상도 바깥바람을 쐴겸 함께 간다. 신후부에 가면 냉혈 일행을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들은 제갈신후는 흑의인이 천지맹과 관련있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마을 도륙 사건이 최근 강남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추명에게 항주로 가서 조사를 진행하고, 냉혈에게는 복서진으로 가서 촌장을 도우라고 명한다.
세번째 분기점이다. 왔다갔다 하니 줄거리가 일관적이지 못한 것 같아 이제부터는 계속 추명을 따라가기로 했다.

항주에서는 세력가인 지가의 총관 유시지가 채변과 밀담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 유곽에 아름다운 유녀가 새로 왔다는 소식도 들리고, 우연히 그녀를 만나기도 한다. 오래전 죽은 추명의 연인 소투와 너무도 닮은 모습에 추명은 상심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가 있다는 유곽에 들어가려 하면 모용상상이 따지고 나오므로 절대 갈 수 없다^^;
조사를 위해 현청을 찾아가면 강남에 도륙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 권세있는 지가에서는 알까 싶어 가 보면 지가의 주인 지일서가 그를 맞이한다. 마침 이곳에는 연인까지 잃은 방사진이 복수를 하겠다고 조력자로 들어와 있다. 그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 추명은 지일서에게 유시지의 이야기를 하며, 지금까지 총관에 의한 반란이 많았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연회에서 춤추는 초려

그날밤 지가에서 연회가 열려 참석하니 소투를 닮은 유녀가 나와 춤을 춘다. 그녀와 함께 춤추던 다른 무희들이 갑자기 추명을 공격하는 것을 그녀가 소리를 질러 알려준 후 사라진다. 다음날 한 풍류공자가 새로온 유녀를 끌고가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추명은 유곽으로 달려가 그녀를 구한다(마침 모용상상이 없던 때라 유곽으로 갈 수 있다) 초려라는 그녀는 이제 갈 곳도 없다며 그를 따라 나선다. 초려는 비단 끈(?)을 무기로 하는 무희형 캐릭터다. 말하는 것이며 행동이 우아해서 마음에 든다.
그녀를 데리고 나타나자 모용상상은 질투 끝에 혼자 사라진다. 그녀를 찾아 영가로 가보면 나라에서 관리하는 소금을 몰래 만들어 파는 무리들이 있다. 쫓아가보지만 이번에도 흑의인이 나타나 관계자들을 죽여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모용상상을 찾아나서는데, 어떤 노인이 물에 빠져 죽은 여자 시신이 사당에 있다며 알려준다. 걱정스레 달려가보니 함정. 적을 물리치고 나면 모용상상이 나타나지만 독을 당한 추명은 사형인 무정에게 데려다 달라는 말을 남긴채 쓰러진다.

사대명포 첫째 무정

운기평에서도 적을 만나긴 하지만, 모용상상과 초려 두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 그럴 때 무정과 그 아내인 당완아가 나타난다(그들의 이야기는 전편인 <사대명포>에 나온다). 당완아는 추명을 구할 약초를 캐러 가면서 모용상상에게 당문에 가서 약을 얻어오라고 청한다. 그녀는 이미 가문에서 축출된 상태라 갈 수 없다는 것. 모용상상 홀로 당문을 찾아가 약을 구해오니 초려가 추명을 죽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떠나고 이번에는 당완아가 합류하여 조정의 공격을 받게된 의적(?)들을 돕기 위해 연운채로 가게 된다. 무정이 끼지 않아 아쉽다. 침을 사용하는 무정의 전체 공격 초식은 화면에 온통 피비가 쏟아져서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특이한 공격이라 재미는 있다. 더구나 네명의 명포 중에 가장 잘 생겼다.

연운채에 가 보니 놀랍게도 공격자는 방사진이다. 유시지의 명을 받들어 왔다는 그를 물리치고 항주로 달려가보면 지일서는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전모를 들은 그는 유시지를 체포(?)하여 가법에 따라 죽임으로써 일을 끝맺는다. 단서도 끊어졌고, 이제는 다시 개봉으로 간다. 제갈신후는 채경이 다른 권신들과 권력다툼을 하면서 벌인이라 말하고, 추명과 모용상상은 채경의 집에 잠입했다가 함정에 빠져 감옥에 갇힌다.

초려의 죽음

전투 중인 사대명포

이 때 초려가 나타나 그들을 구해주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던 채경이 가로막는다. 초려는 본래 채경이 키운 살수였으나 다정한 추명에게 반해(?) 그를 죽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그녀에게 독을 쓴 채경은 그 해약을 담보로 추명에게 두 자리를 자를 것을 명한다. 초려는 그를 괴롭힐 수 없다며 자살을 시도하고 추명과 모용상상은 채경이 마련한 회풍낙엽진에서 고전을 한다.
그럴 때 무정, 철수, 냉혈, 석매봉이 나타나 그들을 돕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대명포가 다함께 싸우는 장면이다. 철수는 첫 등장인데 너무 피구왕 통키같은 모습이라 실망했다. 손쉽게 물리치고 나면 아직 죽지 않은(!) 초려가 모용상상과 연적이 될 생각은 없었다는 둥 몇 마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결국 권신 들의 정치싸움에 강호가 끼여든 셈인데, 따지고 보니 강호에서 가장 이득을 얻은 자는 지일서다. 사실 지일서가 배후자로, 유시지를 죽인 것은 추명을 속이기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 다시 항주로 가 보니 지일서가 지가의 금지인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따라 들어가보니 그건 지일서가 아니라 방사진으로, 명에 따라 그들을 유인한 것이다. 그와 싸우고 나면 폭발음과 함께 무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부끄러운 짓을 많이 했다며 그 자리에서 죽으려는 방사진을 설득해 출구로 가지만, 천정이 무너져 내리자 방사진은 추명만 내보낸 채 그 곳에 갇힌다.
개봉으로 돌아가니, 채경이 강호 문파와 결탁해 화석강을 바쳐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 강호문파가 지씨 집안으로 지일서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한 일행은 그의 입궁을 막으려 한다. 다행히 무정과 철수가 증거를 가지고 밤낮없이 달려와 황제에게 일렀기 때문에 지일서를 처치할 수 있지만 채경은 교묘히 빠져나간다.

최후의 적 지일서는 제대로 공격시 HP가 2000가까이 빠진다. 직접 키운 추명의 경우 레벨 58정도, 저절로 큰 냉혈은 60이 조금 넘는 상태인데 이 정도면 두 번 맞으면 죽는다(하지만 뛰어난 AI덕에 한 사람을 연속해서 두 번 때리진 않는다^^;). 다행히 잘 키운 추명이 궁극의 초식을 익혔다면 13단 콤보의 휘황찬란한 초식을 써서 한 번에 10000 이상을 때려준다. 아무튼 그를 쓰러뜨리고 나면 황제는 추명과 냉혈을 '명포'로 삼는다. 지난 편에서 명포가 된 무정, 철수와 함께 사대명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미 게임에서는 벌써 그들을 사대명포라고 부르고 있다. 왜일까?)

엔딩이다.
냉혈은 어느새 친해진(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그의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석매봉과 함께 그녀의 집을 재건하러 떠나지만, 모용상상은 홀로 집으로 돌아간다. 바래다 주라는 제갈신후의 말에 도리어 그녀가 거절하면서. 무정의 말마따나 오래전 죽은 소투와 얼마전 죽은 초려를 잊지 못해서이겠지만, 냉큼 또 다른 여자를 따라나서는 것보다 그런 추명의 모습이 멋있었다.

게임을 끝낸 후 찾다가 알게 된 거지만, 도중에 수호전의 행자 무송을 만날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를 도와서 서문경을 붙잡으면 무송이 '백호퇴'를 가르쳐준다는 설정. 그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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