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이라는 카피가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사실 <지킬앤하이드>를 빼고 뮤지컬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극적인 내용과 아름다운 노래로 스타급의 뮤지컬 배우들을 줄줄이 탄생시킨 <지킬앤하이드>가 또 한 번 막을 올렸다.
2006년, 류정한의 지킬앤하이드를 처음 보고 그 맑은 목소리와 파워풀한 하이드의 액션에 푹 빠졌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두번째 조승우의 지킬앤하이드는 조금 감동이 덜했다. 미성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엠마 김소현의 노래 또한 마음에 들었다. 끈적한 목소리는 별로지만 힘있는 루시 김선영의 노래들은 정말 멋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류정한-김소현-김선영 트리오의 공연을 찾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네 사람이 함께 부르는 <His work and nothing more>에서 특히 그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듀엣곡 <Take me as I am>의 화음도 멋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듀엣 <In his eyes>도 그녀 다운 꾀꼬리같은 높은 음이 아름답다.
그들의 공연에 흠뻑 취하고 나서 얼마 후,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관람했다. 새로운 지킬인 홍광호가 궁금하다는 누군가와 소냐의 루시가 궁금한 내 의견을 반영하여 홍광호-임혜영-소냐 트리오였다.
지난번에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에서 "<지금 이순간> 핸드폰을 꺼 달라"는 멘트가 나와서 한바탕 웃었다.
공개된 홍광호의 <This is the moment>를 들었을 때 느낌은 '기교 잔뜩 들어간 가수 스타일'이었다. <스위니토드>에서 그의 미성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실 그 때에 비하면 <지킬앤하이드>에서 홍광호는 류정한 스타일이라기 보다 조승우 스타일이다. 류정한은 하이드를 대비하여 지킬을 일부러 더 높은 목소리로 부르는 데 비해 홍광호는 지킬을 평소 목소리로 부르고 하이드를 아주 낮게 내리깔았다. 그래서인지 <first transformation>에 이은 <Alive>에서 엄청난 파워가 느껴졌다. 악당이면서도 어딘지 신사적인 느낌인 류정한의 하이드에 비해 홍광호의 하이드는 '짐승'이란 말이 어울린다.
아쉽게도 <This is the moment>는 조금 감동이 떨어졌고, 뒤로 갈수록 하이드의 낮은 목소리가 점점 올라간달까. 덕분에 어딘지 귀엽에 느껴지는 하이드였다. 게다가 연기가... 약간 책을 읽는 기분이다.
확실히 노래는 잘하지만 <Alive>를 제외하면 특별히 내 마음에 드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임혜영의 엠마는 귀한 집의 따님 다운 모습이었다. 높은 음을 참으로 잘 소화해내긴 했으나 너무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인데다 소리가 작아서 함께 부를 때 약간 묻히는 느낌이다.
소냐는 뮤지컬 <하드락카페>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발음이 정확하고 힘이 있는 목소리라 약간 기대를 했다. 하지만 파워면에서 확실히 김선영에게 딸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김선영의 루시에 너무 익숙해있기 때문일지도. 목소리나 행동에서도 섹시하면서도 슬픈 이미지보다는 발랄하고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김선영에 비해 연기는 훨씬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노래를 잘 하는 건 분명한데 약간 아쉽다.
루시-소냐 |
엠마-임혜영 |
지킬앤하이드-홍광호 |
이 두번째 공연은 3층에서 봤기 때문에 지난번에 비해 소리가 약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대를 압도하는 면에서는 이미 오래 갈고닦아 숙련된 류정한-김소현-김선영 쪽이 나은 듯 하다.
지킬앤하이드 노래야 많이들 들었을테고, 공식 클럽에 올라온 배우 인사 영상을 링크한다. 류정한의 표정 연기가 재미있다.
연습실 + 배우인사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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